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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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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레테의 강을 건너지 않는다. 입동/김애란(1980~)/2014년 그리스 신화에는 죽음의 신 하데스가 지배하는 저승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 등장한다. 인간이 죽으면 아케론, 코키토스, 플레게톤, 스틱스, 레테라는 이름의 다섯 강을 건너 영혼의 세계에 안착하게 되는데 각각의 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케론을 건너면서 망자는 죽음의 고통을 씻어낸다. 뱃사공 카론의 배로 아케론을 건너면 코키토스라는 통곡의 강을 건너야 한다. 이승에서의 시름과 비통함을 내려놓기 위해서다. 망자가 건너야 할 세 번째 강은 불의 강 플레게톤이다. 망자는 플레게톤을 건너면서 아직도 남아있을 이승에서의 감정들을 불에 태워버릴 수 있다. 플레게톤을 건너면 무시무시한 스틱스가 기다리고 있다. 스틱스는 신들도 무서워할 정도로 위엄을 갖추고 있다. 신들..
망실(亡失) 망실(亡失)/문태준/2013년 무덤 위에 풀이 돋으니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 같아요 오늘은 무덤가에 제비꽃이 피었어요 나뭇가지에서는 산새 소리가 서쪽 하늘로 휘우듬하게 휘어져나가요 양지의 이마가 더욱 빛나요 내게 당신은 점점 건조해져요 무덤 위에 풀이 해마다 새로이 돋고 나는 무덤 위에 돋은 당신의 구체적인 몸을 한 바구니 담아가니 이제 이 무덤에는 아마도 당신이 없을 거예요 *문태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 , , , 등이 있음. 송골매의 9집 앨범 중에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이란 노래가 있다. 갓 스무살로 접어들 즈음 아직 미치도록 사랑해도 모자랄 그 나이에 왜 이 노래를 흥얼거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냥 이별도 아니고 떠난 자..
아버지의 흔적에 하염없이 눈물만 주룩주룩 한남철의 /1991년 유방암 수술, 당뇨, 골다골증, 고혈압…. 아버지가 떠난 후 종합병동인양 갖가지 질병을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달고 사는 어머니가 가장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미운 정도 정이라고 평생 무능력한 알콜 중독 남편을 떠나보내고 그 외로움은 어떻게 견디며 살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다행히 고단한 세월의 무게로 단련되었던지 그래도 몇 달 동안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도 그동안의 불효의 시간들을 만회라도 할까싶어 그 싫어하던 전화도 자주 하고 틈나는대로 집에 내려가는 걸 보면 아버지가 나에게 훈계라도 하려고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나 싶기도 하다. 얼마 전 집에 내려가서 우연찮게 아버지의 흔적들을 발견하고는 울컥하고 말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부자지간에 그리 살갑게 살아오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