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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청, 중국 최후의 제국이자 오늘날 소수민족 문제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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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후의 제국-청/위리엄 T. 로 지음/기세찬 옮김/너머북스 펴냄

 

중국이 온다
21세기의 화두,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하버드대의 특별기획
오늘날 중국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이 책의 저자 윌리엄 로는 ‘청’이 근대 서구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쇠퇴한 내향적이고 폐쇄적인 ‘중국 왕조’라는 표준적인 학설에 도전한다. 서구 중심주의를 지양하고 새로운 중국사 서술을 개척한 조너선 스펜스의 계보를 이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청대사 전문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기념비적인 연구서인 『케임브리지 중국사』의 청대사 3권을 포함한 최신의 국제적인 청대사 연구 성과를 종합한 것이다. 저자가 논의하는 청 제국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표적과도 같다.

청 제국사를 서구적 근대와 비교하며 쇠퇴기로 보는 표준적인 학설에 도전한다

비록 청 제국의 사회 칙령들-특히 한족에 대한 변발의 요구-이 격렬한 저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중앙 관료와 지방의 사대부가 동맹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청 제국은 현재와 같은 ‘중국’의 지리적 범위를 확장했고, 몽골족, 여진족, 티베트족, 내륙 아시아의 이슬람교도 등 한족이 아닌 민족들을 새로운 형태의 초월적인 정치적 통일체로 아우르는 놀랄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광활한 지리적인 범위와 사회·경제적 복잡성의 수반에도 불구하고, ‘작은 정부’라는 청의 이상은 외부의 위협이 크지 않았을 때는 잘 작동했다. 그러나 19세기 아편전쟁은 중국을 서구 열강을 포함한 약탈적인 국제 경쟁의 행위자로 몰아넣었고, 태평천국과 의화단의 봉기는 즉각적인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하버드 중국사 청_ 중국 최후의 제국』은 21세기 패러다임의 단연 핵심인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하버드대의 특별기획으로 펴낸 ‘하버드 중국사(전6권)’ 시리즈의 한 책으로 오늘날 중국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을 이해하는 데 필독서이다.

‘20세기의 시각’인 서구 중심주의, 한족 중심주의에 반기를 든다

청 제국사에 대한 ‘20세기의 시각’은 서구적 근대와 비교하며 쇠퇴기로 보거나 근대 한족(漢族) 민족국가의 출현을 위한 긴 도입부로 보아, 사실상 ‘청의 역사’는 없었다고 간주하였다. 이 표준적인 학설의 주연은 ‘유럽 중심주의’가 맡았고, 조연은 ‘한족 중심주의’였다.
하버드대의 페어뱅크를 필두로 한 서구의 중국 근현대사 연구자들은 1842년 이전의 중국은 ‘전통적 중국’으로, 그 이후는 ‘근대적 중국’으로 이분화하여 중국에서 진정한 발전적 변화는 아편 전쟁과 남경 조약이라는 서구의 충격과 함께 시작했다고 했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하버드학파의 시대 구분 체계에 유럽 중심주의가 내재되어 있었는데도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역사학이 식민사학의 극복 방안으로 서유럽의 우연적 경험에서 유래한 ‘발전모델’을 취하였던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 한족 민족주의는 중화민국의 수립이 필연적 결말이라며 전통과 근대를 분리하는 가운데 만주족이 지배한 청 제국사의 의미를 평가 절하하였다.

 

 

‘20세기의 시각’인 서구 중심주의, 한족 중심주의에 반기를 들며 쉽고 정확하게 쓴 이 책은 우리에게 청 제국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청 제국이 장기간의 중국사에서 또는 광활한 유라시아 공간에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무엇인가를 이뤄냈는지 보여준다. 또한 21세기 현재 중국 정부가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티베트, 위구르 이슬람교도 및 다른 분리주의 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청의 멸망 이후 20세기 내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청 제국사의 유산이 오늘날 ‘중국’의 정치와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는 데에 지대하면서도 불가항력적인 영향을 준 그 역사적 그림을 제시한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 인식에는 일본 팽창주의자들이 선전이 한몫

