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9. 07:00ㆍ신화와 전설
1898년 그리스 프리에네의 데메테르 성역에서 작업하던 독일 고고학자 그룹은 독특한 헬레니즘 여성 조각상 세트를 발굴했다. 이 조각상들의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각 조각상들은 또한 등 뒤로 드리워진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치 베일을 들어올린 것 같았다. 이 조각상들은 때때로 이암베(Iambe)라고도 불리는 바우보(Baubo)였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그녀는 판과 에코의 딸이었다. 기원전 7세기에 쓰인 호메로스의 데메테르 찬가에 나오는 바우보와 관련된 구절은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신비 의식은 기원전 1450년경 엘레우시스에서 시작되어 서기 5세기경에 성역이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약 2,000년 동안 지속되었다. 안타깝게도 바우보의 역사는 데메테르 신비 의식을 밝히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다소 모호하다. 이러한 비밀주의 때문에 그녀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이교 종교 의식을 비난하는 신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추측은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을 둘러싼 침묵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채워지지 않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대 학자들에 의해 일부 추가되었다.

바우보는 데메테르 신화에서 여신을 웃게 만들고 오랜 애도 기간을 끝내는 음란한 광경을 연출한 이른바 배꼽 여신이었다. 데메테르 신화는 딸 페르세포네(혹은 코레)를 잃은 데메테르의 슬픔과 그녀를 찾아 헤매는 여정을 말한다. 노쇠한 데메테르는 마침내 엘레우시스에서 바우보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슬픔을 극복하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서기 5세기 그리스 문법학자 헤시키우스는 ‘속이 빈’ 또는 ‘위(胃)’라는 뜻의 바우보가 데메테르의 유모였다고 언급했다. 바우보는 낙소스 섬, 디온(마케도니아), 파로스 섬에서 데메테르, 코레와 함께 숭배되었다.
호메로스의 데메테르 찬가에 따르면 곡물과 다산의 여신 데메테르는 우주를 관장하는 명목상의 우두머리 신인 동생 제우스가 지옥의 하데스에게 딸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도록 조종한 것을 슬퍼했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아내로 삼기 위해 지하 세계로 데려갔다. 데메테르의 슬픔은 단순히 남동생에게 학대받는 여신의 슬픔이 아니었다. 그녀의 슬픔은 딸의 결혼으로 딸과 헤어진 모든 어머니의 슬픔이었다. 데메테르는 노파로 변장하고 외롭게 방황하다가 엘레우시스에 도착했다. 엘레우시스의 메타네이라 왕비와 켈레오스 왕의 딸들이 물을 길러 나갔다가 노파로 변장한 데메테르를 발견했다. 데메테르는 해적들에게 납치당해 도망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유모 겸 가정부로 일할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들은 데메테르를 집으로 데려왔고 어머니 메타네이라 왕비는 딸들의 제안을 허락했다. 메타네이라 왕비는 데메테르에게 훌륭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했다. 데메테르는 이암베가 음란한 농담으로 그녀를 따뜻하게 해 줄 때까지 뚱한 손님이었다.

데메테르는 아무에게도 말이나 몸짓으로 인사하지 않았고 웃지도 않았으며 왕비가 제공한 음식도 먹는 둥 마는 둥 했으며 그저 딸을 그리워하며 앉아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상황을 파악한 이암배(바우보)가 여러 농담을 섞어가며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고 드디어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이암배는 그 이후로도 그녀의 기분에 따라 그녀를 기쁘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이암배는 어떤 농담으로 낙담한 데메테르를 웃게 만들 수 있었을까?
적절한 환대를 베풀고 받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주요 윤리적 관심사였다. 이암베는 중요한 윤리적 관심사를 설명하기 위해 거친 단어와 저속한 주어를 사용하는 고대 그리스 이암부스 또는 암빅 전통(모욕, 외설, 풍자 등을 포함한 고대 그리스의 시 장르)을 구현했다. 이암베가 데메테르와 대화할 때 음란한 말을 사용했다는 증거는 기원전 3세기의 고대 그리스 자료에서 입증되었다. 호메로스의 또 다른 문학적 전통인 오르페우스 찬가에서는 이암베 대신 바우보라는 여인이 등장해 음란한 몸짓과 농담으로 데메테르를 웃겼다고 한다.
