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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신화로 본 반값 등록금과 MB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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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이 전시민사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김제동, 김여진 등 연예인들의 활발한 참여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은 반값 등록금 투쟁의 참여 열기는 정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중고등 학생에서부터 4,50대 학부모들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대학생들만의 현실적 문제가 아닌 중고등 학생들에게는 미래의 문제요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40,50대 학부모들에게도 앞으로 닥쳐올 내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오늘 촛불집회에서는 6.10항쟁 24돌에 맞춰 전국 대학생들이 동맹휴업을 선언하는 등 반값 등록금 투쟁열기가 한층 가열차게 전개될 전망이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대통령(이하 MB)으로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최대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전적으로 MB의 몫이다. 대통령 후보 공약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MB가 보여준 반값 등록금에 대한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대통령 후보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공약사항인 반값 등록금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게 정치인의 속성이라지만 반값 등록금은 서민들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이미 선택의 문제를 벗어나고 있다.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던 MB의 약속이야 시궁창에 처박힌지 오래지만 반값 등록금 문제는 그나마 MB에게 개과천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은 신과의 약속이다. 지나치리만큼 종교적 신념을 국정에 반영하고 있는 MB에게는 특히....

여기 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불행한 최후를 맞은 신화 속 연인이 있다. 바로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 이야기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전하는 이 이야기를 누구보다 가슴깊이 새겨할 사람이 누구일지...서민들 등골만 빼먹다 퇴임을 불과 1년 남짓 남겨둔 MB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최고의 육상선수 아탈란타가 있었다. 우사인 볼트처럼 근육질 빵빵한 남자일거라 생각하겠지만 아탈란타는 여자였다. 어떤 남자도 아탈란타보다 빠르지 못했다. 신들은 아탈란타에게 빠른 발만을 주지 않았다. 신화 속 그리스 3대 미인이었던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보다는 못하지만 뭇남성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출중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알다시피 신들의 질투는 인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신은 아탈란타에게 빠른 발과 아름다운 외모 대신 가혹한 운명을 준다. 즉 아탈란타는 결혼할 팔자가 못된다. 그러나 출중한 외모 때문에 결혼을 피할 수도 없다. 결국 아탈란타는 산 채로 자신을 잃게 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 신화를 재밌게 읽는 데는 인내가 필요한 법.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던 아탈란타는 당연히 남자들을 멀리 했다. 그러나 눈이 부신 그녀의 외모는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남자들의 구애가 끊임없이 계속됐다. 불행한 운명을 피할 방법으로 아탈란타는 자신에게 청혼하는 남자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자기와 달리기 시합을 해서 이기면 그 남자의 신부가 되겠지만 지면 남자의 목숨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예상하듯 아탈란타의 빠른 발을 모르고 있었던 뭇남자들은 하나 둘 하데스(저승의 신)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이 때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포세이돈의 손자인 히포메네스였다. 그러나 히포메네스는 그동안 아탈란타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줄줄이 지옥으로 떨어진 남자들을 본 탓에 그녀를 얻기 위해 신의 힘을 빌리기로 작정했다. 

히포메네스가 찾아간 신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은 질투심이 강하기도 하지만 또 은근히 욕심도 많다. 히포메네스의 기도에 아프로디테는 황금사과 세 개를 그에게 주었다. 물론 신들의 세계에서 공짜란 없다. 황금사과를 얻는 대신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타를 아내로 맞으면 평생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했다. 신과의 약속.

드디어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의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던 아탈란타는 그만 황금사과에 눈이 멀어 히포메네스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만다. 시합 중 히포메네스가 떨어뜨린 황금사과를 줍기 위해 머뭇거리는 사이 히포메네스가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됐던 게 황금사과가 아니었던가!

어쩔 수 없이 부부가 된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 신이 부여한 운명과 달리 아탈란타의 부부생활은 순탄한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히포메네스였다. 아탈란타를 아내로 맞기 위해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받으면서 했던 약속(제물을 바치겠다는)을 저버린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이들 부부가 퀴벨레 여신 신전을 지날 때 히포메네스의 가슴에 아내 아탈란타에 대한 욕정을 심어주고는 이 신전에서 욕정을 불사르게 한 것이다. 신전에서 관계를 맺었으니 당연히 성소를 유린하게 된 것이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퀴벨레 여신은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를 짐승으로 둔갑시키고 말았다. 결혼을 하게 되면 산 채로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아탈란타의 운명은 바로 이것이었다. 

보았는가! 약속을 지키기 않으면 이렇게 된다. 그나마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는 세상을 포효하는 사자가 되었단다. 그렇다면 국민과의 약속을 나몰라라 하는 MB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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