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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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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위기를 조장하는 사회에의 역습 열린 유리문/사키(Saki, 1870~1916, 버마) 한 소녀가 있었다. 베라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녀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짧은 순간에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열여섯 살에 불과했지만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나 그 재능을 잘만 키운다면 장차 세계적인 소설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소녀의 창작 능력과 입담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한 청년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들고 말았다. 사키의 소설 의 분위기는 학창 시절 들었던 어디에나 있었던 학교 괴담처럼 괴기스럽고 공포스럽다. 결국 소녀의 꾸며낸 이야기였다는 마지막 반전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나의 소개로 새플턴 부인을 방문한 프램튼 너틀은 부인을 기다리는 동안 소녀로부터 이 집 특히 열린 유리문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된다. 사연은 ..
종편이 종북이라던 그 책 읽어보니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신은미 지음/네잎클로바 펴냄 오지 탐험가들이 쓴 여행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순박하다', '착하다'이다. 우리 상상 속에는 심하게 식인종이라는 편견이 가득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문명의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사는 미개인으로 치부하고 마는 원주민들을 두고 한 말이다. 책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오지 원주민들의 성정은 예상과 달리(?) 착하디 착하고 어린 아이처럼 순진무구하다. 그렇다고 오지 여행기를 쓴 작가에게, 오지 다큐를 만든 제작자에게 '그곳이 그렇게 좋으면 거기서 살아라'하고 비아냥 거리지는 않는다. 제멋대로 그린 보지 않은 세상의 단편을 그들이 직접 보고 새로 그려 주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이 본 세상이 오지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하지만 슬..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혼식 축가, 임을 위한 행진곡 이승에서 맺지 못한 인연을 하늘에서 맺은 부부가 있었다. 1982년 2월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는 1980년 5월 27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윤상원과 1979년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영혼결혼식에는 한 편의 노래극(뮤지컬)이 헌정되었다. 1981년 소설가 황석영과 당시 전남대학교 학생이었던 김종률 등 광주 지역 노래패 15명이 공동으로 만든 노래극 이 그것이었다. 바그너의 결혼 행진곡도, 세익스피어의 소설 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도 없었지만 그 노래극의 마지막 합창 부분은 부부가 된 윤상원과 박기순을 위한 결혼식 축가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세상에서 가장 슬..
북한 어린이날도 5월 5일일까?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날이 지금처럼 5월 5일이 된 해는 해방 직후인 1946년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5월 1일이었는데 소파 방정환이 1922년 천도교 서울지부 소년회를 중심으로 이 날을 처음으로 기념일로 정한 데서 출발했다. 그 후 매년 어린이날 행사를 거행했는데 1939년 일제 총독부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일시 중단되었다가 해방 후 5월 5일로 바꿔 재개되었다고 한다. 어린이 헌장은 1957년 어린이날 기념행사 때 처음 공포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일본도 어린이날이 5월 5일인데 우리와 다른 점은 5월 5일은 '코도모노히'라고 해서 '남자 아이의 날'이라고 한다. 이와 별도로 '히나마쯔리'라는 '여자 아이의 날'은 3월 3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 어린이날도 5월 5일일까? ▲ 북한의 국제..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 ▲ 휴전선 철책. 사진>한국경제 "거기에 마음이 없어요." "아, 안경을 하겠단 말이에요?" "예, 쌩합니다." 도대체 무슨 대화 내용인지 몰라 고개만 갸우뚱 갸우뚱 할 것이다. '쌩'은 지역에 따라 '거짓말 하다'로 쓰이기도 하고,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다'라는 뜻을 의미하기도 하는 속어다. 그러나 이 속어의 뜻을 아무리 짜집기해도 위의 대화 내용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기서 '쌩하다'는 '생긴 모습이 아주 멋지다'라는 북한의 표준어다. 북한 드라마에 나오는 일상대화를 소재로 분단의 세월만큼이나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남북의 언어 차이를 보도한 KBS 뉴스의 한토막이다. 뉴스에 따르면 평양 시민의 일상대화를 우리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남한에서 부르는 말을 북한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
[책 소개] 어느 지식인의 일기를 통해 본 전쟁의 내면한 진실 역사 앞에서/김성칠(1913~1951)/1993년/창작과 비평사 1950년 6월 25일 낮때쯤 하여 밭에 나갔더니 가겟집 주인 강군이 시내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이라면서 오늘 아침 38전선에 걸쳐서 이북군이 침공해와서 지금 격전중이고 그 때문에 시내엔 군인의 비상소집이 있고 거리가 매우 긴장해 있다는 뉴스를 전하여주었다. 마의 38선에서 항상 되풀이하는 충돌의 한 토막인지, 또는 강군이 전하는 바와 같이 대규모의 침공인지 알 수 없으나, 시내의 효상을 보고 온 강군의 허둥지둥하는 양으로 보아 사태는 비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이북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에서 이른바 호소문을 보내어온 직후이고, 그 글월을 가져오던 세 사람이 38선을 넘어서자 군 당국에 잡히어 문제를 일으킨 것을 상기하면 저쪽에서 계획적..
왜 탈남자에는 무관심한가,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박노자/2009년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자손들이 장차 유치원 시기부터 서로를 경쟁자로만 인식해 ‘무한 경쟁’에 몰입할 것인지 아니면 서로를 배려해주고 도와주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 것인지는 지금 우리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 오른쪽으로 치우쳐도 너무 치우친 우리 상황에서는, 비시장적 사회와 같은 궁극적 이상은 고사하고 일반 대중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한 복지 자본주의만이라도 성취하려면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지배계층에게는 왼쪽으로부터의, 밑으로부터의 압력을 계속 넣어야 한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과 ‘왼쪽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크게 봐서 동의어이다. ‘무한 경쟁주의’의 지옥에서 ‘왼쪽’으로의 행진만이 우리의 미래다. ..
행복한 통일 이야기 행복한 통일 이야기/안영민/2011년 2009년 유엔인구활동기금(UNFDA)에서 북의 총인구를 발표했다. 2008년 10월1~15일 조사요원 3만5200명을 동원해 총 588만7767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북의 총인구는 2405만1218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1993년 인구센서스 이후 15년 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는 군 시설 거주자 70만2373명까지 포함해 집집마다 방문한 전수조사였다. 1993년 당시 북이 발표했던 인구는 2121만명이었다. 15년 새 300만명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10여년 전만 수백만 아사설이 진실이었다면 북의 현재 인구는 절대 2000만명을 넘길 수 없다. 수백만 아사를 주장했던 보수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그동안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북의 인구가 1800만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