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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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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시인과 연탄시인, 그들의 이유있는 절필선언 어머니/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고요한 호수에 흰물새 날고/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아무도 살지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중에서- 정형화되고 상투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교과서적이다'라고 말한다. 명문대에 수석 합격한 학생이 방송에 출연해 수석 합격 비법을 묻는 질문에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어요'라고 하는 말은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한 미디어의 계도적인 의도가 깔린 인터뷰이기도 하지만 많은 수험생들에게는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교과서란 본디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길잡이가 되어야 하지만 예상 답안을 줄줄 암기해야만 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 하에서는 스폰지와 같아야 할 청소년..
피로 지킨 NLL, 더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 게 해법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신동엽(1930~1969)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나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가 발 아래 아시아의 반도 삼면에 흰 물거품 철썩이는 아름다운 반도를 보았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 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자다가 참 재미난 꿈을 꾸었어. 그 중립지대가 요술을 부리데. 너구리새끼 사람새끼 곰새끼 노루새끼들 발가벗고 뛰어노는 폭 십 리의 중립지대가 점점 팽창되는데 그 평화지대 양쪽에서 총부리 마주 겨누고 있던 탱크들이 일백팔십 도 뒤로 돌데.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 물방개처럼 한 떼는 서귀포 밖 한 떼는 두만강 밖 거기서 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