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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전사의 도시 스파르타에 웃음의 신 겔로스 신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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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 ‘일노일노 일소일소’… 세상에 웃는 얼굴보다 더 예쁘고 잘 생긴 얼굴이 있을까? 웃음에 관한 수많은 속담과 격언은 웃음이 가진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웃음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도 있다고 한다. ‘겔로톨로지Gelotology’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말로 정확히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웃음학’ 정도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겔로톨로지는 웃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겔로스Gelos’에서 왔는데 겔로스는 건강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헬레Hele’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헬레는 또 건강을 의미하는 영어 ‘헬스Health’의 어원이다. 웃음과 건강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그리스 신화에서 겔로스Gelos는 웃음을 의인화한 신이었다. 로마 시대 그리스 렘노스 출신  소피스트 필로스트라투스(Philostratus, 170년~250년)에 따르면 겔로스는 코무스Comus(축제의 신)와 함께 디오니소스Dionysus를 수행했다고 한다.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르크(Plutarch, 46년~120년)는 스파르타의 전설적인 입법자 리쿠르구스(Lycurgus, BC 800년~BC 730년)가 신에게 겔로스의 작은 조각상을 바쳤다고 전했다. 또 스파르타에는 타나토스(죽음), 포보스(공포) 등의 의인화된 신들 뿐만 아니라 겔로스의 신전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리수스Risus는 웃음의 신 겔로스의 로마 이름이었다.  고대 로마의 작가 아풀레이우스(Apuleius, 124년~170년)는 리수스(겔로스) 신을 기리는 축제가 테살리리아에서 열렸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축제가 열렸는지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겔로스에 얼마 되지않은 기록 중에 스파르타에 그의 신전이 있었다는 것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스파르타 사람들은 전쟁의 신만 숭배했을 것 같으니 말이다. 혹시 겔로스가 웃음의 신 뿐만 아니라 전쟁의 신도 겸하고 있었을까? 웃음과 군사적으로 조직된 스파르타가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남아있는 기록에서 스파르타가 웃음의 신 겔로스의 신전이 있었던 유일한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스파르타인들은 인간 존재의 가장 어두운 면인 잔혹한 성정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웃음을 더 강조했을지도 모른다.

 

스파르타와 스파르타라는 단어는 지극히 군사적인 생활을 상징한다. 물론 웃음, 유머, 재치 등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고대 그리스 도시는 더더욱 아니다. 죽음에 직면해 호기성 농담을 하는 스파르타 전사의 이미지는 이 이상한 도시 국가의 역설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실제 고대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군사적이고 잔인한 스파르타인은 또한 가장 재치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스파르타에 웃음의 신 겔로스 신전과 동상이 있었다는 기록이 결코 과장된 주장된 아니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수사학에서 간결하고 함축적인 축약어법을 일컫는 영어 라코닉Laconic은 펠레폰네소스 남동부에 위치한 라코니아Laconia(현 소재지는 스파르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플루타르크는 라코닉 말들라코니아 여성들의 말들을 모아 인기를 얻었으며 이 축약어법은 지금도 현대 연설가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특히 희극배우들은 이 기법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스파르타는 전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이 간결하고 지적인 축약어법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에스키모인들은 눈에 관한 20여 개의 서로 다른 단어를 가지고 있는데 고대 그리스인들도 웃음을 묘사하는 많은 단어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고전 아테네 시대에는 이야기꾼들을 위한 전용 모임장소가 있었고 그곳에서 마케도니아의 필립 2세(Philip Ⅱ, BC 382년~BC 336년) 왕도 웃음을 즐겼고 이야기 작가들에게 희극을 써 공연할 것을 의뢰하기도 했다. 농담이나 유머를 처음 책으로 엮은 이도 고대 그리스인들이었다. 사실 3세기경에는 필로겔로스Philogelos 또는 웃음 애호가라는 제목의 책도 있었다.


또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멸의 올림포스 신들이 억제할 수 없는 웃음으로 영원한 지속적인 행복의 상태에 있었다고 믿었다. 사실 데메테르 찬양에서 그녀는 딸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낙담하고 있었다. 데메테르는 올림포스 신들에게 항의하고 비교가 일어나고 있던 그리스의 고대 도시 엘레우시스에서 위안을 받았다. 주변 지역의 여왕이기도 했던 엘레우시스의 여사제는 고대 신화에서 유일한 여성 희극배우를 초대할 생각이었다. 이 여성 희극배우는 단장격(Iambic meter, 강세를 받지 않는 음절 뒤에 강세를 받는 음절이 나오는 음보)으로 낭송한 무례한 농담 때문에 이암베Iambe라고 불렸다. 슬픔에 빠졌던 데메테르가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 희극배우 이암베는 그녀의 이름에 그리스인들이 모욕과 풍자적 학대의 시를 위해 사용했던 시적 운율을 주었다. 그것은 아마도 선사시대 의식과 의식의 외설과 농담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스파르타의 군사력과 유머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 전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웃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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