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세계의 재판관이 된 미노아 문명의 실제 왕 미노스

그리스 신화에서 미노스(Minos)는 아테네 이전에 고대 그리스 세계의 중심이었던 크레타의 왕이었다. 그는 현재 미노아 문명(미노스 문명 또는 크레타 문명이라고도 함. 기원전 3650년경~기원전 1170년경)으로 알려진 시대의 왕이었으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그를 제우스의 아들로 묘사했다. 미노스는 자신의 아들인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미궁을 만들었고 하데스의 세 재판관(라다만티스, 미노스, 아이아코스) 중 한 명이 되었다. 미노스는 고대 크레타의 역사적 인물이었지만 그의 삶과 통치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화 및 전설과 얽히게 되었다. 역사적 기록과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미노스 왕은 청동기 시대 크레타 섬에서 번성했던 미노아 문명의 통치자였다. 미노아 문명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 문명 중 하나로 에게해 지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노스 왕 통치 당시 크레타의 수도는 문화 및 경제 중심지인 크노소스였다.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 출처>구글 검색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미노스는 올림픽 신들의 왕인 제우스와 페니키아 공주 에우로파의 아들 중 하나였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여인(에우로파)에게 반해 그의 아내인 헤라의 분노를 샀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우스는 스스로 아름다운 황소로 변신했다. 에우로파가 황소의 등에 올라탔을 때 황소는 황급히 바다로 뛰어들어가 그녀를 크레타 섬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제우스는 그녀에게 신들이 만든 많은 선물을 주었고 에우로파는 그의 또 다른 아내가 되었다. 제우스는 황소를 재현하여 황소자리 별자리를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에우로파는 크레타의 첫 번째 여왕이 되었고 그녀의 아들 미노스가 곧 크레타의 왕이 되었다.

 

많은 자료에 따르면 미노스라는 이름은 고대 크레타어로 단순히 ‘왕’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노스라는 이름이 고대 그리스가 등장하기 이전에 제작된 도자기와 벽화에 등장하지만 그것이 왕족을 지칭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일부 현대 작가들은 미노스의 아내와 혈통이 종종 태양신이나 별의 신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미노스가 천문학 신화에서 유래한 이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노스의 명령으로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 출처>구글 검색

 

고대 역사에 실제로 미노스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크레타의 이 지도자는 그리스 이전에 존재했던 제국을 통치한 것처럼 보였고 그의 삶은 그의 도시가 함락된 후에 신화가 되었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크노소스에 있는 거대한 궁전에서 통치했는데 그 유적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크노소스 궁전은 기원전 2000년 이전에 건축되었다고 하며 당시 주변 도시의 인구는 최대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노소스는 두 개의 큰 항구, 수백 개의 신전, 호화로운 알현실이 있는 크레타 북부 해안의 대도시였다. 미노스 신화의 상징처럼 알려진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이 발굴된 적은 없지만 오늘날 많은 고고학자들은 새로운 발견을 계속하고 있다. 크노소스 유적지 근처에서 발견된 도구는 인간이 크레타 섬에 13만 년 넘게 거주했음을 보여준다. 에게해 어귀에 있는 이 섬은 제2차 세계 대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노아 문명은 청동기 시대로 크레타는 당시 지중해 주변에서 무역과 정치의 중심지였다. 미노아 문명은 기원전 3600년경부터 1100년경까지 이어졌고 그리스 제국에 의해 점령되었다. 미노아 제국은 유럽 최초의 문명이었다. 미노아라는 용어는 크노소스 궁전을 발굴한 영국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Arthur Evans. 1851년~1941년)가 명명했다. 1900년에 에반스는 북부 크레타의 언덕 발굴을 시작하여 잃어버린 크노소스 궁전을 발견했다. 그 후 30년 동안 그의 연구는 당시 고대사에 대한 모든 연구의 초석이 되었다. 미노아 문명은 고도로 발전된 사회였다. 크노소스에는 4층짜리 건물이 흔했고 이 도시에는 수로와 하수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크노소스에서 발굴된 도자기와 예술품에는 오래된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복잡한 세부 사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정치와 교육에서 도시의 역할은 파이스토스 원반과 같은 점토 평판과 장치를 통해 반영되었다. 기원전 15세기에 거대한 화산 폭발이 테라 섬(에게 해 남부에 있는 섬)을 휩쓸었다. 이 화산 폭발은 크노소스 파괴로 이어졌고 미노아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크레타가 재건되는 동안 크노소스는 더 이상 고대 세계의 중심이 아니었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는 테세우스. 출처>구글 검색

