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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텔레마케터, 일을 해도 고민 안해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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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롯데·농협 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 파장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텔레마케터들은 금융당국의 텔레마케팅(TM) 신규영업 금지 조치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텔레마케터 전문 취업 사이트가 생길 정도로 미래 유망 직종으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카드사, 보험사, 은행 등이 경쟁적으로 TM 영업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무한경쟁에 내몰려 기대했던 고수익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의 최대 피해자로 내몰리게 된 셈이다.

 

애초 금융 당국은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 후속 대책으로 개인정보 대량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TM 신규영업 금지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TM 인력의 고용안정 문제가 대두되자 금융위원회는 서둘러 TM 고용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우려했던 대량 해고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되었는데 왜 텔레마케터들이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란 말인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그야말로 텔레마케터들은 일을 해도 고민, 안 해도 고민인 상황에 빠진 것이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의 최대 피해자로 떠오른 텔레마케터. 사진>경향신문 


우선 당국의 이번 조치로 고용이 유지된다해도 해당 카드사텔레마케터들의 수입이 깍이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현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퇴직을 한다고 해도 요즘과 같이 심각한 취업난 속에 재취업의 기회를 잡기가 녹녹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게다가 해당 카드사 텔레마케터들이 퇴직을 한다고 해도 실업급여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실업급여 대상자 중 퇴직에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정으로 사업주로부터 퇴직을 권고받거나,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여 고용조정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퇴직 희망자의 모집으로 이직하는 경우
- 사업의 양도ㆍ인수ㆍ합병
- 일부 사업의 폐지나 업종전환
- 직제개편에 따른 조직의 폐지ㆍ축소
- 신기술의 도입, 기술혁신 등에 따른 작업형태의 변경
- 경영의 악화, 인사 적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즉 금융당국의 TM 신규영업 금지 조치로 해당 사업이 폐지되어 부득이하게 퇴직하는 경우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예상되는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로 TM 고용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데 있다. 이 지침으로 해당 카드사들은 마음대로 TM 인력을 정리할 수도 없게 됐다. 이런 이유로 해당 카드사 텔레마케터들은 수입 감소로 이직을 계획하더라도 권고 사직이 아닌 자발적 사직이 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카드사나 보험사 등이 운용하고 있는 TM 인력 상당수가 보험대리점이나 카드슈랑스 등 비전속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당국이 TM 고용을 유지하라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나 보험사 소속 텔레마케터들에게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비전속 텔레마케터들은 '고용 유지' 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텔레마케터들은 '내가 고객 정보를 유출한 것도 아닌데'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급기야 집단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오늘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서도 TM 인력들이 사표를 낼 경우 원칙적으로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고 하니 손발이 안맞는 정부 당국 때문에 애먼 텔레마케터들만 피해를 뒤집어 쓰게 생겼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번 사건으로 단 한 명의 피해자도 생기지 않도록 해당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최선의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것. 이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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