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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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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태 발언의 저급성이 국회파행의 명분이어서는 안된다 조선시대 반역을 꾀한 죄인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친족, 외족, 처족 등 삼족이 화를 당해야만 했다. 이처럼 연좌제란 한 사람의 죄에 대하여 특정 범위의 사람들이 연대책임을 지고 처벌되는 제도를 말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구족까지 연대책임을 졌다고 하니 연좌제는 특정 개인의 기회 균등을 말살하는 가장 전근대적인 형벌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4년 갑오개혁 때 연좌제가 폐지되었으나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으로 인해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실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최근까지도 법의 테두리 밖에서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대국가 태생 당시 폐지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존치하고 있었던 우리나라에서의 연좌제는 1980년 헌법에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
직선을 그릴 수 없었던 한 만화가의 절규 직선과 독가스-병동에서/임철우/1984년 생각해 보세요. 난 지금껏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평범하고 소박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야말로 약하고 힘없는 소시민 그대로지요. 게다가 보시다시피 겨우 오십 킬로그램 근처에서 체중기가 바늘이 왔다 갔다 하는 타고난 약골인 데다가 아직껏 닭 한 마리도 목 비틀어 죽여본 적이 없는 겁쟁이입니다. - 중에서- 그야말로 소시민이었던 이 남자가 지금은 정신병동에서 감호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숨통을 조여오는 독가스에 자기의 일은 물론 일상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독가스의 정체는 군대에 있을 때 사방을 밀폐시킨 천막 안으로 방독면을 쓴 채 오리걸음으로 들어가 훈련조교들의 명령에 따라 방독면을 벗은 이삼 분 동안에 눈물 콧물 질질 흘렸던 기억을 떠..
이름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습니까? 이기호(1972년~)의 /2012년 내 이름에는 '물 수(水)'가 연달아 들어간다. 그래서일까. 어릴 적부터 이름없는 점쟁이들은 물을 조심하라고 했다. 열다섯 될 때까지만 물을 조심하면 그 이후에는 탄탄대로라나 어쩐다나. 내가 어릴 적 살았던 작은 시골마을에는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꽤 있었다. 내 바로 위 형도 그랬다. 동네 사정을 귀동냥으로 알고만 있어도, 내 이름을 한자로 옮길 수만 있어도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이 미래예언(?)은 어지간히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떤 날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었다는 내 이름에서 한글은 그대로 두고 한자만 바꾸면 안되나 생각하기도 했다. 사람이란 동물은 그렇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늘 찜찜한 구석을 갖고 산다. 이기호의 소설 은 이름에 얽힌, 이름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