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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eu!! 2010 ① 책 블로거로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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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신중의 신으로 알고 있는 제우스는 6남매 중 막내다. 하데스(지옥의 신), 포세이돈(바다의 신), 헤스티아(가정의 신), 데메테르(곡식의 신), 헤라(사랑의 신, 제우스의 아내) 등이 바로 제우스의 형이요, 누이가 되는 신들이다. 그럼 막내인 제우스는 어떻게 신들의 왕이 되었을까?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자식이 태어나면 삼켜버리는 버릇이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는 제우스가 태어나자 돌덩이와 아들을 바꿔치기해서 크로노스가 제우스를 삼켜버릴 위기에서 구한다. 어머니 레아의 지혜로 목숨을 건진 제우스는 훗날 건장한 청년이 되어 그동안 아버지 제우스가 삼켜버렸던 형과 누이들을 아버지의 뱃속에서 꺼내어 주는데 비록 태어난 날은 늦었지만 아버지의 뱃 속에서 나온 형과 누이들이 여전히 태어날 당시의 신생아 상태인 탓에 제우스는 신중의 신이 될 수 있었다.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이다. 크로노스가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다시 삼켜버리는 끔찍한 신으로 묘사된 데는 나름의 메타포(은유)를 의미한다. 시간은 세월을 잡아먹는다. 제우스가 형과 누이들을 아버지의 뱃 속에서 구해낸 날 크로노스는 자신은 더이상 '시간의 신'이 아니라며 탄식했지만 여전히 시간은 세월을 삼키고 망각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어느덧 2010년도 크로노스의 뱃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잊혀져가는 2010년,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이성의 능력을 빌어 잊혀져가는 1년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는 본래 역마살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블로거로서의 나는 역마살도 이런 역마살은 없다. 쌓고 부수고, 또 쌓고 또 부수고...다음, 네이버, 코리아닷컴, 네이트, 구글, 야후, 파란 등 지금까지 둥지를 튼 곳만 해도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티스토리에도 초청장이라는 까다로운 임대조건(?)에도 불구하고 벌써 세번째 세들어 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여강여호'라는 세대주로 이제는 티스토리에 정착했다는 점이다. 비로소 나도 블로거가 된 것이다.

여전히 새내기 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적지않은 이웃도 생기고 과분하다시피 한 관심도 받고 있어 알게 모르게 블로거로서의 책임을 실감하고 있다. 여전히 허접한 글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허투루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는 듯 싶다. 돌이켜보면 또다시 블로그를 포기하고픈 순간순간에 용기를 준 이웃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는 당돌하게 2010년이 며칠 남지 않은 아쉬움을 달래려 지난 1년을 회고하는 포스팅까지 쓰고 있다. 게다가 내가 블로거가 됐다는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 아쉬웠던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생각했던것만큼 좋은 글들을 생산해내지도 못했고, 다양한 이웃들의 글들을 읽어보지도 못했다. 오프라인 모임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단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아쉬웠던 일들은 이것 말고도 무수히 많다. 특히 내가 추천한 글들이 베스트로 선정되지 않았을 때의 아쉬움이란 비단 나만의 그것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너무도 많았다.

물론 내가 남의 글을 평가할만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많은 블로거들이 읽고 공유해 줬으면 하는 나의 바램과 달리 단 몇 분 최신글 메인에 노출되었다 사라지는 글을 볼 때면 다른 블로거들에게 서운함마저 느낄 때도 있다.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유행어가 딱 어울린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고는 관심을 받기 위해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추천 버튼만 서둘러 누르곤 했다. 그러나 관심을 받기 위한 추천을 아무리 남발하더라도 내 글에 진솔함이 없으면 블로거들의 의미있는 방문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내가 이웃으로 설정한 블로그를 비롯해서 다음뷰나 믹시 등 메타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최신글 중에 많지는 않지만 조목조목 읽으면서 추천도 하고 댓글도 올리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추천한 글을 다른 블로거들이 같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커지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록 내가 추천하지는 않았지만 베스트란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2011년은 좋은 글을 쓰는 것 못지않게 좋은 글들을 많이 읽고 싶다. 하루에 단 한 명의 블로그를 방문하더라도 진심어린 소통을 하고 싶다. 특히나 책관련 포스팅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2011년 계획이고 다짐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2011년에는 책 리뷰가 아니라 서평에 도전해 보고 싶다. 리뷰와 서평의 구분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주제인지라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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