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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미야자키 감독이 아베 총리에게 날린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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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민주주의의 다양성이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얼핏 맞는 말 같지만 실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가치들에 대해서 편향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말에 불과하다. 혼란처럼 보이지만 민주주의의 자정능력은 개개인의 개성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도 보다 강력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성의 충돌이 바로 혼란이나 반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반감을 가진 사람들은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혐한 시위는 잊을만 하면 보도되는 뉴스의 단골 꼭지가 되었다. 한편 늘어나는 혐한 시위에도 불구하고 혐한 시위를 반대하는 일본 내 양심세력들의 반혐한 시위 또한 조직화, 체계화되면서 혐한 시위가 대다수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사회가 아직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일본 우익들의 역사왜곡이 날이 갈수록 도를 지나치고 있지만 우익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고등학교가 극히 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인종차별적 혐한 시위와 역사 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극우의 중심에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같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의 군국주의 부활의 꿈이 단순한 시대착오적 망상만은 아닐지도 모를 이유이기도 하다. 전세계와 일본내 양심세력들이 꾸준한 견제와 감시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일본 극우의 역사도발에 긴장의 끈을 풀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 아침 조간에 일본내 대표적인 양심세력 중 한 명이자 <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마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근 극우 행보를 비판했다는 기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요즘말로 미야자키 감독이 아베 총리에게 돌직구를 날렸다는 얘긴데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형편 없지만 오랫만에 필자의 일본어 능력을 시험해 볼겸 일본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봤다. 미야자키 감독의 글이 실린 책은 전국 서점에 배포되자마자 품절되었고 문의 전화가 쇄도하자 자신이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스튜디오 지브리' 홈페이지에 전문을 공개했다. 전문은 분량이 30쪽에 달해 전체룰 다 소개할 수는 없고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 보고자 한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무료로 발행하는 책자 「열풍」7월호는 전국 서점에 배포되자마자 품절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헌법 개정은 언어도단'이라는 제목으로 전쟁의 어리석음과 아베 총리의 헌법 96조 개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헌법개정에 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선거를 하면 득표율과 투표율도 낮은데 정부가 이런 혼란한 틈을 이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참의원 선거 후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정권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총리와 정당 대표들의 역사인식 부재를 비판했다.

 

"정부의 top과 정당의 top의 역사인식 부재와 정견의 부재에 질렸습니다. 생각이 부족한 인간은 헌법 같은 것을 건드리지 않는 게 낫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위대의 국방군화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평화헌법 9조에 비춰볼 때 자위대는 어쨌든 비정상적입니다. 비록 비정상적이지만 그런 편이 더 낫습니다. 국방군은 없는 게 좋습니다. 직업군인이나 관리군인의 존재가 미미해지니까요."

 

그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민족의 자긍심 문제라며 상대국에게 분명히 사과하고 제대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열풍」 7월호가 배포된 이후 스튜디오 지브리에 쏟아지고 있는 헌법개정에 관한 기고문을 발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당신이 알고있는 그대로입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한편 「열풍」에는 미야자키 감독의 최신작 <바람불다>에 관한 비평가의 의견도 게재했다. 책에 따르면 최신작 <바람불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항공 전문가였던 호리코시 지로가 설계했던 전투기 '제로센'의 개발 비화를 그리고 있는데 미국 비행기를 격추하는 장면 등은 완전히 빠져있다. 실존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엔진 각 부품의 동작방법 등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많은 부분들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고 있으며 군국주의를 부정하는 등 평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어떤 평론가는 이번 미야자키 감독의 기고문에 대해서 시대를 앞서간다며 대지진 장면이 있는 <벼랑 위의 포뇨>(2008년)가 발표된 이후 동일본 대지진이 실제로 발생했고, 방사능에 오염된 세계를 그린 <온 유어 마크>(1995년)는 마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예상한 작품 같다며, 이번 미야자키 감독의 기고문도 아베 총리가 개헌 추진 디데이로 잡고있는 21일 참의원 선거 전에 꼭 읽어보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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