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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진짜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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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 철학을 '저녁이 있는 삶'이란 캐치프레이즈로 홍보했다. 충분한 복지 정책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최소한의 복지 혜택도 누리고 있지 못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다. 저녁이 있는 삶. 나의 '저녁이 있는 삶'은 일주일에 딱 한 번이다. 5년 째 딱 하루만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야간일을 하다보니 출근 전에 먹는 저녁 식사는 사실상 아침 식사나 다름없다. 딱 하루, 토요일만 누구나처럼 온전한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 시간을 즐긴다. TV를 볼 수 있는 시간도 토요일 저녁뿐이다. 그렇게 TV 시청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딱 한 번이라는 현실 때문인지 토요일만은 TV를 만끽하는 편이다.

 

오랫만에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를 보고는 뜻밖의 사건 하나를 발견했다. '세바퀴'에 출연한 배우 강성진이 소시오패스 역할에 몰입하다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년 동안 뮤지컬 '잭더리퍼' 공연에 출연해서 비리기자 역할을 연기했는데 10개월 이상의 공연이 끝나자 자신의 몸에서 뭔가 빠져나간 것처럼 힘들어서 대상포진이 왔고 신종플루에도 걸렸다고 밝혔다.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어떤 뮤지컬이길래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앓았을까 싶어 검색을 해 봤더니 이러 줄거리가 소개돼 있었다. 1888년 런던, 강력계 수사관 ‘앤더슨’은 화이트채플 지역에서 연쇄살인으로 유명해진 ‘잭더리퍼’를 수사 중이다. 매춘부만 노리는 잔인한 살인 수법 때문에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수사하려 하지만 런던타임즈 기자 ‘먼로’는 코카인 중독자인 앤더슨의 약점을 노리고…

 

▲잭 더 리퍼 사건을 다룬 당시 기사 내용. 사진>구글 검색


결국 앤더슨은 먼로에게 특종기사를 제공하고 한 사건기사 당 천 파운드를 받는 거래를 하게 된다. 몇 일 지나지 않아 네 번째 살인이 일어나고 자신의 무능함에 폭발직전인 앤더슨 앞에 범인을 알고 있다는 제보자가 나타난다. 그는 미국에서 온 외과의사 ‘다니엘’ 이다. 앤더슨과 먼로는 다니엘의 증언을 듣게 되는데…얼마 후, 런던타임즈에 ‘잭더리퍼’ 의 예고살인 속보가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사건은 점점 더 미궁으로 치닫는다. 급기야 앤더슨은 함정수사를 계획하게 되는데, 여기서 예기치 못했던 또 다른 사건을 만나게 된다.

 

충격적이게도 뮤지컬과 함께 검색된 '잭더리퍼'는 실제로 있었던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름(?)이었다. 뮤지컬 '잭더리퍼'는 이 살인사건을 토대로 재구성된 공연이었다. 100년도 훨씬 지난 1888년 영국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1888년 8월 31일, 영국 런던 화이트채플역 뒤 편의 벅스 거리에서 여성 시체 한 구가 발견됐다. 나중에 밝혀진 이 여성 시체의 신원은 매춘부 메리 앤 니콜스였다. 주검으로 발견된 메리 앤 니콜스의 시체는 처참하고 끔찍한 형태였다. 치아는 다섯 개나 빠져 있었고 얼굴과 목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목 주변에는 두 군데의 깊은 상처가 있었고 하복부에도 칼자국이 있었다. 당시 검시관에 따르면 살인 용의자는 해부학적 지식을 지닌 왼손잡이 남자였다.

 

▲잭 더 리퍼 사건을 다룬 기사의 삽화. 사진>구글 검색


매춘부 메리의 시체가 발견된 당시만 해도 이 사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영국 경찰도 평범한 살인 사건 정도로만 인식했다. 당시 매춘부가 시체로 발견되는 것은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리가 죽은 며칠 후 또 한 명의 매춘부였던 애니 채프먼이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어깨 일부와 소장과 내장, 성기 일부까지 절단돼 있었다. 사건의 잔혹성이 알려지면서 영국 런던은 발칵 뒤집혔다. 경찰도 애니 채프먼의 시체가 발견된 이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했지만 세번째, 네번째 희생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경찰은 해부학적 지식을 가진 왼손잡이 남자라는 추정 외에 어떤 단서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사건 현장에는 '유대인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낙서가 있었는데 이것만이 유일한 단서라면 단서였다. 

 

잭 더 리퍼의 진짜 이름은 아론 코스민스키였다

 

끝내 다섯번 째 희생자가 발견됐고 영국 언론은 용의자의 단서가 전혀 없었던 이 사건을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사건이라고 명명해 대서특필했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책과 소설이 출간되었고 뮤지컬, 오페라가 나왔다. 또 미스터리한 이 사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리퍼 연구가'들이 생기기도 했다.

 

언론이 명명한 '잭 더 리퍼'는 용의자의 이름이 아니었다. 영어에서 '잭(Jack)'은 불특정 남성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에 해당한다. 리퍼(Ripper)'는 칼잡이나 살인자를 의미하는데 특히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훼손하기까지 하는 살인광을 의미한다고 한다. 언론이 이 사건을 '잭 더 리퍼'로 붙인 것도 용의자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당시 검시관의 '해부학적 지식을 가진 왼손잡이 남성'이라는 견해를 재해석해 붙인 이름이었다.

 

▲잭 더 리퍼 사건을 다룬 책 <네이밍 잭 더 리퍼>. 사진>구글 검색


당시 이 사건은 빅토리아 여왕까지 나서서 사건 해결을 독려할만큼 끔찍하고 잔인한 살인사건이었다. 하지만 1888년 11월 10일 다섯번 째 희생자인 메리 켈리가 발견된 이후 '잭 더 리퍼'는 자취를 감추었고 백 년 이상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리퍼 연구가'들은 끊임없이 이 사건을 파고들었고 드디어 '잭 더 리퍼'의 정체가 밝혀졌다.

 

19세기 말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잭 더 리퍼' 사건은 이 사건을 연구해 온 러셀 에드워즈라는 사설 탐정에 의해 용의자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폴란드 출신 이발사 아론 코스민스키가 다름아닌 '잭 더 리퍼'의 진짜 이름이라는 것이었다. 러셀 에드워즈는 올해 올해 발간한 자신의 책 <네이밍 잭 더 리퍼>에서 사건 현장에서 수습된 숄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상피 세포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으며 DNA 검사 결과 아른 코스민스키의 후손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러셀 에드워즈가 지목한 '잭 더 리퍼' 사건의 진범 아론 코스민스키는 당시 사건 현장 근처에 살았던 사람으로 당시에도 용의 선상에 올라 경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고 한다. 현재처럼 과학 수사가 발전하지 못했던 당시로서는 낙서 외엔 단서라곤 전혀 없었던 '잭 더 리퍼' 사건의 진범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는 모양이다. 진실은 구름 위에 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언젠가 구름은 걷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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