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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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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의 기행으로 본 질서정연한 보편적 권위의 실체 오자(誤字)/김형수/2012년 소설 제목보다는 수필 제목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오자(誤字)'란 말 그대로 '잘못 쓰인 글자'를 말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수히 많은 글자들 속에 꼭꼭 숨어있는 '오자'를 발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아마도 책이라는 소름 끼치게 치밀한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진 해방감을 만끽했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을 것처럼 저자와 책의 완벽함이 구축해놓은 장벽이 비로소 무너지는 느낌같은 것 말이다. 한편 '오자' 하면 떠오르는 그리 멀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 4.11총선 당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어느 스포츠 스타가 박사논문 표절로 자격시비가 한창일 때 표절의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자료가 바로 '오자'였다. 즉 오자만큼은 표절..
월북과 탈북의 경계에 선 사람들 계용묵(1904~1961)의 /「동아일보」(1946.12.1~31) 이순신은 영웅이다. 존경하는 역사인물을 꼽으라면 늘 1,2위를 다툰다. 영웅은 신화로 비약한다. 누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절명의 순간에도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죽음마저 초월해 범접하기 힘든 성인의 경지에까지 올라갔다. 생물학적으로야 이미 죽었지만 여전히 그는 살아있는 존재다. 인간과 신의 구분을 불멸에 둔다면 이순신은 신이다. 역사는 앞으로도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과 함께 장렬히 전사한 수천, 수만의 범부(凡夫)들도 있을진대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역사는 굳이 그들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동서고금의 역사에는 영웅은 있을지언정 사람은 없다. 꿈에 그리던 해방, 환희로 가득찼던 해방 서울에는 사람이 ..
친일반성과 사상전환 그리고 월북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태준의 『해방 전후』/「문학」1호(1946.8)/창비사 펴냄 이태준이 1946년 「문학」지를 통해 발표한 소설 『해방 전후』는 ‘한 작가의 수기’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태준은 『해방 전후』를 통해 급격한 사상전환을 시도한다. 일제시대에도 순수문학만을 고집했고 경향파 작가들과도 거리를 두었던 그가 해방 이후 급작스레 사회주의자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월북한 이후 숙청 당하기까지의 과정도 베일에 싸여있는 인물이 이태준이다. 『해방 전후』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으니 소설의 이해를 위해서도 작가 이태준에 대한 간략하나마 소개가 필요할 듯 하다. 상허(尙虛) 이태준은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했다. 1925년..
나는 이래서 XX단에 가입했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최서해의 『탈출기』/「조선문단」6호(1925.3)/창비사 펴냄 ‘조선의 막심 고리키’ 최서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냉전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나의 저급한 문학적 소양을 일반화시키는 오류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과거가 그랬고 현실이 또 그렇다. 색안경을 끼고 볼 기회조차도 억압받았던 시대, 소위 좌파문학이라 일컫는 우리 소설들은 교과서에서도 외면받았고 가령 교육을 받았다손치더라도 몇 줄에 불과한 설명뿐이었다. 최서해의 『탈출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약하나마 출판사가 제공한 작가 최서해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본명이 학송인 최서해는 1901년 함경북도 성진의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품팔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