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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드라마 속 '피노키오 증후군', 실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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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피노키오가 화제다.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 ) 1883년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는 소목장인 제페토 할아버지가 장작을 깎아서 작은 인형을 만들어 피노키오(Pinocchio)’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피노키오는 말썽꾸러기로 어느 날 제페토 할아버지가 옷을 팔아서 사준 책을 끼고 학교에 가다 인형놀이를 구경하게 되는데 인형놀이 주인이 피노키오를 불쌍하게 여겨 금화 다섯 닢을 준다. 피노키오는 이 금화로 집에 돌아오는 도중 고약한 여우와 고양이의 꼬임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등 온갖 모험을 겪는다. 특히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의 커가 길쭉하게 늘어난다는 설정은 웃음과 함께 동화 <피노키오>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다. 원작은 <피노키오의 모험(Le adventure di Pinocchio)>이다.

 

드라마 속 피노키오 증후군은 가상의 설정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피노키오는 동화 <피노키오>의 이런 설정을 패러디해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가상의 질병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 중에서 주인공 박신혜가 앓고 있는 피노키오 증후군은 거짓말을 하면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딸꾹질 증세를 보이는 증후군으로 43명 중 1명 꼴로 나타난다는 흔한 증후군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선천적인 증상으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피노키오 증후군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증후군이다. 한편 드라마 속 피노키오 증후군이 가상의 설정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피노키오 증후군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거짓말을 하면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비정상적인 행동양식을 보인다는 것이다. 비록 동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코가 길어지거나 딸꾹질 증세는 아니지만 말이다

 

▲사진> 구글 검색 

 

드라마 속 가상 질병으로만 알았던 피노키오 증후군이 실제로 있다면 믿겠는가? 물론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코가 길어지거나 딸꾹질 증세를 보이는 그런 증후군은 아니다. ‘피노키오 증후군이 어떤 질병인지 알아보기 전에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을 먼저 만나보자

 

그리스 신화에서 티탄 족의 하나인 팔라스와 저승을 흐르는 강 스틱스 사이에는 세 명의 남매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의 대가 이윤기 선생의 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저승을 흐르는 강의 여신 스튁스(Styx)와 지혜의 신 가운데 하나인 팔라스 사이에는 질투의 여신 젤로스(Zelos)와 승리의 여신 니케(Niche), 힘을 상징하는 신 크라토스(Kratos), 폭력을 상징하는 여신 비아(Bia)가 있었다. 질투와 비웃음을 뜻하는 영어 젤러시(Jealousy)’가 젤로스에서 파생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용품 업체인 나이키가 니케의 영어식 표현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이들 남매 신들은 제우스의 측근으로 그의 권위와 위엄을 지켜주기도 했고 그이 바람기(?)를 헤라가 알아채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피노키오 증후군, 실제로 있다

 

▲사진> 구글 검색 

그리스 신화에서 폭력이나 공포를 상징하는 신으로는 비아와 함께 포보스(Phobos)가 있었다. 포보스는 전의 신 아레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그와 쌍둥이이자 패배를 상징하는 신인 데이모스와 늘 함께 다닌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아레스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인간들을 살육하는 현장에는 늘 포보스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름을 딴 젤로토포비아(Gelotophobia)’라는 질병이 있는데 이 질병의 또 다른 이름이 피노키오 증후군(Pinocchio Syndrome)’이라고 한다. 젤로토포비아는 앞서 설명한 그리스어 젤로스(gelos)’의 비웃음, 질투라는 뜻과 공포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포보스(phobos)’를 조합해 만든 용어로 타인의 웃음을 비웃음이나 조롱으로 간주하고 공포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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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타인의 비웃음이나 조소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젤로토포비아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타인의 비웃음이나 조소에 지나치게 공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들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어떤 장소에서건 그들이 듣는 웃음을 자신을 향한 비웃음으로 간주하고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 현상은 2008년 이후 심리학이나 사회학, 정신의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이후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슬로베니아의 의사인 마이클 티제(Michael Titze) 박사는 자신의 환자들을 대상으로한 임상실험에서 젤로토포비아 환자들은 타인의 웃음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환경을 미리 살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젤로토포비아 환자들에게서는 독특한 행동양식이 발견되는데 누군가의 웃음을 비웃음이나 조소, 조롱으로 간주할 때 이들은 나무 인형처럼 어색하고 경직된다고 한다. 마이클 티제 박사는 젤로토포비아 환자들의 이런 반응을 피노키오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지만 결국 나무 인형에 불과했던 피노키오를 빗댄 말이다.

 

한편 타인의 웃음에 대해 반응하는 현상으로는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나 조롱으로 간주하는 젤로토포비아와 함께 반대로 웃음이나 비웃음, 조롱을 즐기는 카타젤라스티시즘(Katagelasticism)이 있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리 정서상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증후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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