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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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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여, 밤길 조심해라! 이 육교를 넘을라치면 주위를 몇 번이고 둘러본다. 혹시나 여자들이라도 있을까 싶어서다. 만약 여학생이나 아주머니가 있으면 앞서 갈까 뒤따라 갈까 서로 무언의 선택을 위해 잠시간 발길이 멈추어진다. 어쩌다 뒤따라가기라도 할 때면 올라가는 동안 자꾸 뒤를 돌아보는 여자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깜깜한 육교 너머를 주시하며 걷곤 한다. 육교 상단, 앞서가던 여자의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아무래도 나한테 앞서 가라는 뜻인듯....재빨리 추월한다. 스치는 순간 여자의 소리없이 놀라는 몸짓이 느껴진다. 이 육교 아래로는 기찻길이 있어 기차라도 지나가면 남자인 나도 뒤따라오는 남자라도 있으면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곤 한다. 내려가는 길, 올라오는 여자 한 명이 위를 쳐다보더니 잠시 ..
해리를 막지 못했습니다 해리의 첫인상은 마치 동화 속 귀공자를 보는 듯 했습니다. 호리호리한 몸매, 조막만한 얼굴, 잡티 하나 없이 뽀얀 피부, 갸날프게 빠진 턱선, 안경 너머로 보이는 초롱초롱한 눈...평생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았을 것 같은, 부잣집 막내 아들 같던 해리가 이런 막일을 한다고 왔을 때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해리는 똑부러지는 아이었습니다. 아니 21세기 대한민국을 사는 당당한 대학 새내기 청년이었습니다. 참, 해리가 본명은 아닙니다. 영화 속 '해리포터'를 닯아 우리는 그냥 '해리'라고 불렀습니다. 해리는 붙임성도 있어 거의 아버지, 삼촌뻘 되는 우리에게 '형, 형'하며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이런 막일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탓이었는지 늘 힘겨워 보였지만 전에도 이런 일 많이 해봤다며 묵묵히 ..
부끄러운 링크.... 아침에 퇴근하면 블로그에 접속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블로그에 들어와 여느때처럼 방문자수도 확인하고 댓글도 읽어 보았습니다. 유입경로를 살펴보던 중 처음 보는 웹사이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은 다음뷰를 비롯해서 메타 블로그나 내가 댓글을 남긴 블로그가 고작인데.....nodong.org 클릭해 보니 민주노총 4월 투쟁을 알리는 웹페이지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왜?.... 스크롤해보니 [노동 블로그/우리가 만드는 노동의제]란 카테고리에 제 글 "추노(推勞), 공무원을 쫓는 정부"가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웠습니다. 동시에 제가 남긴 포스트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더군요. 어제 아침 조간신문을 받아보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홍보전단지를 그냥 버릴 수 없어 직접 찍은..
낙화(落花)가 더 아름답더라! 봄이면 갈마동 국민생활관 담벼락에는 개나리 군락이 주변까지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이곤 한다. 그런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낼 여유라도 가질라치면 늘 노란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상큼한 초록이 대신하고 있었는데....오늘은 우연히 담벼락 아래 떨어진 개나리꽃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흙에서 바로 피어난 노란 새싹처럼 봄빛에 또 하나의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청춘만이 아름다움을 독식할 권리는 없는 것 같다. 무르익을수록 또 다른 꽃을 피울 수 있기에 인생이 아름답지 않을까? 지친 일상 어딘가에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있으리라!!!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현정부 출범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와 인터넷상에서 경제위기 논란을 일으켰던 경제논객 일명 '미네르바'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에 대한 심각성을 부각시켜 주었다. 이 두 사건을 통해 정부가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적극적인 스킨쉽이 일어나기를 바랬던 국민들은 오히려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밀어부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적극적인 반대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네르바 사건'은 변화해 가는 사회환경을 거부한 채 70,80년대 권위주의로의 회귀를 알리는 중대한 변환점이 되고 말았다. 미네르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여신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타나는 아테나 여신과 동일시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전쟁의 여신은 지..
형이 떠난 자리엔 푸른 이끼만 무성하더이다 미안합니다. 삶의 무게가 너무도 힘겨웠을까요? 아니면 벌써 형의 빈자리가 채워졌을요? 하얀 목련이 지기만을 기다리다 1주일을 놓치고 뒤늦게 형을 찾았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생들도 형들도 형과 헤어지던 날을 넘기고서야 부랴부랴 전화기를 들었으니 우리는 너무도 이기적인가 봅니다. 어머니도 형을 찾아주지 못한 우리들이 무척이나 서운했을 겁니다. 올해로 벌써 3년째군요. 조금 늦긴 했지만 올해도 형이 떠난 자리에서 소주 한 잔들 들이키며 무심하게 먼저 간 형을 안주로 대신했습니다. 형은 먼저 갔지만 남아있는 우리는 아직도 형으로 인해 소원해질만 하면 만나서 서로 부대끼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올해도 형이 떠난 그 자리에는 겨우내 동면하던 수정이 녹아 계곡 바위 틈 사이를 흘러 봄기운에 취한 푸른 이끼만..
능지처참-중국의 잔혹성과 서구의 시선 ■티머시 브록 외 지음■박소현 옮김■너머 북스 펴냄 한겨레 신문을 구독한 지 꽤 오래되었다. 인터넷 시대에 왠 신문을 구독해서 읽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활자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 얘기다. 그래도 인터넷이 세상을 많이 바꿔놓긴 했나보다! 옛날에는 이른 새벽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면 대문마다 신문 몇 부씩은 놓여있곤 했었는데... 또 내가 인터넷의 유혹에도 신문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책 섹션 때문이다. 한겨레는 매주 토요일마다 [책과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화제의 책이나 신간을 소개해 주고 있다. 단순한 책 소개에 그치지 않고 작가 인터뷰나 명사들의 서평이 함께 실려있어 내가 읽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책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어 좋다. 그렇지만 여기에 소개된 책을 거의 구매해 본 적은 없..
암(癌)보다 더 무서운 건... 지난주 목요일에 동생한테서 문자가 한 통 왔다. 어머니가 며칠째 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대장이 혹들이 지나치게 많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담당의사는 큰 병원에서 다시 한 번 검진받아보라고 했단다. 어머니는 암일 거라는 생각에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겁이 나셨던지 이후 담당의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에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오셨단다. 동생은 집에 오신 어머니가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고 연신 눈물만 흘리고 계신 모습이 안스럽고 답답해서 나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걱정할까봐 동생에게는 전화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모양이다. 동생 문자를 받고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당장이라도 전화를 해야할지 아니면 결과가 나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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