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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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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체면을 위해 내 꼬리를 자르라고?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노상 강도가 등장한다. 잔인하기로 치면 프로크루스테스를 능가할 자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기야 그의 잔인한 살인 수법 때문에 오늘날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강도치고는 꽤 성공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교외의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했다고 한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하나 있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침대는 마음대로 길이 조정을 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조금은 억지스럽다. 나는 여태 길이 조절이 가능한 침대를 보지 못했으니까. 프로크루스테스의 엽기적인 행각을 부각시키기 위한 사족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프로크루스테스의 명성은 그 침대로부터 시작됐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강도라는 직업..
화가와 창녀와 현대 도시인의 공통점 도시의 향기/채영주/1993년 내가 아는 물고기들은 그런데 대체로 외롭다. 특히 아름다운 태국 버들붕어의 경우를 보라. 그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 이외의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다가 동일한 족속의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들은 온몸을 핏빛으로 물들인다. 정열의 불길이 지느러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간다. 그들에게는 두 가지 대안이 있을 뿐이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여 상대방을 죽이느냐 혹은 화려한 사랑행위를 시작하느냐, 그러나 어느 쪽을 택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싸움으로 상대가 죽어도 그들은 혼자가 되며 사랑이 끝나도 수컷은 암컷을 쫓아버린다. 세상은 어차피 혼자라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현자들인 것이다. - 중에서- 지독하리만치 '절대고독'에 집착하는 이가 있다. 그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