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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우가리트

풍산과 전쟁의 여신, 아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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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트Anat는 우가리트(또는 가나안) 판테온의 전쟁 여신으로 전사이자 궁수이다. 그녀는 폭력적인 성격으로 살육을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기원전 14세기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우가리트 토판에 따르면 아나트는 그의 오빠인 폭풍의 신 바알Baal과 함께 곡식을 시들게 하는 건기의 열기를 상징하는 죽음과 불모의 신 모트Mot와 싸웠다. 하지만 전쟁은 모트의 승리로 끝났고 바알은 죽음의 땅으로 추방되었다. 이 때 아나트는 지하세계를 드나들 수 있었던 태양 여신 샤파쉬Shapash의 도움을 받아 바알을 부활시켰다. 또한 아나트는 바알에 대한 복수로 모트를 죽인 다음 곡식처럼 산산조각 내어 땅에 심었다. 바알과 모트는 우기와 건기 또는 삶과 죽음을 상징한다. 아나트는 모트를 갈아 곡식처럼 뿌림으로써 다가올 풍요의 계절을 허락하고 뿌려진 모트의 잔해는 다음 해 풍성한 수확으로 새로 태어날 것이다.

 

아나트. 출처>구글 검색

아나트가 전투에 참여하기 전 그녀는 헤나와 용연향을 바르고 샤프론[금색]과 뿔소라[자주색]로 염색한 옷을 입었다. 그리고 나서 바알의 적들을 살육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녀의 칼에 잘려나간 적들의 머리를 등에 걸치고, 자른 손들은 허리춤에 매달았다. 그녀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듯 크게 웃었다. 아나트는 부상당한 전사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상처 난 허벅지에 붕대를 감았다. 살육의 전쟁이 끝났을 때 그녀는 폭풍의 신 바알이 내려준 물에 몸을 씻고 다시 한 번 용연향을 몸에 발랐다.

 

아나트를 보통 ‘처녀’로 부르기도 했지만 그녀는 또한 아일랜드의 물과 성욕의 여신 모리건Morrigan처럼 강력한 성욕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아나트는 바알의 배우자가 아니었음에도 그들은 암소와 황소의 형상으로 교미를 한 뒤 77명의 자식들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아나트를 지칭하는 ‘처녀’의 개념은 ‘독립적인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나트는 신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엘El의 딸이었지만 그녀는 오빠인 바알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엘을 위협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만약 엘이 다른 모든 신들이 가진 것처럼 화려한 궁전을 바알에게 허용하지 않을 때 그녀는 “나는 바알을 양처럼 대지로 끌어내릴 것이다. 나는 그(엘)의 흰 머리를 피로 물들일 것이며, 그의 흰 턱수염도 피로 낭자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그녀를 달래기 위해 제물을 바쳤고 위대한 평화의 시대를 기원했다.

 

아나트는 또한 이집트에서도 숭배되었다. 이집트에서 아나트는 세트Seth의 배우자로 인식되기도 했는데 그녀의 성적인 측면은 풍요의 신 민Min과도 연결되었다. 특히 아나트 숭배는 이집트 신왕조 시대에 성행했는데 그녀는 람세스 2세의 수호신 중 한 명이었다. 람세스 2세는 심지어 그의 딸들을 ‘아나트의 여자들’ 또는 ‘아나트의 딸들’로 부르기도 했다. 아나트는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오랜 관습을 끊기 위해 필요한 끝과 희생을 상징한다. 이런 의미에서 황폐해진 땅은 다시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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