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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닐스의 모험>에서 닐스가 괴롭힌 니세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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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재밌게 읽었던 동화 중에 <닐스의 모험>이 있다. 책으로도 읽었지만 아마도 필자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즈음해서 TV로도 방영됐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TV에서 보았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일본 작품이었다. 디지털 시대가 된 지금은 우리나라가 전세계 웹툰 시장을 휩쓸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당시 어린이들의 일요일 아침 잠을 깨웠던 TV 만화영화 중 하나가 바로 <닐스의 모험>이었다. 스웨덴의 셀마 라게를뢰프(1858~1940)가 쓴 <닐스의 모험> 원제는 <닐스 홀게르손의 환상적인 스웨덴 여행>이다. 허구헌 날 부모님 속을 썩이고 농장의 동물들을 괴롭히던 닐스는 어느 일요일 집에서 우연히 니세를 괴롭히다 저주에 걸려 다람쥐만한 난쟁이(또는 니세)가 된다. 그리고는 거위 모르텐을 타고 기러기떼와 함께 스웨덴 모험을 시작한다. 니세가 누구길래 그를 괴롭혔다고 닐스는 난쟁이가 되는 저주에 걸렸을까?

 

닐스는 니세의 저주로 난쟁이가 되었다. 출처>구글 검색

 

스칸디나비아 문화를 둘러본 적이 있다면 눈에 띄는 빨간 모자에 모직 옷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장식된 인형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인형이 바로 니세Nisse(스웨덴의 톰테Tomte, 핀란드의 톤투Tonttu)다. 북유럽 신화에서 니세는 가정을 지키는 정령으로 가족이 이사를 하면 니세도 함께 거처를 옮긴다고 한다. ‘니세Nisse’라는 이름은 ‘산타클로스’를 의미하는 ‘니콜라스Nicholas’의 스칸디나비아 형태인 ‘닐스Nils’에서 유래했다. 즉 <닐스의 모험>의 주인공 닐스가 바로 니세인 셈이다. 현대 스칸디나비아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에 니세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대 스칸디나비아(또는 노르웨이) 민속에서 니세는 사람들과 매우 가까운 곳에 사는 집의 정령(또는 요정)이었다. 사람들은 니세를 주로 키가 작은 아이보다는 노인이라고 상상했다. 그는 노인의 뚜렷한 징후를 가지고 있었는데 얼굴은 양피지처럼 노랗고 오래된 나무뿌리처럼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는 종종 풍성한 수염을 가졌고 농부의 일상복을 입었으며 회색 와드말(거친 실로 짜여져 잔털이 있고 부피가 큰 모직물) 옷과 바지, 긴 저지(일종의 스웨터), 빨간 털모자를 입었다. 그는 몸 전체에 털이 무성했고 작은 생명체 치고는 터무니 없을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숲과 언덕에 사는 난쟁이들이나 건장한 사람들과 달리 니세는 집안이나 헛간에 거주했고 가정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좋았고 장난 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인간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면 많은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늘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노르웨이 크리스마스 카드에 등장한 니세. 출처>구글 검색

 

노르웨이의 성직자이자 민속학자인 안드레아스 페이(Andreas Faye, 1802년~1869년)는 니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니세는 일반적으로 고귀한 존재이다. 친절과 존경으로 대우한다면 그는 기꺼이 도움을 줄 것이다. 그는 우유 배달부를 도와 동물들을 돌보고 주부를 도와 청소하고 물을 길어오고 그 밖에 힘든 일들을 도와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부는 특히 크리스마스 즈음에 그를 화나지 않게 달래거나 그에게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니세는 최고의 지역 요리를 제공받는데 보통 이것은 레프세(철판에 구워 만든 노르웨이의 납작한 빵)와 맥주를 포함한다. 만약 니세가 이것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불쾌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복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배가 고파서 니세에게 주지 않고 혼자 먹은 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니세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소녀가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그녀와 함께 춤을 추었다고 한다.

 

노르웨이 크리스마스 카드에 등장한 니세. 출처>구글 검색

 

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은 좀 더 재미있는 형태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 남동부의 외스트폴드의 전설은 젖소를 돌보기 위해 니세의 도움을 받은 소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니세에게 우유와 간식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어느 날 소녀는 니세에게 새 옷을 짜 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소녀의 이런 행동은 역효과를 낳았다. 어느 날 저녁 니세는 그의 새로운 앙상블(한 벌로 맞춰 입게 만든 옷)을 입고 집에 왔다. 소녀는 당황했고 니세가 이 조그만 헛간에서 몸부림치고 분투하기에는 너무 화려하게 입었다고 생각했다.

 

1800년대 후반의 이야기와 크리스마스 카드를 통해 니세의 이미지가 널리 퍼지게 되었고 스칸디나비아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니세가 산타클로스의 일부 특징들을 채용했지만 헛간에 사는 니세의 오랜 전통은 여전히 노르웨이 크리스마스의 가장 중요한 상징들 중 하나로 남아있다. 심지어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를 위해 죽 한 그릇을 내놓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인의 9% 정도가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이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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