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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한식 세계화보다 안전한 먹거리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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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농림수산식품부 한식세계화추진팀)는 ‘한식 세계화’ 일환으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로 떡볶이, 비빔밥, 막걸리, 김치를 4대 대표메뉴로 선정했다고 한다. 2009년을 ‘한식 세계화’ 원년으로 선포한 정부의 당찬 계획임에 틀림없다.

‘한식 세계화’는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의 산물이다. 특히 [대장금]의 일본, 대만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유럽,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전세계적인 히트는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에서도 2009년을 '한식 세계화'의 원년으로 지정하고 영부인을 필두로 한류 외교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 열풍이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없이 그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것처럼 '한식 세계화'도 반짝 이벤트는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작  '한식 세계화'보다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식량자급률과 우리 식탁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음식의 기본은 식자재인데 이름만 팔고 삭자재는 수입 농산물을 사용한다면 한식의 제맛을 수출할 없기 때문이다. 또 해마다 감소하는 식량자급률은 인권으로 인식되는 먹거리에 불안과 불신을 드리우고 있다.

그럼 '한식 세계화'가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이며 미래 우리 식탁에 안전한 먹거리를 올려놓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동아시아 음식 문화를 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한 『차폰 잔폰 짬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한식 세계화'의 선결조건은 현지화이다.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대표음식인 김치에 대해 물으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맵다'라는 반응이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김치 본래의 맛만을 강요해서는 현지에 한국음식으로 정착하기 힘들다. 현지 입맛에 맛는 새로운 김치를 개발해야 한다.  『차폰 잔폰 짬뽕』 저자가 밝혔듯이 중국의 차폰이 일본의 잔폰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는 짬뽕이라는 한국 대표음식처럼 자리잡았다. 그러나 짬뽕을 한국음식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중국 음식인 자장면도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는 일본만의 자장면으로 변모했다. 이는 중국의 해외 거주민인 화교의 역할이 컸다. 한국화된, 일본화된 중국인들이 '중식의 세계화'를 이룬 것이다.

'한식 세계화' 전에 국내로 여행오는 외국인들에게 한식의 제대로 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쩌면 그들이 '한식 세계화'의 첨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호텔에는 정작 우리 음식이 없다. 우리나라 최대의 관광지인 제주도 호텔에 제주를 대표하는 요리가 없다면 '한식 세계화'는 요란한 구호에 불과하다.

'한식 세계화'는 지금처럼 식량자급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음식 한류는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식량을 확보하고 나서야 진정한 맛의 세계화가 의미를 갖게 된다. 

식량자급률의 지속적인 감소는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된다. '한식 세계화'가 불과 몇년 안에 성과를 볼 수는 없다. 우리가 '한식 세계화' 전에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는 안전한 먹거리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10년 후, 20년 후 우리 식탁은 정체불명의 농산물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대안은 없을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쿠바가 미래 식탁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992년 리우 UN 환경과 개발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인간의 삶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자. 정의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만들자. 모든 과학지식을 환경오염이 아닌 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동원하자. 생태계에 진 빚은 갚되, 사람들하고는 싸우지 말자." 

쿠바의 이런 먹거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식량자급률 100%라는 신기원을 이룩했고 '세계 유기농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물론 쿠바가 유기농업이 성공한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봉쇄정책가 원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적극적인 유기농에 신념은 환자수를 30%나 감소시키는 등 먹거리를 통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은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결국 안전한 먹거리는 건강과 직결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되는 세상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저자의 희망처럼 아니면 현재 쿠바의 풍경대로 아파트 단지에 채소를 심고 자동차 도로 옆에 농사짓는 그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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