 

미노타우로스의 탄생은 미노스 왕의 오만함과 그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모욕한 직접적인 결과였다. 엄밀히 말하면 미노스의 자식은 아니었지만 왕은 다른 아들과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포세이돈은 크레타 사람들에게 중요한 신이었고 그들의 왕으로 인정받기 위해 미노스는 자신이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포세이돈은 바다에서 크고 흰 황소를 만들어 왕에게 제물로 바치도록 보냈다. 그러나 미노스는 그 아름다운 황소를 자신이 갖고 싶었다. 그는 포세이돈의 황소를 일반 황소로 바꿔서 거짓 희생제의를 치렀다.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이자 마녀 키르케의 언니였다. 마녀이자 티탄 신족의 딸인 그녀는 그 자체로 강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시파에는 여전히 필멸의 존재에 불과했고 신들의 분노에 취약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에 따르면 포세이돈은 파시파에가 흰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흰 황소에 빠진 파시파에는 위대한 발명가 다이달로스에게 포세이돈의 황소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이 숨을 수 있는 나무 황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흰 황소와 사랑에 빠진 파시파에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반인반우의 거대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이 새로운 괴물을 두려워한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에게 복잡한 미로 즉 미궁을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라고 명령했다. 훗날 미노스는 다이달로스를 그의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미궁에 가두었다.

 

미궁을 탈출하다 추락하는 이카루스. 출처>구글 검색

 

미노스의 가장 유명한 자녀 중 한 명은 아들 안드로게우스였다. 안드로게우스는 위대한 전사이자 운동 선수였으며 아테네에서 열리는 경기에 자주 참석했다. 미노스는 안드로게우스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7년마다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제물로 바칠 것을 요구했다. 안드로게우스는 순전히 필멸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만큼 강력하고 노련했다. 그는 매년 아테네로 가서 신을 숭배하기 위해 열리는 경기에 참가하곤 했다. 안드로게우스는 자신이 참가한 모든 종목에서 승리했다. 고대 그리스의 문법학자이자 작가인 아폴로도로스에 따르면 아이게우스 왕은 이 위대한 전사에게 마라톤 황소를 죽여달라고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미노스의 아들 안드로게우스가 황소의 뿔에 찔려 죽었다. 그러나 플루타르코스와 다른 자료에서는 단순하게 아이게우스가 안드로게우스를 죽였다고 한다. 그는 도시에서 전쟁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델포이의 위대한 신탁은 대신 제물을 바칠 것을 제안했다. 이로써 아테네는 7년마다 비무장한 소년 7명과 소녀 7명을 미노타우로스에게 음식으로 제공해야 했다.

 

오비디우스, 베르길리우스, 플루타르코스를 포함한 많은 그리스 및 로마 역사가들이 테세우스와 그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기록했다. 테세우스가 미노스의 딸이 준 선물 덕분에 미궁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그 선물은 바로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준 실이었다. 영웅 테세우스는 많은 위대한 모험 중 하나를 마치고 아테네에서 쉬고 있을 때 미노스 왕이 명령한 공물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일곱 번째 해가 되었고 추첨을 통해 미노타우로스에게 음식으로 바칠 청년들이 뽑혔다. 분노한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에게 보내질 제물 중 한 사람이 되겠다고 자원했고 희생을 영원히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크레타 섬에 도착한 테세우스는 미노스와 그의 딸 아리아드네를 만났다. 미노타우로스의 제물이 되기 전에 젊은이들을 잘 대접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 기간 동안 아리아드네는 위대한 영웅과 사랑에 빠졌고 테세우스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그 끔찍한 괴물이 실제로 그녀의 이복 오빠라는 사실을 몰랐다. 미노스가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하세계의 재판관이 된 미노스. 출처>구글 검색