이 책의 초점은 중국을 19세기 말 서양이나 일본 제국주의의 수동적인 피해자로 보는 대신에 청 제국의 역사를 제국주의 행위의 참여자로 바꾸어 바라보는 것이다. 청의 제국주의 팽창사는 18세기에 가장 활발했고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도 적극적이었다. 1644년에 멸망한 명보다 영토는 2배 이상 커졌고, 인구는 3배 이상 늘어나 청 말기에는 5억이 넘었다. 청 제국 안에는 스스로 ‘한족’이라 여겼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중국 왕조로 편입되지 않았던 티베트족,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족, 일부 몽골 부족, 남서쪽 변경 지대를 따라 거주했던 미얀마인과 타이인, 대만과 그 밖의 변방과 내지의 고지대에서 새롭게 식민화된 지역의 원주민들, 그리고 청의 왕좌를 차지한 ‘만주족’이 포함되어 있었다. 청 제국은 중국의 역대 왕조 가운데 가장 큰 정치적 실체를 이룬 것이다.
19세기 말,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에서 청의 외교는 ‘근대화한’ 일본의 팽창주의적 위협과 대조적으로 구시대적인 ‘중국적 세계 질서’ 속에서 불안정한 속국에 대해 자신들의 종주권을 유지하려는 지연 작전으로 평가되었다. 이 책은 조선 사대부 계층 내의 청 지지 세력을 보수주의자로, 이에 대항한 친일 세력을 진보주의자로 묘사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사실의 묘사라기보다 일본 팽창주의자들의 선전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본다. 19세기 말 조선에서 청이 한 행동은 오랜 한중 관계의 역사 속에서도 선례가 없는 것이었고, 오히려 동아시아 지역에서 팽창주의적 서구 열강들이 행했던 수법과 더욱 공통점이 많았다. 또한 이는 청 제국 중흥의 일부로서 1880년대에 시작한 신강, 대만, 만주에서의 변방 지방화 정책과 유사했다는 것이다.

중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찾아서

20세기 초 중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는 청 제국의 흔적에서 민족 국가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였다. 청 제국의 뒤에 올 정치적 형태는 ‘태평천국’처럼 따로 존재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일 전쟁’의 패배가 결정적 기로였다. 20세기 초 중국 엘리트들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럽 외의 여타 세계가 그랬던 것처럼 유럽식으로 민족국가를 재건해야 한다고 보았다. 청 제국 마지막 10년 동안 민족국가 건설의 목표는 분할 또는 멸망으로부터 ‘나라를 구하자’라는 방어적 목표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주권’을 선언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영토 주권’이었다.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기를 촉구하는 영토 회복주의자들의 강력한 성장이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 주제는 20세기 중국 정치 대부분의 밑바탕에 놓여 있었고, 대만을 다시 영토로 만들려는 오늘날의 움직임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청 제국에서 지속된 정치적 특징 중의 하나는 ‘작은 정부’였다. 이는 세계적 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 능률적인 방식이었다. 일찍이 13세기 남송 왕조에서 시작된 작은 정부의 역사는 20세기 초 민족국가 건설에서 1950년대 대약진 운동 시기까지 ‘큰 정부’로의 극적인 반전이었다. 17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대청 제국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광활하고 확장된 영토를 점유했다. 이것은 서양인들이 한때 생각했던 내향적이고 폐쇄된 ‘중국 왕조’가 결코 아니었다. 중국의 역사는 우리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세계의 역사적 과정과 다향한 방식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었다.

이 책은 청의 중국 정복에서 멸망에 이르는 대청 제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단순한 나열식의 역사 서술은 아니다. 저자는 정복, 번영, 멸망과 관련되는 제국의 정치, 군사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 상업 분야에 별도의 장을 할애함으로써 여러 시각에서 청 제국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중국사 전공서뿐만 아니라 대중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대청 제국의 통사를 다루면서도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족과 결혼, 그리고 종족에 관한 유익한 1차 자료를 인용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출판사 제공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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