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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아리아드네의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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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던 6.2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흑백 영화필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보수정권의 북풍몰이도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침묵했던 10%의 힘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일방적인 국정운영은 부메랑이 되어 그들의 목을 치고 말았으니 선거의 묘미(?)가 또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여당의 참패로 인해 집권 후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막무가내식 국정운영이 어떤 변화를 보일까 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언론장악,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등등..이명박 대통령 집권 2년은 시민들이 들었던 촛불은 보고도 못본 척, 민초들의 외침은 들려도 못들은 척 일방통행길만을 달려왔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으로의 변신을 꾀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해법을 모색해야 할까?


흔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문제를 푸는 열쇠의 의미로 '아리아드네의 실'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잡아야 하는 '아리아드네의 실'은 무엇일까?

여기서 잠깐 '아리아드네의 실'에 대한 어원을 찾기 위해 신화 속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이번 지방선거로 잔뜩 긴장해 있던 근육들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스 남쪽 섬나라인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는 미노타우로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는 다름아닌 牛人을 의미한다. 미노스왕은 여물 대신 사람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이 괴물을 가두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미궁(미로)를 만들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는 약소국인 아테나이 왕을 협박해 매년 12명의 아테나이 선남선녀들을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바쳤다.


영웅은 난세에 나는 법, 매년 많은 젊은이들이 괴물의 먹이로 희생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아테나이의 왕자 테세우스는 이 무시무시한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직접 미궁에 들어가기로 작정하고 제물로 바쳐질 아테나이의 젊은이들 틈에 끼어 크레타에 도착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듯 신화에서도 사랑이라는 주제가 빠지면 온몸으로 전달되는 공허함과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크레타의 공주인 아리아드네이다. 

테세우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아리아드네는 한 번 들어가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죽음(미궁) 속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연인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아리아드네는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테세우스의 몸에 실을 묶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결국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풀어놓은 실을 따라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오게 된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아리아드네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테세우스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아리아드네의 실은 테세우스가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었다.

지금쯤 여당의 참패를 접한 이명박 대통령은 급격하게 변해버린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해 매일 밤을 하얗게 지새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정국 타개의 해법은 무엇일까? 그가 잡을 수 있는 아니 잡아야만 하는 '아리아드네의 실'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선거 결과에 대한 겸허한 수용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북풍몰이로 이번 지방선거의 모든 이슈들을 모두 잠재워 버렸지만 결국 국민들은 표로 그 이슈들을 끄집어내 주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그동안 정부의 강압적 정국 운영에 어쩔 수 없이 침묵하고 있던 시민들이 선거라는 공간을 통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촛불을 다시 밝힌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혹여나 또다시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한 일방적 국정운영이 재현된다면 침묵하고 있던 촛불이 순식간에 횃불이 되어 타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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