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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9 비올레타의 동백꽃이 참죽나무가 된 사연 (13)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미모의 무희 비올레타와 프로방스 출신의 순정적인 청년 알프레도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가 생경한 독자도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유명한 '축배의 노래, Libiamo ne’ lieti calici'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첫 눈에 반한 장면에서 둘이 부른 노래가 바로 '축배의 노래, Libiamo ne’ lieti calici'다.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가 작곡한 '라트라비아타'는 185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처음으로 공연됐고,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1월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였다. 오페라 '춘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될 당시 좌우 대립이 극렬했던 정치적 혼란기였고 해방 후 아직 정부 수립도 되기 전인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10회 공연되는 동안 전회 매진됐다고 한다. 

 

참고로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원작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fils, 1824~1895, 설가, 프랑스)의 소설 <La Dame aux camelias>이다.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La Dame aux camelias>의 작가 알렉상드로 뒤마가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의 작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의 작가는 알렉상드로 뒤마의 아버지인 알렉상드로 뒤마(Alexandre Dumas, 1802~1870, 소설가, 프랑스)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같다보니 헛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왜곡이 발생하고 말았다. '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가 항상 동백꽃을 달고 다녔다고 해서 지어진 우리말 이름 '춘희'의 한자를 풀이해 보면 엉뚱하게도 '참죽나무 부인'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춘희'의 '椿'자는 동백나무가 아닌 '참죽나무 춘'이라는 것이다. 엄연히 잘못된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춘희'를 '동백 부인' 또는 '동백 아가씨'로 부르고 있다. 도대체 어떡하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가 '글자 따로', '의미 따로'가 돼 버렸을까.

 

국어 연구가 미승우에 따르면 '라트라비아타'의 최초 번역자가 아무 생각없이 일본말을 베낀 데서 이런 오류가 발생했다고 한다. 즉 일본 사람들이 한자로 '椿姬'라고 쓴 것을 그대로 흉내 낸 데서 잘못 붙여진 이름이란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가 늘 동백꽃을 달고 다녔다고 해서 번역하는 과정에서 '동백 아가씨'를 염두에 두고 '춘희'라는 한국어로 번역했는데 정작 '춘희'의 '춘椿'자는 동백나무가 아니라 참죽나무를 의미한다는 것.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오페라 '춘희'는 일본에서도 제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椿'의 일본어 발음은 '짠' 또는 '찐'이다. 그리고 이 글자는 '동백나무'가 아니라 '참죽나무'를 뜻한다. 그래서 '라트라비아타'가 처음으로 일본어로 번역될 당시 '춘희'의 '椿'자는 올바른 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말썽이 많았다고 한다. 그 말썽 많은 글자를 우리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대로 베껴스고 있는 것이다. 잘못 알고 있는 일부 일본 사람들은 '춘'를 '쯔바끼'라고 읽는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동백꽃'의 일본말은 '다마쯔바끼'이다. '쯔바끼'와 '다마쯔바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동백나무'와 '참죽나무'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다음백과사전에는 두 식물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동백나무 [Camellia japonica]

차나무과(茶―科 Theaceae)에 속하는 상록교목

때때로 줄기 밑동에서 많은 가지들이 나와 관목처럼 자라기도 한다. 수피(樹皮)는 회색빛이 도는 갈색이며 미끈하다. 잎은 가죽처럼 두껍고 어긋나며 앞면은 광택이 나는 짙은 초록색이나 뒷면은 노란색이 섞여 있는 초록색이다. 잎가장자리에는 끝이 뭉툭한 톱니들이 있다. 꽃은 빨간색이며 겨울에 1송이씩 잎겨드랑이나 가지끝에 핀다. 꽃잎은 5~7장이지만 꽃잎의 아래쪽은 서로 감싸고 있으며 꽃받침잎은 5장이다. 수술은 많고 기둥처럼 동그랗게 모여 있으며 수술대는 흰색, 꽃밥은 노란색이다. 암술대는 3갈래로 갈라졌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가을에 구형(球形)으로 익으며 3갈래로 벌어지는데 그속에는 진한 갈색의 씨가 들어 있다. 꽃의 밑에서 화밀(花蜜)이 많이 나오며 동박새가 이것을 먹는 틈에 꽃가루받이가 일어나므로 대표적인 조매화(鳥媒花)이다. 한국·일본·타이완·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참죽나무 [Cedrela sinensis]

