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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보증수표'로 통하는 김수현 작가가 오랫만에 내놓은 SBS 주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시청률 고공비행을 준비중이다.
최근 드라마의 경향을 보면 소위 '욕 들으면서 돈 버는' 이야기 전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보여주는 이해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접하면서 인터넷상에 비난성 댓글을 쏟아낸다. 반면 봇물 터지듯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은 그동안 그 드라마의 존재여부를 모르고 있던 많은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함으로써 악플과 시청률이 정비례하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된 대본보다는 쪽대본으로 네티즌들의 악플을 유도하는 드라마도 여럿 보인다.
김수현 작가가 드라마 작가로서의 확실한 위상을 갖추게 된 것도 이런 드라마 풍토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드라마의 컨셉이 훈훈한 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아니 막장 드라마라는 악플까지 감수해야 될 정도로 인터넷상에서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 극중 인물 중 송창의와 이상우의 동성애 설정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에서부터 우리 주변의 얘기들을 좀더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까지....그런데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수현 작가는 의외로 담담하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에선 아직 편치않은 소재이지만 편견없이 다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서 극중 동성애 설정이 별로 파격이 아니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성애자도 그냥 주변에 있는 한 인간으로 봐달라는 당부까지 했다니...실로 김수현 작가의 새로운 발견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어쩌면 김수현 작가는 성적 소수자, 특히 동성애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안방극장에서 보여줘도 될만큼 우리사회가 진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는 보수적 사고와 전통윤리 가치가 일상의 저변을 지배하고 있다.
온가족이 보는 시간대에 동성애 장면이 꼭 필요하냐의 논쟁은 인터넷상에서 수도 없이 벌어지고 있는 터라 굳이 나까지 끼어들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최근에 읽고 있는 플라톤의 [향연]에 동성애의 기원을 신화적 관점에서 소개하는 대목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향연]은 나의 애독서다. 사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이라는 무게 앞에 읽어도 읽어도 내 나름의 정리를 못하고 있어 읽고 또 읽는 책이다. 벌써 10번 이상은 읽은 듯 싶다.
우선은 너무 멋있다. 술자리에서 사랑(에로스)을 논하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내노라하는 입담꾼들이 술상을 가운데 두고 에로스에 대해 논쟁하고 있는 장면이 영화처럼 뇌리에 그려진다. 심포지엄의 어원이 향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꾸벅꾸벅 졸음만 쏟아지는 오늘날 심포지엄이 고대 그리스의 향연처럼 되면 좋을텐데..
대강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아가톤의 집에서 열린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는 인간과 사랑의 본성을 얘기하던 중 그 유명한 동성애의 신화적 유래가 되었던 내용을 잠시 언급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인간은 오늘날처럼 남성과 여성의 양성이 아니라 세 종류로 나위어 있었음을 알아야 하네. 그런데 이 세번째 종류의 인간은 남성과 여성 모두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지칭하는 이름은 오늘날에도 남아 있지만 그 실재 자체는 사라졌다네. 사실 자웅동성은 그 옛날에는 하나의 독립된 종이었으며, 형태상으로나 이름상으로 모두 남성과 여성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네" -『향연』중에서 -
태고적 인간은 어떤 모습이었나?
"이 종이 한 몸으로 이루어져 있어 둥그런 등과 원형의 옆구리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이네. 그들은 네 개의 손과 네 개의 다리를 지니고 있고 완벽하게 둥그런 목 바로 위에 완전히 서로 똑같은 두 개의 얼굴이 반대로 놓여있고 그 위에 하나의 머리가 붙어 있다네. 그들의 귀는 네 개이고 수치스런 부분도 두 개인데, ...중략...걸음걸이를 보자면 그들은 지금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이면 어디로든지 똑바르게 갈 수도 있고 빨리 달려가고 싶을 때에는 마치 지상 회전을 하는 사람들처럼 다리를 원모양으로 회전하며 앞으로 곧장 갈 수도 있다네." - 『향연』중에서 -
오늘날의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늘을 침범하려고 했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은 그 당시의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라네. 사실 그 당시의 인간들은 신들에게 대들었으니까 말일세! 그런데 제우스와 그박의 여러 신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숙고해봤으나 뾰족한 수가 없어서 매우 당황했었다네. 제우스는 한참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네!
'나는 인간들이 지금보다 약해져서 더 이상 오만하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노라! 이제 나는 인간들 각각을 둘로 나누겠다. 그러면 인간들은 더 약해질 것이고 또한 동시에 숫자가 증가함으로 인해서 우리 신들에게는 더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니라'....중략
이렇게 말하면서 제우스는 마치 저장 식품을 만들기 위해 마가목 열매를 자르는 사람처럼 또는 달걀을 말총으로 자르는 사람처럼 인간들을 둘로 잘랐다네. 제우스는 아폴론에게 이렇게 나뉜 사람들의 얼굴과 목의 반쪽을 잘려나간 쪽으로 돌려놓도록 명령했는데, 그것은 인간이 항상 자신의 잘린 단면을 보면서 좀더 분별력을 지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네." - 『향연』중에서 -
아폴론은 어떤 방법으로 오늘날 인간의 형상을 만들었을까?
"아폴론은 사람의 얼굴을 돌려놓고 온 신체의 피부를 오늘날 배로 불리는 부분으로 당겨서 마치 염낭을 묶듯이 배 중앙에 하나의 주둥이가 만들어 지도록 단단히 묶었다네. 이 주둥이가 바로 우리가 배꼽이라 부르는 부분이라네....중략...그때 아폴른은 배꼽 주위에 약간의 주름을 남겨놓았는데 그것은 인간들이 예전의 자기 상태에 대한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네." -『향연』중에서
둘로 잘린 인간들은 어떠했을까?
"이렇게 인간의 본래 상태가 둘로 나뉘어졌기 때문에 그 나뉘어진 각각은 자기 자신의 또다른 반쪽을 갈망하면서 그것과의 합일을 원하게 되었다네. 그래서 그들은 팔로 상대방을 껴안고 서로 얼싸안으며 한 몸이 되기를 원하고 상대방 없이는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아서 굶주림 또는 무기력으로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네. 그리하여 그 반쪽들 중에서 하나가 죽고 다른 하나가 살아남게 될 때마다 그 살아남은 반쪽은 다른 상대방을 찾아서 그 상대방과 결합을 하려고 드는데 그 상대방이 순전한 여성의 반쪽이든, 순전한 남성의 반쪽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 종은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네." - 『향연』중에서 -
그들의 사랑은 어떠했을까?
남성과 여성이 만날 경우에는 그 결합을 통해 아이를 낳음으로써 종의 재생산이 일어나도록 하고, 남성과 남성이 만날 경우에는 그 결합으로부터 서로 함께 있음에 대한 포만감에 질려 그 자체를 중단하고 오히려 어떤 보람된 행위를 향하여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에 전념하도록 만들어주려는데 있었지. 그러므로 인간들 서로에 대한 사랑은 그 먼 옛날부터 인간의 본성 속에 자리잡고 있었고 인간의 원초적 본성을 결합시켜주는 역할을 해왔으며 둘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치료해왔다고 볼 수 있다네." -『향연』중에서
김수현 작가는 아들이 동성애를 못마땅해한다는 한 시청자의 글에 "아들하고 같이 보세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없는 아들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참 파격이다. 그러기에 앞으로의 드라마 전개가 사뭇 궁금해진다. 그동안 터부시 되어왔던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을 어떻게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끌어들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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