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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카리브해

전 아이티 대통령 뒤발리에가 모델로 삼았던 로아, 바론 사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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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죽음은 누구나 직면하는 필연적인 일이다. 그것은 모든 인간의 운명이다. 그러나 죽음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각 종교는 인간 세계에서 사후 세계로의 전환을 돕는 지침을 제공한다. 아이티 부두교에서는 사메디 남작으로 알려진 로아(Loa.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종교와 신화의 ‘신’ 또는 ‘정령’) 바론 사메디(Baron Samedi)가 이 임무를 수행한다. 바론 사메디라는 이름은 ‘토요일 경卿’ 또는 ‘주主 토요일’이라는 의미로 그는 부두교 로아 중 가장 잘 알려진 신이다. 집권 기간(1957년~1971년) 동안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진보 정책을 추진해 파파독(Papa Doc)이라는 애칭을 얻은 전 아이티 대통령 프랑수아 뒤발리에가 바론 사메디에 대한 개인 숭배를 모델로 삼아 검은 뿔테 안경을 자주 쓴 것으로 유명하다.

 

바론 사메디. 출처>구글 검색

 

아이티와 뉴올리언스에서 부두교는 가톨릭과 아프리카 신앙이 결합해 부두 인형과 상징적인 그림을 포함한 독특한 의식을 형성했다. 따라서 부두교 수행자들은 최고신 본디에(Bondye)를 숭배한다. 그러나 본디에의 존재는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본디에 자체가 인간사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다. 이 일을 대신하는 존재가 바로 로아이다. 로아는 부두교의 기본 정령이며 각각은 삶의 특정 측면을 담당한다. 그들은 또 그들이 수행하는 임무에 따라 역동적이고 변화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로아는 인간과 본디에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로아는 부두교 신도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두교 수련자들은 로아를 언급할 때 항상 존중의 의미로 파파(Papa. 아버지), 만만(Manman. 어머니), 메테르(Meters. 여주인님) 등의 접두사를 사용한다. 로아에 대한 헌신과 존경에 대한 대가로 사람들은 로아로부터 축복과 보호, 호의를 기대한다.

 

로아를 기독교의 천사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각각 자신만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따라서 일상 생활을 헤쳐나가기 위해 부두교 신자들은 로아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려 노력한다. 특정 로아를 위해 만들어진 제단에 제물을 바치고 춤, 음악, 빙의 등의 정교한 의식에 참여함으로써 로아와의 관계를 형성한다. 보통 로아는 라다(Rada), 페트로(Petro), 게데(Ghede) 등 세 부류로 나뉜다. 특히 게데는 죽은 자와 관련이 있는데 그들은 죽은 영혼을 운반하고 불손한 행동을 하며 음란한 농담을 하고 성행위를 모방한 춤을 춘다. 게데는 죽음 속에서도 삶을 축하한다. 게데의 상징색은 검은색이다. 바론 사메디는 아내 마만 브리지테(Maman Brigitte)와 함께 게데족의 우두머리로 알려져 있다. 이 부부는 모두 죽은 자, 지하세계와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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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 사메디는 독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부두교 신자들은 바론 사메디를 그의 상징적인 모자와 함께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모습으로 묘사한다. 된다. 어떤 경우에는 얼굴 대신 해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는 고급 가죽 신발을 신고 있고 시가를 피우며 럼주를 마시고 있다. 그는 더 많은 농담을 하고 럼주를 마시고 시가를 피우며 죽은 자를 사후세계로 초대한다.

 

바론 사메디는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와 타나토스를 합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타나토스처럼 죽은 자를 내세로 인도한다. 반면에 그는 하데스처럼 지하세계를 다스리며 죽은 자들의 영혼이 그곳에 머물도록 보장한다. 그러나 바론 사메디는 하데스나 타나토스처럼 신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죽음의 천사로 인식한다. 바론 사메디는 누가 죽고 누가 계속 살아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단순히 죽은 영혼을 인도하는 정령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권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이승과 저승 사이의 장막이 결코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며 죽은 자가 좀비로 돌아와 산 자를 괴롭히지 않도록 보장한다. 바론 사메디는 죽은 자가 이승과 접촉하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는 또 산 자를 괴롭히는 유럽을 쫓아내도록 소환되며 심지어 죽음을 막아 달라는 요청까지 받을 수 있다. 제물의 여부에 따라 그의 기분은 달라지는데 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물은 블랙 커피, 시가, 매운 럼주 한 잔이면 충분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공주와 개구리'의 파실리에 박사. 출처>구글 검색

 

그러나 그는 정의롭고 친절하며 아이들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그는 아이들이 그를 만나기 전에 즉 죽어서 지하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완전한 삶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또 그런 삶을 살도록 보장한다. 그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는 그가 삶의 가치를 알고 있으며 그가 사후세계로 데려가는 사람이 완전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또한 어떤 질병이나 상처도 치료할 수 있는 생명의 수호자이지만 그 사람을 구할 가치가 있을 때만 그렇게 할 것이다. 그는 강력한 마법에도 꿈쩍 하지 않는다. 그는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바론 사메디는 성욕과 죽음의 융합을 대표하기 때문에 임신을 원하는 여자들의 소환을 받기도 한다.

 

바론 사메디는 다양한 화신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은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자신만의 성격을 예법을 가지고 있다. 바론 사메디의 화신은 바로 바론 라코익스(Baron La Croix), 바론 키미티에레(Baron Cimitiere) 그리고 바론 크리미넬(Baron Criminel)이다. 때때로 이러한 페르소나는 바론 사메디와 강한 연관성을 가진 별도의 존재로 묘사된다. 바론 라코익스는 정교한 죽음의 정령으로 묘사되고 교양과 품위가 있다. 그는 죽음에 대해 매우 철학적이며 죽음을 터무니없고 우습다고 생각한다. 그는 인생이 끝나기 전에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라고 추종자들에게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 바론 키미티에레는 무덤을 파고 망자를 지하세계로 맞이하는 묘지의 수호신이다. 그는 죽은 사람이 방해받지 않도록 무덤을 보호한다. 그는 최고급 시가를 피우며 좋은 술을 마신다. 그러나 바론 키미티에레는 여전히 다른 게데만큼이나 무신경하지만 정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한편 바론 크리미넬은 셋 중 가장 두려운 존재로 알려졌으며 최초의 살인자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들은 신속한 판결이 내려지기를 원할 때 그를 소환한다. 바론 크리미넬에게 빙의된 사람은 외설적인 소리를 지르고 침을 뱉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을 찌르기까지 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검은 닭을 산채로 불태워 제물로 바쳐야 한다. 동물의 비명소리가 바론 크리미넬의 잔인한 본성을 자극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바론 크리미넬의 상징으로는 관, 검은 염소와 수탉, 해골 등이 있다. 그의 옷에 나타나는 검은색과 보라색 색상조차도 이 강력한 로아와 연관되어 있다.

 

바론 사메디는 대중 문화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애니메이션 영화 ‘공주와 개구리’에 등장한 파실리에 박사가 바론 사메디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그의 옷과 해골 가면이 바로 바론 사메디에서 따온 것이다. 007 시리즈 1973년작 ‘죽느냐 사느냐’에서 제프리 홀더는 바론 사메디 역을 연기했다. 또 국민들을 통제의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앞서 언급한 아이티 전 대통령 프랑수아 뒤발리에는 자신을 바론 사메디의 환생이라고 믿었다. 아홉 시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발리에는 바론 사메디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늘 그를 모방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만큼 부두교에서 바론 사메디는 그들의 일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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