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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시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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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빌딩숲 틈새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가을도 어느덧 겨울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9월 마지막 날이다. 가을 맛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매서운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 건 인간의 욕심을 보다못한 크로노스의 분노일 것이다.

그래도 10월은 여전히 가을을 대표하는 달이 아닌가 싶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비단 어느 가수만의 향수는 아닐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풀벌레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바람에 속절없이 하늘거리는 가녀린 코스모스도 볼 수 없는 이 도심 속에서 나만의 가을을 무엇으로 채워볼까? 아무래도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도 계절을 대하는 나의 의무는 아닐까? 연인의 손길보다 보드라운 갈바람과 팔등신 미녀보다 매혹적인 갈빛의 유혹을 떨쳐내고 고작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을 나를 바보라 부른다면 더 이상 할말이 없다.

2010년 시월엔 다독보다는 정독을 선택하고자 한다. 술술 읽는 책보다는 몇 번이고 덮을 수밖에 없는 책을 읽고 싶다. 읽었던 책 중에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읽고 싶다. 고전의 향기에, 신화의 신비함 속에 정신없이 빠져보고 싶다. 10월의 마지막 밤, 나의 가을을 이 세권의 책으로 노래하고 싶다.

1. 깡디드/볼테르  

나의 무관심 속에 5년 동안 책장 한귀퉁이에서 먼지만 수북히 껴안고 있는 놈이다. 철학책이 주는 거리감이 그를 긴 시간동안 방치하고 말았다. 5년이란 세월이 나를 조금이라도 성숙시켜 주었다면 깡디드와 멋진 동무가 될 수 있으리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볼테르의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는 책이 바로 [깡디드]다. [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 지드가 "만권의 세계 문학 가운데서 10권밖에 가질 수 없다면 성경과 세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볼테르의 [깡디드]를 선택하겠다"고 극찬한 책이 [깡디드]다. 

주인공 깡디드가 엘도라도를 포기하고 초라하게 밭을 일구는 노인을 보고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일구어야 한다." 

볼테르는 필명으로 본명은 프랑스와 마리 아루에로 당시 권력자를 풍자한 글을 쓴 죄로 그 유명한 바스티유 감옥에 갇혔을 때 [와디프]라는 책을 쓰면서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쪽에도 못미치는 얇은 책이지만 조용한 사색과 사고를 집중해야 할 것 같다. 호수처럼....

2. 삼국유사/일연  

대학 새내기 시절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는 학회에서 활동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그러고 보니 거의 20년 가까이 책장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셈이다. 한글반 한자반에 당최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로 읽다 덮고를 반복하다 정작 제대로 된 완독은 해 본적이 없는 책이기도 하다. 2010년 시월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

교과서에서 수도 없이 배웠던 [삼국유사], 그러나 교과서 밖에서는 글쎄....한 승려의 수고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반만년 역사의 기록을 오로지 중국 역사서에 의존해야만 했을 것이다.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의 속명은 김건명이다. 14세에 출가해 승려가 되었고 78세에 국사가 되었다. 그러나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명예를 포기하고 인각사로 옮긴 후 저술한 책이 [삼국유사]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역사서인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정사라면 일연의 [삼국유사]는 야사에 가깝다.

단군신화, 주몽과 박혁거세 탄생설화, 연오랑 세오녀 설화 등이 모두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이야기다. [선덕여왕]이나 [주몽], 최근의  [김수로]등 고려시대 이전 사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국유사]가 필독서임에 틀림없다. [삼국유사]가 지닌 또 하나의 가치라면 향가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시월엔 내가 한반도에 발을 딛게 된 이력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3. 페르시아 신화/대영박물관 신화 총서  

2007년 [300]이라는 영화가 히트한 적이 있다. 스파르타의 식스팩 전사 300명이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100만 페르시아 대군과 맞서 그리스를 지켜내는 스토리였다.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 내용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를 지나치게 미개한 민족으로 묘사했기 때문이었다. 역사 속 진실은 당시 페르시아가 세계 최고의 문명국가였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헐리우드의 영웅주의와 서구 우월적 영화들은 동양문화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종종 드러내곤 했다.

신화읽기를 좋아한다. 신을 믿고 신화를 믿는 건 아니지만 신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을 믿기 때문이다.  [페르시아 신화]는 배화교로 배웠던 조로아스터교에서 드러나는 신들의 선악을 둘러싼 행적들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구전되다 파르티아 왕조와 사산 왕조에 이르러 문자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페르시아는 지금의 이란과 근방을 포함한 지역을 통치했던 고대 국가다.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의 많은 이야기들도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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