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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아무리 바빠도 책 읽을 시간은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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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책 읽을 시간은 냅니다."

 

필자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중 가장 격무에 시달린다는 소방관들의 얘기다. 24시간 비상대기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을 이들이 짬짬이 주어진 시간에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이들에 비하면 한가한 시간이 수없이 주어지는 필자가 부끄럽기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공감 175호는 '독서의 해' 기획특집으로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제목으로 독서 관련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 중에서도 '책 읽는 119대원들' 기사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 멋적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이미 발표된 통계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독서의 계절' 가을이 그 이름값이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324번지 동부소방서 내 대인 119안전센터 대원들은 소방관련 자격증 수험서에서부터 최근 화제가 된 베스트 셀러, 외국 유명소설가의 인기소설, 취미서적, 육아서적까지 다양한 책을 구비해 규모는 작지만 어엿한 이동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개관 이후 한 사람이 한 달 평균 2권, 다독자는 7~8권까지 읽고 있다고 하니 '놀랠 노'자를 이럴 때 사용하지 싶다.

 

특히 위험한 환경에서 함께 근무하는 이들은 직위를 뛰어넘어 강한 동료애로 뭉쳐져 있지만, 작은 실수가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자칫 서로에게 거칠게 대하기 쉽고 참사 현장을 자주 목격하다 보면 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악몽에 시달리는 이른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IS,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겪는 소방관들이 많은데 독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소방관계자들의 말이다.

 

동부소방서는 책을 통해 인근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부터 소방서 내 이동도서관을 인근 시장상인들에게 개방해 현재까지 9백여 권의 책을 대출했고 앞으로도 도서 구매 시 동네서점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도 준비중이라니 이제 소방서는 화재진압을 넘어 지역사회의 문화생활에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풀벌레 벗삼아 독서삼매경'이라는 특집기사의 제목과 달리 문화부가 매년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 자료는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보인다. 이미 올 초에 발표된 자료지만 '독서의 계절, 가을'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음미해 보는 자료이지 싶어 소개한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아예 책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표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은 해마다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성인들의 독서율 추이야 그렇다 치지만 학생들까지 독서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관계자들의 '말따로 정책따로'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독서인구의 감소를 마냥 비난할 수만도 없지 싶다. 성인들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팍팍해져만 가고 학생들 또한 입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책을 읽읍시다'라는 구호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정부와 교육 관계자들이 반성해 볼 대목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인과 학생 구분없이 자신의 독서량에 대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개선의 여지는 있다는 말일 것이다. 시간이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영상물이나 인터넷 게임 등의 발달이 독서 인구 감소에 한 몫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학교 교육에서부터 독서습관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현실은 두고두고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독서 장소를 보면 대부분이 집을 꼽고 있다. 아쉽게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는 비율이 각각 1%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독서에 관한 정책적인 배려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집근처 도서관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가더라도 읽을 만한 책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문제이지 싶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학 도서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서도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는가. 필자도 가끔 도서관을 찾아보지만 책장 사이만 뒤적뒤적 거리다 되돌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신은 하루에 책읽는 데 몇시간을 할애합니까? 나이가 들수록 책과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팍팍함일까. 그나마 초등학생만 하루에 한 시간 넘게 책을 읽는다고 답변했을 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점점 줄어들다 성인이 되어서는 하루에 책읽는 시간이 채 30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5일제 근무로 여가 시간이 많이 늘긴 했지만 독서 시간은 평일이나 주말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앞서 얘기한대로 독서습관이 몸에 배지않은 것도 문제지만 다양한 여가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현실적인 이유일 것이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한편 가을은 또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자연의 화려한 변신이 몸과 마음을 집에만 머물러 있게 하지는 않는다. 사실 어느 통계를 보면 '독서의 계절' 가을이 가장 책을 읽지 않는 계절이라고도 한다. 하기야 풀벌레 우는 배경음악 대신 각종 소음만 가득한 도시인들에게 풀벌레 소리를 찾아 배낭 하나 둘러매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독서의 계절' 가을은 책읽지 않는 가을의 역설은 아닐까.

 

그래도 최근에는 전자책의 발달로 책읽는 부담을 많이 덜어주고 있다. 기존 종이책의 불편한 휴대성으로 인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제는 그 또한 변명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필자도 한 때 문고본을 즐겨 읽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 별 부담없이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고본 출판이 그리 많지 않아 아쉽다. 전자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휴대하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아직은 더디다는 게 전자책 시장의 현실이다. 

 

말로만 '독서의 해'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정부나 교육 관계자들이 진정으로 '책읽는 사회', '독서의 생활화'를 기획한다면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제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학생들과 성인들을 자꾸만 입시와 삶의 나락으로 내몰면서 '독서의 해'를 부르짖는 것은 어찌보면 국민들을 향한 기만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독서 환경을 만드는 정부 정책의 전환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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