멀구슬나무과(─科 Meliaceae)에 속하는 낙엽교목

키는 약 20m에 달한다. 수피(樹皮)는 흑갈색, 가지는 암갈색이지만 어린가지는 회갈색으로 털이 점차 없어진다. 길이가 60㎝ 정도인 잎은 깃털 모양의 겹잎으로 어긋나는데 피침형 또는 긴 타원형의 잔잎은 10~20개이며 길이가 약 8∼15㎝이다. 잎의 윗면에는 털이 없지만 아랫면의 맥 위에는 털이 있기도 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작은 톱니가 있다. 종(鐘) 모양의 작은 꽃은 6월에 원추(圓錐)꽃차례를 이루며 하얗게 무리져 핀다. 나무는 울타리나 정원수로 사용하고, 어린잎은 식용한다. 목재는 가구재로 사용하고, 뿌리의 껍질은 수렴제나 지사제로 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이고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로 '과科'가 아예 다른 식물이다. 동백꽃이 붉은 반면 참죽나무 꽃은 자질구레한 연한 백색이다. 의미의 왜곡 여부를 떠나 어떤 꽃이 '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에게 어울리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고로 '춘희'는 '동백 부인'으로 불러야 맞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라트라비아타'의 원작인 소설 <La Dame aux camelias>의 제목에서 이미 '춘희'가 잘못된 번역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소설 제목에 나오는 'camelias'는 동백꽃의 학명인 'camelia'와 같으며 '춘희'의 '춘'은 '참죽나무'를 뜻하는 '椿'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참고로 소설에서는 주인공 이름이 비올레타가 아니라 '마르그리트'이다.

 

유행가 가사에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말은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전혀 다른 의미의 말이 생겨나고 만다. 일제교육을 받았던 지식인들이 일본 것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봤던 문화적 사대주의의 결과가 바로 오페라 '춘희'의 이름에 얽힌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한편 '동백 아가씨'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고 굳이 한자어를 쓰려는 일부 지식인들의 현학적 태도가 이런 번역상 오류를 초래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Posted by 사용자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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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오주르디 2012.09.19 10:27

    그렇군요.이제부터 동백아가씨라고 해야 겠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manimo.tistory.com BlogIcon 바람을가르다 2012.09.19 10:43 신고

    오...
    그렇구나.
    한자를 모르면
    그렇게 다들 잘못 생각했겠네요.
    한자를 알고도 오페라에 관심없으면
    제목보고 참죽나무아가씨라고 했을거고.
    음..
    잘못 번역해서널리 알려지면 정말 문제가.,.
    암튼 하나 배우고 갑니다.
    덤으로 뒤마 부자얘기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구요~~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朱雀 2012.09.19 10:56 신고

    참 <라트라비아타>가 <춘희>로 번역한 것에 이런 일화가 있었군요.
    새삼 고민없이 번역하는 이들의 행동에 부끄러움이 느껴질 따름입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ww.smpark.kr BlogIcon 풀칠아비 2012.09.19 11:45

    뒤마 부자가 나누어서 쓴 작품들이었군요. 대단한 부자라는 생각도 들고요.
    번역 오류의 여파가 길게 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월이 더 지나면 바로잡기가 더
    힘들어지겠지요.
    더군다나 일본 것을 따라하다 생긴 오류라니 하루빨리 바로 잡아졌으면 좋겠네요.
    잘 배우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daddymoo.tistory.com BlogIcon 아빠소 2012.09.19 13:50 신고

    얼마전 읽었던 음악책에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의 원곡 제목이 엘리제가 아니었다는
    대목이 생각납니다. 후대에 악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그 악보의 주인이었던 여성이름은
    생각지 못하고 베토벤이 악보에 흘려쓴 스펠을 보고 엘리제로 잘못 읽었다는 일화~
    일종에 춘희도 그런 식이로군요~

  6. addr | edit/del | reply 액션가면 2012.09.19 14:18

    님의 글을 읽고 내 자신도 본 적은 없지만 '춘희'라는 제목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는 점에서 느낀바가 크네요. 비단 '춘희'뿐일까요. 일제가 남겨놓은 폐해를 뿌리 뽑기보다는 기생식물을 내버려둠으로써 토착식물을 고사시키는 상황이 우리의 현재이지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해야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7.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2.09.19 14:24 신고

    이런 경우를 두고 식자우환이라고 하는지요?
    동네이름이며 지명을 한자로 고치다 웃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새로운 사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8.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daum.net/2losaria BlogIcon 굄돌 2012.09.19 14:59

    라트라비에타의 절정 부분이 금세 떠오르네요.
    지금만 같아도 인터넷이 발달되어
    문제 부분이 금방금방 발견되기도 할 텐데
    정말 옛날은 옛날이네요.^^

  9.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ah99 BlogIcon 주리니 2012.09.19 16:41

    흥미로운 사실을 덕분에 알았습니다.
    그냥 우리말로 쉽게 썼슴 좋았을텐데...

  10.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ibio.tistory.com BlogIcon 나비오 2012.09.19 17:31 신고

    베르디의 오페라만 생각했는데
    뒤마의 원작이 있었군요
    춘희라 하여 저는 술집 여자라는 교육까지 받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참 무지의 역사였네요 ~~

  1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woorinews.tistory.com BlogIcon 도서출판 문학과감성 2012.09.19 23:21 신고

    안녕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1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naver.com/anwlrornrrk BlogIcon 2012.09.20 03:00

    그렇군요. 잘 읽었습니다.

  1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naver.com/yeowonagain BlogIcon 여원 김대변인 2013.06.04 23:06

    감사합니다.
    저도 라트라비아타가 춘희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이유를 알긴 합니다만,
    이번 제 포스팅의 주제는 갑과 을의 맞장뜨기여서,
    동백 얘기는 길게 안 했습니다.
    연이나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께서
    이렇게 좋은 글 주시니 영광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