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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내년 독서계획은 세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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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소리없이 내리던 눈으로 아무도 걷지 않은 길 위에 내 흔적들을 남기며 서둘러 퇴근했습니다. 저는 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얘기한다면 어릴 때부터 내 머리에 내려앉은 눈이 스르르 녹아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이 싫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비와의 스킨쉽은 기분좋은 경험입니다. 이런 괴팍한 성격탓에 많은 분들과 눈내리는 겨울의 낭만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책이 있고 블로그가 있어 다행입니다. '책블로거'라는 이름으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또 공감하고 있으니까요. 

책으로 만나는 놀이터, 어디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책을 읽고 글을 올리고 또 조잡스럽지만 그 글을 꼼꼼히 읽어주고 댓글 하나로 하루가 행복해지고 블로그가 있어 가능했겠지요. 낯선 이들과 블로거라는 이름으로 친구가 되는 세상, 잘난 놈 못난 놈 블로거라는 계급으로 평등이 이루어지는 세상. 그러나 블로그를 하면서 특히 책블로거로서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닙니다. 늘 고민해야 되고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하는 게 책블로거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제가 많이 게을러졌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들이 내 머리속에만 있고 내 둥지에 놀러온 여러 분들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읽은 책들의 내용과 감상이 아직 정리가 안된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제가 게을러진 탓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12월이 시작되면서부터는 고민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책들을 읽을까? 어떻게 글을 쓸까? 나만의 기획특집은 없을까?....올해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해서 책읽는 것 좋아하고 나만의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소망에 정신없이 보냈지만 내년부터는 좀 더 체계적인 독서를 해보기 위한 고민들이었습니다. 또 자주 찾아주는 이웃 블로거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지만 유쾌한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이 생긴 것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독서가 취미생활의 일부인 사람뿐만 아니라 책세상에 막 빠져보려는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저처럼 책읽기는 좋아하지만 독서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초보 독서가들에게 더더욱 그러하겠죠. 책관련 교양강좌 등에 참석할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고 주위에 조언을 받을만한 사람도 마땅치 않은 저로서는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또 고전과 신화의 재미에 빠져 있지만 중구난방식의 독서로 가끔은 책읽기가 싫증날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읽지 말아야 할 책이란 없다는 것입니다. 평소 독서에 대한 제 소신이기도 합니다. 읽을만한 책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오로지 독자의 판단이겠지요. 그 판단의 근거는 읽어봐야 한다는 것이고요. 또 책이 아닌 시사나 연예, 스포츠, 경제 등을 주제로 활동하는 블로거들에게도 책과 독서는 전문성을 높여주는 기본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책블로거는 더욱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전문서적을 필요로 하는 여타 블로거들과 달리 책 전반을 다루는 책블로거에게 책의 선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내년부터는 좀 더 체계적인 독서를 해보고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저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내년에는 이런 책들을 읽고 싶습니다

언젠가 소박한 독서가님께서 요즘 집중독서를 하고 있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집중독서를 하려면 책 한 권에 관련 책까지 폭넓게 읽어야 되는데 보시다시피 제 글은 책을 읽고 그때그때 감상을 적는 잡글에 불과합니다. 물론 집중독서를 해보고는 싶지만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시간적 여유도 없고 독서에 대한 기본지식도 너무 얇습니다. 나름대로 결정한 내년 독서계획을 미리 시작하는 것 뿐입니다. 매년 작심삼일로 끝나는 새해 계획들이 두려워(?) 앞당겨 시작한 것이죠. 내년에는 이런 책들을 읽고 이런 글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에 대한 고민은 평소 읽고 싶었던 시리즈물을 읽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평소에도 관심이 많은 고전과 신화는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과 [범우사 신화 시리즈]를 한 달에 각각 한 권씩은 읽어볼까 합니다. 몇 년은 걸리겠지요. 그리고 당장 내년에는 창비사의 [20세기 한국소설]을 독파해 볼 작정입니다. 최근에 올리고 있는 이광수나 김동인, 염상섭의 단편소설들이 그것입니다. 아무리 단편이나 중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전체 370편이 넘는지라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닐 것 같습니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소설들이 많지만 나이가 들어 읽으니 또다른 의미로 다가오더군요. 교과서가 말해주던 도식적인 감상을 탈피해보고자 합니다.

또 하나 내년에는 안팎의 금서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이 또한 1년에 끝날 계획은 아니겠지요.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갈 수 없는 미지의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법입니다. 금지된 책, 지금이야 마음껏 읽을 수 있지만 당시에 살았다면 무척이나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을 책, 그 책들이 왜 금서가 됐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그 시대의 사회상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책이 금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걸리버 여행기], [채털리 부인의 사랑], [나비부인] 등이 금서였다죠? 진짜 집중독서와 다양한 자료검색이 요구되는지라 제대로 시작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입니다. 370여편의 단편소설 완독과 희대의 금서 정리, 무모한 도전이지만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생각에 머물고 만다면 제 스스로가 너무도 비겁하게 느껴집니다.  

2010년이 이제 단 하루 남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탁상달력 한 장이 뭐가 그리도 급한지 천장을 향해 꼬부라져 저 혼자 넘어갈 듯 합니다. 저는 아쉬운 게 많은데 이놈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조금이나마 아쉬움도 달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끝과 시작이 있는 이번 주말에는 오랫만에 대전 근교에 있는 작은 산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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