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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서유럽

아일랜드 시골 밤....푸카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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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카Pooka는 ‘고블린Goblin(숲이나 동굴에 산다는 전설상의 생물)’을 의미하는 고대 아일랜드 말이다. 푸카는 Pooka 뿐만 아니라 Púca, Plica, Phuca, Pwwka, Puka, Pookha 등 다양한 형태로 표기되고 있다. ‘푸카Pooka’라는 말의 기원은 ‘자연 정령’을 의미하는 스칸디나비아 말인 ‘푸크Pook’ 또는 ‘푸케Puke’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푸카는 원하는 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푸카는 보통 말, 개, 토끼, 고블린, 노인 등의 형태로 등장한다. 전통적으로 푸카는 길고 거친 갈기와 발광하는 황금 눈을 가진 까맣고 매끈한 말로 여겨진다. 푸카에 대해 항상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그들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했고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상대를 크게 조롱한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푸카는 가장 무서운 요정이었을 것이다. 밤에만 나타나서 대혼란을 일으키고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카에 대한 이런 평가는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어디에도 푸카가 인간에게 해를 끼쳤다는 기록은 없다.

 

푸카는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아일랜드의 모든 시골에는 그곳만의 푸카가 있다. 그들은 말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탁 트인 산지를 좋아한다. 아일랜드의 많은 작은 산악 호수들과 샘들은 ‘푸카’나 ‘악마의 구멍’이라는 뜻의 ‘푸카 풀Pooka Pools’ 또는 ‘폴라푸카Pollaphuca’라고 불린다. 이중 일부는 더블린 시를 흐르는 라이프피 강이나 콜레라인을 관통하는 아일랜드 북부에서 가장 긴 강인 밴 강과 같은 주요 아일랜드 강의 발원지에서 발견된다. 이교도가 기독교로 개종하는 과정인 아일랜드의 기독교화 과정에서 푸카 풀 중 일부는 ‘성 패트릭 샘St. Patrick’s Wells’로 이름이 바뀌었다.

 

아일랜드에는 아직도 푸카에 대한 많은 미신과 관습이 남아 있다. 이런 미신들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푸카에 관한 전설들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나름의 차이도 존재한다.

 

푸카가 말 형태를 띠고 있을 때 그는 인간을 그의 등에 타도록 초대하곤 한다. 즉 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 대상은 보통 술을 마신 이들이나 피곤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때 푸카는 울타리와 바위를 넘어 질주하기 때문에 등에 탄 사람은 생애 가장 거친 여행을 경험할 것이다. 잿빛 새벽이 오면 푸카 등에 탄 사람은 튕겨져 땅에 떨어지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푸카가 즐기는 또 하나의 일은 인간들과 수다를 떨고 인간들에게 특별한 조언이나 예언을 해주는 것이다. 아일랜드 농촌 집들의 대문 오른쪽에는 벤치가 있거나 매끄러운 기둥들이 있는 반면 왼쪽에는 불편해 보이는 언덕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푸카가 오른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왼쪽은 장난꾸러기 요정 스프라이트Sprite(꽃의 요정이라고도 한다)가 앉는다고 한다.

 

푸카는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같은 내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상한 점은 내기 도중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아일랜드에서는 주로 10월 31일과 11월 1일을 푸카의 날로 기념한다. 이것은 수확철과 일치하고 또 수확이 끝난 뒤 리퍼Reaper(어두운 망토를 입고 낫을 휘두르는 죽음의 사신)에게 농산물 줄기 몇 개를 남겨야 하는 전통 풍습과도 일치한다. 이는 푸카를 달래기 위한 행위로 아일랜드에서는 맑은 날 비가 오면 그날 밤 반드시 푸카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또한 하룻밤 사이에 서리가 내린 열매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서리는 푸카의 침으로 이 침은 열매를 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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