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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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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때문에 애인을 배신한 남자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남천의 『경영』/「문장」19호(1940.10)/창비사 펴냄 앞서 김남천의 소설 『처를 때리고』에서 어느 전향 지식인의 현실과 타협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김남천 또한 일제의 사상탄압의 와중에 전향서를 쓰고 병보석으로 풀려났다는 점도 살펴 보았다. 김남천의 전향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위장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김남천이 전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1940년 「문장」지에 발표된 『경영』이다. 사회주의 운동으로 수감중인 오시형, 양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시형을 헌신적으로 보살펴 온 애인 최무경, 이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김남천은 이들의 사랑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 했을까? 비록 보호관찰이기는 하지만..
어느 전향 남편의 아내 폭행사건 전말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남천의 『처를 때리고』/「조선문단」속간11호(1937.6)/창비사 펴냄 작가 김남천은 1차 사상탄압 당시 검거되어 카프작가로는 유일하게 본심에 회부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남천이 피검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문학활동 때문이 아니었다. 1931년 있었던 ‘공산주의자 협의회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카프 작가들 사이에서는 전향론이 제기되기에 이른다. 김남천도 얼마 후 위장 전향이니 진짜 전향이니 논란 속에 병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이 사건 이후 김남천은 임화와 함께 카프 해산계를 제출함으로써 민족주의 진영의 순수문학론에 반발해 문학의 현실참여를 주장했던 카프 작가들의 조직적인 활동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사라지게 된다. 김남천의 소설 『처를 때리고』..
친일반성과 사상전환 그리고 월북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태준의 『해방 전후』/「문학」1호(1946.8)/창비사 펴냄 이태준이 1946년 「문학」지를 통해 발표한 소설 『해방 전후』는 ‘한 작가의 수기’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태준은 『해방 전후』를 통해 급격한 사상전환을 시도한다. 일제시대에도 순수문학만을 고집했고 경향파 작가들과도 거리를 두었던 그가 해방 이후 급작스레 사회주의자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월북한 이후 숙청 당하기까지의 과정도 베일에 싸여있는 인물이 이태준이다. 『해방 전후』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으니 소설의 이해를 위해서도 작가 이태준에 대한 간략하나마 소개가 필요할 듯 하다. 상허(尙虛) 이태준은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했다. 1925년..
민우의 전향은 진심이었을까? [20세기 한국소설] 중 한설야의 『이녕』/「문장」4호(1939.5)/창비사 펴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 이하 카프)을 인정하지 않았던 일제는 두 차례의 사상 탄압을 감행했다. 1931년 8월 도쿄에서 발행된 [무산자]의 국내 유포와 영화 [지하촌] 사건이 발단이 된 제1차 카프검거사건이 있었다. 또 1934년에는 전북 금산(현재는 충남)에서 일어난 ‘신건설사 사건’으로 80여 명의 맹원이 검거된 제2차 카프검거사건이 있었다. 한설야는 제2차 카프검거사건으로 체포되었다가 그 해 12월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한설야의 소설 『이녕』은 시기적으로 두 차례의 사상탄압이 있은 뒤 발표된 소설이다. 좌파 작가들에게는 그만큼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정제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