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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피그말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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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피그말리온 - 10점
조지 버나드 쇼 지음, 신정옥 옮김/종합출판범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사이프러스섬에 독신인 한 조각가가 살고 있었다. 그에게 친구라곤 그가 직접 깎은 여인의 조각상 뿐이었다. 한편 이 여인의 조각상은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어졌는지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았고 석상에 손을 대면 피부가 살포시 눌릴 것만 같았다. 결국 그는 여인의 조각상을 볼 때마다 가슴 설레이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는 매일매일 기도했다. 이 여인의 조각상이 자신의 아내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거듭되는 그의 기도에 감동받았던지,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 여인 조각상을 실제 처녀의 몸으로 만들어 주었다. 꿈을 이룬 조각가는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감사 기도를 드린 후 처녀(갈라테이아)와 결혼해서 아들까지 낳았다고 한다. 이 독신 조각가의 이름이 바로 '피그말리온'이다.

피그말리온 신화는 20세기 들어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교육학 이론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끊임없는 기대와 칭찬이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뜻일게다.

"myfairlady.jpg"

피그말리온 신화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 아일랜드)의 연극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은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이 연극은 다시 오드리 햅번 주연의 <My Fair Lady, 귀여운 여인>으로 스크린까지 진출하게 된다. 버나드 쇼는 [피그말리온]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계급 제도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자신의 사회개혁적 이상주의를 연극을 통해 실현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음성학자인 히긴스는 친구인 히커링 대령과 꽃파는 처녀인 일라이자의 상스러운 발음을 교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내기를 하게 된다. 거리에서 꽃만 팔던 처녀 일라이자에게 발음 교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엿한 숙녀가 되고자 했던 일라이자와 히긴스 교수의 천부적 재능으로 발음 교정에 성공하고 일라이자는 상류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발음 교정 내기를 하는 동안 일라이자와 히긴스 교수는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교수였던 히긴스 교수는 속물근성을 보이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만다. 또한 발음 교정과 교육을 통해 독립적인 여성이 된 일라이자도 더 이상 전과 같이 복종만 하는 구시대적 여자가 아니었다. 끝내 둘의 사랑은 끝내 이루질 수 없는 러브 스토리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일라이자

내가 원하는 건 그것이 아니예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나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자는 얼마든지 있어요. 프레디 힐은 하루에도 두 번 세 번 나한테 편지를 써서 보내요. 길고도 긴 편지를요,

히긴스

(놀래서 불쾌하게)몰염치하다!(뒷걸음치다 주저않게 된다)

일라이자

그 사람도 원하는 대로 할 권리가 있어요. 그리고 날 사랑하고 있어요.

히긴스

(오토만 의자에서 떨어져) 넌 그자를 충동할 권리가 없어.

일라이자

소녀는 누구든 사랑받을 권리가 있어요.

히긴스

뭐! 그런 바보들한테 말이냐?

[피그말리온]은 일라이자와 히긴스 교수의 발음 교정과 사랑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전체적인 줄거리를 형성하고 있지만 사실 버나드 쇼는 사회 변혁을 위한 교육적 연극을 의도했다고 한다. 물론 그의 이런 정신은 비단 [피그말리온]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버나드 쇼가 사회개혁적 이상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도구가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신분은 세습적 결과물이 아니라 교육과 학습을 통해 충분히 극복가능하다는 메시지만은 분명한 것 같다. 기대와 희망을 저 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인순이의 '거위의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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