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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이집트

이집트인들이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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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을 하다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오시리스 테라퓨틱스사가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로 소아급성 이식편대숙주병(GvHD)을 치료하는 치료제인 '프로키말(Procgymal)'이 캐나다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았다는 기사를 발견하고는 엉뚱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의학 문외한이 내가 줄기세포니 이식편대숙주병이니 하는 의학전문용어들을 알 리도 없고 오로지 궁금한 것은 '오시리스 테라퓨틱스'라는 회사 이름이었다. '오시리스(Osiris)'라고 하면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인데 왜 하필 회사 이름을 '오시리스'라고 했을까.

 

 

물론 추리는 간단했다. 오시리스는 영생하는 신, 아니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신이다. 다만 이승이 아닌 저승에 살고 있을 뿐이다. 이 정도면 생명공학기업과 오시리스가 절묘한 궁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작명소에 의뢰(?)했는지 거참 회사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 

 

내친 김에 이집트 신화를 대표하는 신 오시리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이집트 신화를 이해하는 가장 핵심 요소는 왕 또는 왕권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고대문명에서 왕은 신의 대리인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신이다. 왕은 신을 대신해서 지상 세계를 통치하는 즉 위임통치의 권한을 부여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왕은 신과 동일시 되었다고 한다. 왕이 신이요, 신이 왕인 셈이다. 즉 살아있는 왕은 호루스(Horus, 오시리스의 아들)라고 불렀고 죽어서는 오시리스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미이라도 이런 이집트인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집트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생선을 즐겨 먹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음식문화 또한 오시리스 신화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이집트인들에게 오시리스는 고대문명을 가져다 준 영웅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이집트 신화는 나일강을 기준으로 나눠진 상이집트와 하이집트가 하나의 통일왕국이 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시리스 신화다. 

 

오시리스는 대지의 신 게브(Geb)와 하늘의 신 누트(Nut)의 아들이다. 또 형제로는 이시스와 세트, 네프티스가 있는데 이들은 또 오시리스와 이시스, 세트와 네프티스로 부부가 되기도 한다. 어느날 오시리스는 네프티스를 이시스로 잘못 알고 동침을 하게 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세트는 오시리스를 죽일 모종의 음모를 모의하게 된다. 참, 오시리스와 그의 여동생이자 제수인 네프티스 사이에 태어난 신이 자칼 소년으로 알려진 아누비스다. 

 

세트가 오시리스를 죽이는 장면은 그리스 신화 속 유명한 도둑 프로크루스테스를 연상시킨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상대로 자신의 침대에 눕힌 뒤 침대 길이에 맞춰 자르거나 늘려서 죽였다는.....이것도 신화 확산의 예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세트는 성대한 연회를 베풀고 목제관 하나를 준비해 내기를 건다. 이 목제관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주겠노라고. 예상했던대로 이 내기에 넘어간 신은 다름아닌 오시리스였다. 애초에 이 목제관은 오시리스의 신체와 딱 맞게 제작되었다는 것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오시리스가 목제관에 들어가자 세트는 뚜껑을 덮고 못을 박은 다음 완전히 봉인해서 나일강에 버렸다고 한다. 이로써 의도하지 않았던 오시리스의 불륜은 동생의 복수로 끝을 맺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버리면 너무 맹숭맹숭한 신화가 되어버리고 만다. 

 

남편을 찾아헤매던 세트가 비블로스에서 나일강을 떠다니던 목제관 발견하고는 혹시나 모를 세트의 추격에 대비하고 관을 숨기기 위해 관에서 무화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게 한다. 그런데 이게 더 큰 화근이 될 줄이야!. 지나가던 비블로스 왕이 무성하게 자란 무화과 나무를 신기하게 여겨 자신의 궁전 기둥으로 만들고 만다. 다급해진 이시스는 비블로스 왕에게 간청해 기둥이 된 목제관을 되찾아 동생 부부가 찾지 못하도록 깊은 곳에 숨겨둔다.  

 

신의 세계에서는 은폐와 엄폐도 잘 하지만 수색능력 또한 기가 막히다. 어떻게 알았는지 세트는 이시스가 숨겨둔 목제관을 찾아내서는 관을 열어 오시리스의 사체를 열 다섯 토막으로 자른 후 이집트 땅 여기저기에 뿌렸다. 이를 지켜만 볼 이시스가 아니다. 이시스는 이집트 전역을 돌아다니며 물고기가 삼켜버린 성기를 제외한 오시리스의 사체를 모은 후 강력한 마법을 걸어 그를 소생시켰다고 한다. 이 정도의 마법이면 애시당초 오시리스가 죽지 않아도 됐을텐데.....신화의 세계란 이렇다. 이 때부터 오시리스는 이승이 아닌 저승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 후 통일왕국을 상징하는 대립과 전쟁은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이어진다.  

 

신화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 하나 더! 호루스는 죽은 오시리스의 몸에서 잉태되었다고 한다. 앞서 이집트인들에게 오시리스의 위상에 대해서는 설명했다. 이집트인들은 그들의 영웅 오시리스의 성기를 물고기가 삼켜버렸다는 신화적 이유로 아직도 생선을 즐겨먹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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