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셈족의 태양신이자 전령의 신인 말라크벨(Malakbel)은 팔미라(1~2세기경에 건설된 시리아의 고대 도시)에서 주로 숭배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를 제우스, 헤르메스와 동일시했고 고대 로마인들은 그들의 태양신 솔과 동일시했다. 말라크벨이라는 이름은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바빌로니아의 태양신 샤마시(수메르의 우투)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팔미라의 대리석 제단 네 면에 새겨진 판화는 매년 태양의 순서를 상징하는 말라크벨의 생애 중 연간 4단계를 묘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표현은 말라크벨을 달의 신 아글리볼과 함께 묘사하고 있다.
말라크벨(Malakbel)이라는 이름은 ‘벨의 천사’를 의미하며 최고신 벨의 전령이자 수행신으로서의 신화적 역할을 증명하고 있다. 말라크벨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기원전 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비문으로 그를 달의 신 아글리볼과 연관시킨다. 팔미라의 주요 4개 부족 중 하나인 베네 코마레족이 만든 다른 여러 비문도 그를 아글리볼과 연관시킨다. 여기에는 아글리볼과 말라크벨이 마나이라는 시민의 독실함을 후원한 이중언어 비문도 포함된다. 말라크벨 숭배에 대한 증거는 로마와 멀리 북아프리카의 누미디아 지방에서까지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팔미라 궁수들이 주둔하고 있던 엘 칸타라(알제리에 있는 고대 도시)의 178년경 비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시의 여러 2세기 비문은 아글리볼이 도시의 4대 주요 성소 중 하나인 ‘거룩한 정원’으로 알려진 신전에서 말라크벨과 함께 숭배되었음을 보여준다. 말라크벨과 아글리볼의 신봉자로 알려진 베네 코마레족이 이 신전을 관리했다. 신전에는 두 개의 제단과 신성한 편백나무가 있었다. 벨 신전에서 발견된 부조 중 하나에는 신전의 두 제단과 두 신의 묘사가 나와 있다. 성역에는 또한 목욕 시설이 있었는데 아글리볼과 말라크벨의 목욕탕 건설을 위해 2500 데나리우스(고대 로마제국의 화폐)를 기부한 하두단의 딸 토말라키스를 언급하는 182년 비문을 통해 밝혀졌다.
말라크벨 신전은 서기 2세기 초 로마에도 있었다. 이 신전은 여러 와인 창고 근처 테베레 강의 오른쪽 강둑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서 말라크벨은 데우스 솔 산크티시무스로 알려진 로마의 태양신 솔과 동일시되었으며 ‘무적’이라는 뜻의 ‘인빅투스’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다.
274년 팔미라 제국(3세기 제노비아 여제에 의해 세워진 제국. 260년~274년)을 격퇴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214년~275년)는 로마의 솔 인빅투스에게 큰 신전을 헌정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아우렐리아누스의 솔 인빅투스는 시리아에서 기원했으며 솔 인빅투스 엘라가발루스 또는 팔미라의 말라크벨 숭배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말라크벨이 종종 로마 신 솔과 동일시되고 인빅투스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라크벨의 또 다른 이름인 산크티시무스는 아우렐리아누스 황제가 카페나(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고대 도시) 비문에 붙인 별명이었다. 하지만 말라크벨과 솔 인빅투스 사이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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