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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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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사랑한 이 여인, 참 아름답다 꾸사까/레오니드 안드레예프(Leonid Nikolayevich Andreyev, 1871~1919, 러시아)/1901년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열광한 나머지 그녀의 내면에는 터럭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외모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뭇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이효리의 최근 근황을 보면 아직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버려진 애완동물들을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채식주의자인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그렇다고 동물 사랑이 이 정도일 줄이야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이효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한 유기견을 안고 활짝 웃는 모습을 공개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붉게 드러난..
고달픈 20대와 똘똘뭉친 50대 내가 이리도 속 좁은 놈인 줄을 오늘에야 알았다. 조간신문을 받자마자 폐휴지함에 처박아 버렸다. 여태 TV도 켜보지 않았다. 인터넷은 내 블로그와 내 이웃 블로그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음뷰 창 두 개만 열어 놓았다. 밤새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려야지 안 그러면 홧병이라도 생길 것 같아서였다. 축제(?)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나란 놈은 겉으로는 대범한 척 하지만 속에는 좁쌀영감이 고집스런 표정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위 IMF 세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교조 세대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는 역사를 배우고 정의를 배웠지만 정작 사회에 내딛는 첫걸음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새천년의 설레임은 강 건너 어렴풋이 보이는 난..
책이 무서운 당신이 책과 친해지는 방법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김은섭/지식공간/2012년 2002 한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직전인 5월 어느 날에 대전으로 생활 터전을 옮겼으니 벌써 햇수로 11년이 되었다.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라고 일 년에 몇 번 찾는 고향이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낯선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음식만한 게 있을까. 대전에 내려와 1년 가까이를 맛집 탐방에 열심이었던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당시 가장 자주 찾았던 식당이 바로, 으느정이 거리가 끝나고 삼겹살 골목이 시작되는 지점 모퉁이에 자리잡은 춘천 닭갈비였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라 대전이라는 낯선 이름과 친해지기에는 딱 알맞은 장소였던 것 같다.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지 익숙함은 때로는 게으름으로 표현되기도 하나보다. 타향의..
출퇴근하면서 책읽기, 이럴 땐 짜증나 대전지하철 역에는 작은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다. 개찰구 입구에 아담한 책상과 의자까지 있어 굳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독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또 출발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보던 책은 지하철을 타는 동안 읽다 도착역에 마련된 책꽂이에 꽂아두면 되니 낯선 이들 틈에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책블로거라 자부하는 필자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도 여태 한 권의 책도 읽어보지 못했다. 왜? 핑계같지만 읽을만한 책이 없어서다. 무슨무슨 이론서니 하는 책들을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시민들 누구나 편하게 책읽는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한 취지는 좋으나 편하게 읽을 책이 없으니 그저 훌륭한(?) 장식품쯤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나의 하루는 어둠이 내리고서야 시작된다. 벌써 2년째다. 토요일을 제외하곤 늘상 다른 사람들이 하루의 노곤함을 풀 시간에 나는 출근 준비를 한다. 어김없이 저녁 여덟 시가 되면 버스에 몸을 싣는다. 특히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둔산동 일대가 왁자지껄해지는 금요일 밤의 출근은 여간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먹고 사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 것을. 어쨌든 가방에는 늘 두 권의 책을 넣는 게 출근준비의 전부다. 버스는 항상 맨 뒤에 자리를 잡는다. 직장이 40분 정도 되는 거리의 종점에 가까워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으면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좋다. 다행히 둔산동에서 신탄진간 버스노선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서서 가는 경우는 드물다. 40분 동안은 책과 벗할 수 있는..
서른 번 전직남은 있고 나에게는 없는 것 정철상의 /2011년 처음부터 맞지않는 옷이었을까. 때로는 너무 헐렁해서 바닥에 질질 끌리기 일쑤였고 때로는 꽉 조여서 움직일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7년을 버텼다. 그래, 버텼다는 말이 맞을게다. 7년간 연명했던 시간이라는 더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이 있지만 아직 자존심이 남아있는 탓인지 완벽하지 못한 단어 선택이지만 안도의 한숨을 깊이 호흡해 본다. 나는 내 기억 속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지워야만 하는 것일까. 지울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7년을 하얀 여백으로 방치해 버리면 지금의 나는 일대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기억의 일부를 빼앗겨버린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말이다. 지나고 보면 늘 후회한다는 진리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
블로그의 우리말은 누리사랑방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웹상에 자신만의 기록 또는 메모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이다. 그 기록이나 메모는 전문적인 분야일 수도 있고 일기처럼 개인의 작은 역사일 수도 있다. 한편 블로그는 가장 광범위한 소통의 장이다. 싸이월드나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등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등장으로 블로그가 소통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SNS와의 결합을 통해 속보성까지 갖추게 되었으니 블로그는 우려와 달리 역동성이 더 강화되는 듯 싶다. 국립국어원에서 블로그의 우리말로 정한 '누리사랑방'이란 말처럼 온라인상에서는 여타 SNS에 비해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동안 나에..
야간 노동자는 유통기한 지난 커피라도 먹어야 버틴다 작년 7월3일 우여곡절 끝에 2011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상황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에 턱없이 모자란 시급 4,320원으로 결정된 것이다. 2010년도 시급 4,110원보다 200원이 오른 것이다. 200원, 일당으로 따지면 2,000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당 1,600원,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한 끼 식사는 물론이거니와 요즘은 아이들이 즐겨찾는 아이스크림도 어중간한 것은 1,000원이 넘어간다. 현실을 모르는건지, 외면하는건지 자본과 권력의 횡포는 조금 세련되어 졌을 뿐 20세기와 다를 게 없다. 이나마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가 수백만에 이른다니 그들이 주구장창 자랑하는 성장의 단맛은 도대체 누가 맛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