기원전 195년경 아테네의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을 비난해던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에 따르면 바우보는 데메테르에게 환대를 베풀며 키케온(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에서 사용했던 향정신성 혼합 음료)이라는 음료를 대접했다. 하지만 슬픔에 잠긴 데메테르는 이를 거부했고 바우보는 자신을 무시한 행위로 간주해 화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우보는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보여주며 데메테르를 웃게 만들었고 비로소 키케온을 받아 마셨다. 오르페우스 찬가를 인용한 클레멘트에 따르면 바우보는 자신의 치마를 걷어올려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이아코스가 그 자리에 있었고 웃으며 바우보의 가슴에 손을 쑤셔 넣었다. 이 장면을 본 여신은 미소를 지으며 키케온이 가득 찬 잔을 들어올려 마셨다고 한다.
이아코스는 기원전 6세기 이전부터 데메테르 숭배와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과 연관되어 있었다. 어린 이아코스는 바우보의 드러난 음부를 향해 손을 뻗은 것으로 보인다. 그 몸짓은 바우보의 음부를 보고 데메테르 여신이 기뻐했음을 암시한다. 이아코스와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은 음란한 농담과 연관되어 있었다. 기원전 405년 아테네에서 공연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개구리들>에도 음란한 농담과 함께 이아코스가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런 음란한 농담은 특정한 신체적 언급을 통해 남성의 성욕을 조롱하는 것이었다. 바우보가 옷을 들어 올려 외음부를 드러내는 장면도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데메테르는 이암베/바우보에게 동정적으로 미소 짓고 웃었을 것이 거의 확실하며 그렇다고 경멸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성이 의사소통 행위로 외음부를 노출하는 것에 관한 고대 그리스 문헌은 데메테르가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여성에 대한 세속적인 감사의 표시로 미소 짓고 웃었음을 시사한다. 어떤 경우에는 여성이 남편에게 외음부를 노출하는 것이 경멸의 표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리키아 여성들은 그리스 영웅 중 한 명인 벨레로폰에게 자신의 옷을 들어 올려 해일로 인해 땅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간청했다. 이런 행위를 통한 그들의 간청은 남성이 여성의 성별 때문에 여성에게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스파르타의 어머니들은 아들들이 전투에서 도망쳐 오면 너희가 나온 곳으로 들어가려 하냐며 옷을 걷어 올려 자신의 음부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는 남성을 비겁한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 사회의 이런 전통은 여성의 음부를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사회적 특권을 가진 노동과 연관시킨다. 바우보가 데메테르 앞에서 옷을 들어 올려 음부를 보여주는 행위는 데메테르의 슬픔을 유머러스하게 뒤집고 잉태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여정, 전환 그리고 발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낙담한 데메테르를 음란하게 응원하는 바우보는 데메테르 찬가의 희극적인 핵심일 것이다.
바우보와 비슷한 조각상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도 발견되었다. 악기를 들고 큰 돼지 위에 정면으로 앉아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었는데 이 중 일부 여성은 자신의 성기를 만지고 있다. 또 음부가 보이도록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기도 했다. 시스트럼이라는 악기와 함께 발견된 이 음란한 조각상은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기원하며 임산부가 이시스 여신에게 바친 부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게 그리스의 바우보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 연관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신화와 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테미스토, 남편 전처의 자식들을 죽이려다 ... (0) | 2026.01.15 |
|---|---|
| 브바호드가 다른 가정의 정령들과 다른 점 (0) | 2026.01.15 |
| 풍요의 뿔 신화로 유명한 아말테이아는 님프였을까? 염소였을까? (2) | 2026.01.12 |
| 테레우스, 패륜을 패륜으로 복수한 이들의 최후는? (2) | 2026.01.08 |
| 지진은 거대한 뱀-용 아마루의 몸짓(?)이다 (3) | 2026.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