 

오비디우스의 책 <헤로이데스>에는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긴 실타래를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테세우스는 미궁의 입구에 실타래 한쪽 끝을 묶고 막다른 골목에 도달할 때마다 실을 풀며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를 마주친 그는 다시 실을 따라 나오기 전에 울퉁불퉁한 몽둥이로 미노타우로스를 죽였다. 미궁을 탈출한 테세우스는 남은 청년들과 아리아드네를 모아 크레타 섬을 탈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을 도와준 크레타의 아름다운 여성을 배신하고 그녀를 낙소스 섬에 버렸다.

 

미노스는 괴물 같은 아들을 죽인 테세우스를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다이달로스가 미궁의 비밀을 아리아드네에게 알려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했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를 그의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미궁에 가뒀다. 미궁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아들 이카루스를 잃은 다이달로스는 미노스의 분노를 피하려면 영원히 숨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코칼로스 왕의 보호를 받는 시칠리아로 가기로 결정했다. 자신을 보호해 준 대가로 다이달로스는 코칼로스 왕에게 인공호수인 카미쿠스의 아크로폴리스와 치유력이 있다고 알려진 온수 욕조를 만들어 주었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가 코칼로스 왕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처벌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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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미노스는 수수께끼를 가지고 새로운 왕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작은 조개 껍데기와 끈을 가지고 있었다. 끈을 깨지지 않게 껍데기에 꿰어 넣은 수 있는 왕은 미노스로부터 엄청난 부를 얻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왕들이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시칠리아의 코칼로스 왕도 이 소식을 듣고 그의 영리한 발명가가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이달로스에게 안전하게 끈을 조개 껍데기에 꿸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다이달로스는 끈 한쪽 끝에 개미를 묶고 껍질 반대편에는 먹이를 좀 놓으라고 말했다. 테세우스가 실을 따라 미궁을 들어갔다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개미는 껍질을 깨지 않고 실을 꿸 수 있었다.

 

미노스는 코칼로스 왕에게 다이달로스를 포기하거나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코칼로스 왕은 섬을 부유하게 만든 다이달로스를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미노스를 죽일 음모를 꾸몄다. 그는 크레타 왕에게 위대한 발명가를 내어 주겠으니 먼저 목욕을 하면서 긴장을 풀라고 말했다. 미노스가 목욕을 하고 있는 동안 코칼로스 왕의 딸들은 펄펄 끓는 물(또는 타르)을 미노스에게 부어 죽였다. 디오도로스 시켈로스에 따르면 코칼로스 왕은 미노스가 목욕 중에 미끄러져 죽었다며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축제에 막대한 재산을 지출함으로써 시칠리아인들은 그것(미노스의 죽음)이 정말로 우연이었다는 것을 나머지 세계에 확신시킬 수 있었다.

 

미노스는 죽은 후 하데스(지하 세계)의 세 명의 재판관 중 한 명이라는 특별한 역할을 맡았다. 그는 그의 형제 라다만토스와 이복형 아이아코스가 이 역할에 합류했다. 플라톤의 저서 <고르기아스>에 따르면 다른 두 사람이 의심스러울 경우 미노스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었으며 인류의 여정에 대한 이 심판은 지극히 공정할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유명한 서사시 <아이네이드>에서 반복되었다. 미노스는 단테(Dante Alighieri. 1265년~1321년. 이탈리아)의 <인페르노>에도 등장한다. 현대 이탈리아 텍스트에서 불의 심판관 미노스는 지옥의 두 번째 원으로 향하는 문에 앉아 죄인이 어느 원에 속하는지 결정한다. 그는 자신을 감싸는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 이미지는 당시 많은 예술 작품에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