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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이집트

대지의 신 게브(Geb)에 얽힌 다양한 전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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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신 게브(Geb, 아래 팔꿈치를 기대고 누워 있는 신). 출처>구글 검색

게브(Geb)는 고대 이집트 판테온에서 널리 알려진 대지의 신이었다. 게브라는 이름 자체는 ‘약한 자’, ‘발을 절뚝거리는 자’라는 뜻이지만 그는 이집트 신들의 강력한 왕 중 하나였다. 게브는 태양 신을 도와 태양 범선이 죽은 자들을 사후세계로 인도하고 여행 중인 영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임무를 맡았다. 게브는 가끔 아픈 사람들 특히 자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소환되었다. 이집트 사회에서 게브의 역할은 무한대였으며 그의 강력한 신화는 오늘날에도 살아있다.

게브는 그의 숭배자들에게 양면성을 지닌 신이기도 하다. 게브는 그의 웃음소리로 지진을 일으키기도 하고 이유 없이 가뭄을 초래하기도 한다. 대지의 신으로써 게브는 이집트를 다른 지역으로부터 분리시켜 거대한 사막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게브는 한없이 온화한 신이기도 하다. 결국 그는 나일강 주변에 비옥한 땅을 만들었다. 게브의 영향 아래 사람들은 풍요로운 수확과 가축을 살찌울 수 있는 충분한 농작물을 누리게 될 것이다.

게브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헬리오폴리스가 게브 신앙의 중심지였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현재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 근처에 있는 헬리오폴리스는 고대 이집트 창조 신화의 발원지였다. 이집트 창조신화는 존재의 시작인 아툼을 통해 묘사된다. 아툼은 모든 신들의 창조자이자 신들의 왕이었다.

이집트 판테온에서 대지의 신은 많은 고대 사회의 전설들과 연결돼 있다. 헬리오폴리스 창조신화에서 게브는 부모인 슈와 테프누트에 의해 창조된 후 누이이자 하늘의 여신인 누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게브의 아버지이자 공기의 신인 슈는 이 상황에 분노했고 둘 사이에 자신을 위치시킴으로써 물리적으로 게브와 누트를 분리시켰다. 이 신화는 공기(슈)가 대지(게브)와 하늘(누트) 사이에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게브에 관한 또 다른 신화는 그의 자손 즉 세트와 호루스 사이의 전투와 관련이 있다. 세트와 호루스는 이집트 패권을 두고 싸웠는데 이런 내분은 점차 게브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게브는 두 아들에게 각각의 권력을 나누어 줌으로써 둘을 달랬다. 즉 하이집트의 통치권은 호루스에게 주었고 세트에게는 상이집트를 다스리게 했다. 게브의 공정한 판단은 많은 이집트인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현대의 중재 기술에 영향을 주었다.

게브는 강력한 두 신의 결합으로 태어났다. 대부분의 신들과 달리 그의 부모들은 궁극의 이집트 창조신 아툼에 의해 창조되었다. 아툼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기생식으로 태초의 혼돈 또는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바다인 눈(Nun)에 밝은 빛을 주었다. 게브는 남성성과 여성성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생명을 창조할 수 있었다. 결국 빛을 만든 후 공기의 신 슈와 습기의 신 테프누트를 창조했다.

슈와 테프누트는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를 낳았다. 게브와 누트는 남매였지만 서로 사랑에 빠져 강력한 신들을 낳았다. 게브와 누트가 낳은 자식들이 바로 죽음의 신 오시리스, 통치권의 여신 이시스, 악의 신 세트, 장례의 여신 네프티스였다. 몇몇 신화에 따르면 게브는 또 호루스의 아버지였다고도 한다.

강력한 이집트 판테온의 대지의 신은 그의 직계 가족들과 함께 엔네아드(Ennead)를 결성했다. 엔네아드는 ‘아홉 명의 그룹’이라는 뜻이다. 이들 아홉 명의 신들은 고대 이집트의 자연적이고 정치적 질서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 강력한 힘을 상징했다.

대지의 신 게브는 어둡거나 초록색 피부를 가진 남자로 그려진다. 그의 피부색은 나일 강 주변의 비옥한 토양과 식물의 성장, 고대 생명의 색을 상징했다. 더불어 게브는 오시리스와 관련이 있는 흰 날개 달린 아테프 왕관(Atef Crown)을 쓰고 나타난다. 또 게브의 신성한 동물인 거위를 동반하기도 한다. 때로 그의 머리는 생명체와 대지의 상징과 관련이 있는 뱀의 그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게브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대지의 신이 그의 배우자이자 하늘의 신인 누트 아래에서 아버지이자 공기의 신인 슈의 지탱을 받고 누워있는 모습이다. 게브는 한쪽 팔꿈치를 기대고 팔은 위를 향한 채 무릎을 꿇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대지와 하늘과 대기의 관계를 상징한다. 또 게브의 팔은 계곡과 언덕으로 묘사되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은 계곡과 언덕을 ‘게브의 집’으로 언급했다.

가장 오래된 게브의 출현은 기원전 2670년 경 죠세르 왕이 통치하던 고대 이집트 제3왕조로 거슬러 올라간다. 헬리오폴리스에서 발견된 깨진 조각들에는 동물들을 의인화한 이집트 신들이 등장한다. 후에 게브는 숫양, 황소, 악어 등으로 묘사된다. 후자의 묘사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사후세계에 안전하게 전달해 주는 고대 주문들의 모음집인 <죽음의 서>에서 찾을 수 있다.

게브의 주요 상징은 거위였다. 전설에 따르면 게브는 새로 변신할 수 있었다. 거위 그 자체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무성한 삶을 상징했다. 일부 이집트 학자들은 게브와 거위의 관계는 창조신으로써의 거위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논쟁의 여지가 다분한 이 신화는 창조주로써 거위는 세상과 태양과 대지가 싹을 틔울 공간인 알을 낳았다는 것이다.

게브는 뱀과도 많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뱀의 문자 그대로의 해석 중 하나는 ‘대지의 아들’이었다. <죽음의 서>에서 게브는 뱀 창초물인 네헤브카우(Nehebkau)의 아버지로 묘사되었다.

대부분의 다신교에서는 대지를 감시하거나 구현하거나 상징하기 위한 신을 가지고 있었다. 유명한 서양의 사상인 ‘어머니로써의 대지’와 비슷하게 게브는 대지를 구체화했고 지리, 지진, 가뭄, 토양의 번식력 그리고 대지의 구성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당했다. 이런 대지와 관련된 신들은 나중에 세분화되기에 이르는데 가령 켈트 신화에서 난토수엘타(Nantosuelta)가 대지의 신이었지만 비리디오스(Viridios)라는 식물의 신이 존재하기도 했다.

게브와 유사한 다른 지역의 신들로는 인도의 다라(Dhara), 수메르의 에메쉬(Emesh), 중국의 후토(后土, Houtu), 슬라브의 벨레스(Veles) 등이 있다. 고대 이집트 대지의 신 게브는 가끔 그리스의 크로노스(Kronos)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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