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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올해 읽은 책 중에 한 권만 꼽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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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간에 대해서 정의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후회하는 동물'이라고 말하겠다. 후회라는 말만큼 사람을 사람답게 비춰주는 단어가 있을까?  타인의 평가야 어찌됐건 사람은 잘해도 후회하고 못해도 후회한다. 잘해도 남고 못해도 남는 게 후회고 아쉬움이다. 후회를 한다는 것은 뒤를 돌아봄이다. 뒤를 돌아봄은 반성하는 것이다. 반성은 내일로 가는 여정이다. 내일이란 어제의 후회와 아쉬움이 남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만든 말이지싶다. 완벽한 인간에게서는 사람냄새가 풍기지 않는 법이다. 결코 아름답지 못한 말 '후회'도 포장하고 보니 막 꽃단장을 마친 새악시마냥 화사해 보인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 삶은 내년을 바라는 내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티스토리에 둥지를 튼 2010년, 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책 블로거'라는 애칭을 얻었다. 나를 한마디로 특징지어 준다는 게 가히 싫지만은 않다. 변변치 못한 내 글을 읽어주기 위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블로거들도 꽤 있다. 고맙다. 그래서 후회스럽다. 귀한 손님들을 맞기 위해 나는 정말 정성스레 꾸미고 단장했는지, 혹여 후줄그레한 낯으로 손님을 맞이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내 방에는 20년도 훨씬 넘어 애초에 무슨 색깔이었는지 기억이 가무가물한 5단짜리 책장 하나가 있다. 맨 꼭대기에 조정래의 [아리랑]과 [태백산맥], 김중태의 [해적], 이은성의 [동의보감] 시리즈가 방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아래로는 빛바랜 책들이 빼곡이 쌓여있다. 5단짜리 책장을 둘러싸고는 내 손때 묻은 책들이 벽에 기대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아슬아슬하게 누워들 있다. 다시 읽고 싶어도 꺼내는 게 더 힘들다. 내가 게으른 탓이다.

한쪽 벽을 반쯤 채우고 있는 책들을 중에 올해 읽은 책들에 시선을 옮겨보니 참 다양하게도 읽었다 싶다. 호머의 [일리아스], 모어의 [유토피아], 플라톤의 [향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볼떼르의 [깡디드], 등 고전에서부터 이윤기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비롯한 [페르시아신화], [중국신화] 등 내가 좋아하는 신화 이야기까지...SK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의 [꼴찌를 일등으로], 캡틴 박지성의 [나를 버려라]도 보인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 [운명이다]가 그날의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도. [울지말아요, 티베트]를 비롯한 동화도 몇 권 보인다. [신과 다윈의 시대], [역사의 순간들], [기적의 사과],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그러고 보니 올해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정독을 못해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지 못한 책이 제법 있는 걸 보니 더더욱 그렇다.

지금 읽고 있는 창비사의 [20세기 한국소설]은 오랫동안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고 손 가까운 곳에 올려져 있다. 그 옆에는 문득 박노해 시인이 생각나 찾아낸 [참된 시작]이라는 세월지난 시집 한 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 중에서도 '23'이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다. 경제 관련 책이라곤 달랑 이 한 권 뿐이다.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감명깊고 많은 블로거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을 말하려다 사설만 길어졌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올해 읽은 책 중에 단 한 권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추천하고픈 책이다. 정부와 언론의 장미빛 전망에도 왜 내 삶은 팍팍해지기만 하는 것일까? 요즘 이런 자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경제를 말하지 못한다. 어렵기 때문이다. 아니 많은 경제학자들과 언론이 경제를 너무도 어렵게 설명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 속에 갇혀 농락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나같이 경제를 몰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서적이다. 꼭 읽어보기 바란다. 흥청망청 보내는 연말보다 이 책 한 권으로 의미있는 2010년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책 관련 자세한 소개는 보잘것 없지만 여강여호 리뷰로 대신하고 그래도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장하준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블로거들을 위해 최근 장하준 교수가 한나라당의 초청을 받은 '새로운 자본주의와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강연회에서 했던 발언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참고로 장하준 교수의 발언 내용은 오마이뉴스에서 가져왔음을 밝혀둔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나 생산성은 미국이나 스위스 등의 50%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 달러 나라가 되기 위해 고급산업을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동등하게 경쟁하면서 개발할 수 있겠느냐. 5등짜리 학생이 1등 반에 들어가면 자극이 돼 생산성 증대효과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 실력이 아니다. 시기상조다. 또한 금융규제 완화로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복지국가는 부자한테 돈을 뺏어서 가난한 사람한테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광범위한 복지 혜택을 주는 복지국가야말로, 사회와 경제의 역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국가는 국민에게 기본적인 교육·의료·주거·노후에 대한 보장을 해주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실업보험·재교육 지원 등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는 자유무역에 반대할 것 같은데 미국보다 반대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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