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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장하준, 시장만능 자본주의의 실체를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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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돌았다. '실용'으로 포장된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공정한 사회'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그동안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교육 분야 등에서 보여주었던 시장논리에 대한 부작용과 그에 따른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다분히 정치적인 선택이 '공정한 사회'다. 

공정한 사회는 기회의 균등으로부터 시작한다. 기회의 균등의 이념적 동의어는 평등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평등'이란 말만 나오면 콤플렉스적 반응을 보여왔다. '평등'을 들고나온 집단은 막무가내로 좌파로 낙인찍곤 한다.(좌파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기회의 균등이란 결과의 균등이어야 함에도 어느 것 하나 정책으로 즐거이 받아들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와서 '공정한 사회'라니 어안이 벙벙해 질 수 밖에...

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자본주의가 아닌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서다. 그런데 왜 나는 여기서 난데없이 이명박 정부를 끌어들였을까? '교황보다 더 독실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게 이명박 정부이고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장하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식 자본주의로 스타일을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후에는 미국인들에게 자유 무역의 장점을 설교하면서 금융 시장과 노동 시장을 사방팔방으로 완전히 개방하여 미국인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번 <G20서울정상회의>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2008년 금융시장 붕괴로 인한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영향력은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미국의 대변자 노릇을 자처하고자 발버둥치는 모습을...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서가 아니다. 장하준 교수 스스로 얘기했듯이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분명하다. 다만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시장만능의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경고이자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책이다. 영국 BBC 방송이 극찬한 대로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남으로써 자본주의가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장하준 교수의 제안이다.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라고 붙여진 부제가 이를 말해준다.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대중경제학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자체가 경제 문외한인지라 '대중경제학'이라는 용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현재 경제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지 않더라도 쉽게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적절한 단어 선택인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아무튼 장하준 교수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논리를 소개하고는 역사적 경험과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결국 시장주의자들이 대중을 속이고 있는 수많은 거짓말 중 23가지인 셈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일괄하는 단어는 시장과 국가다. 즉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국가는 뭘 모르기 때문에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시장의 힘으로 운용되어야 하며 위기 또한 시장이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자본주의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국가의 역할은 필요하며 최근의 금융 위기 또한 국가의 개입이 없었다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주장한다.

가령, 현정부 들어 자주 듣는 '작은 정부'에 대한 실례를 들어보자. 시장주의자들은 큰 정부는 경제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실업 보험, 의료 혜택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복지 정책을 추진할 돈을 부자들에게서 거둔 세금으로 확충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부자들은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게 될 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활력이 없어진다고 말이다.

장하준 교수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시장주의자들이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해도 실업 수당을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에 반해 미국 사람들은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생활이 심하게 어려워질 뿐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장하준 교수는 이런 논법으로 시장주의자들이 대중을 현혹하고 있는 23가지의 거짓말에 대해 반박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준다. 우리 현실을 보더라도 현정부의 지도자들은 표를 의식해서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의 논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정책으로 입안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논리를 적용하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탕발림으로 눈과 귀를 막아 버렸던 시장주의자들의 아니면 시장만능을 외치는 현정부의 대중들을 향한 거짓말과 음모들을 하나씩 하나씩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하준 교수가 제안한 세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8가지 원칙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   째, 자본주의를 하되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자유 시장주의라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에서 눈을 떠, 더 잘 규제된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
둘   째, 인간의 합리성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셋   째, 인간이 이기심 없는 천사가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넷   째, 사람들이 항상 '받아 마땅한' 만큼 보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섯째, '물건 만들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여섯째, 금융 부문과 실문 부문이 더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곱째,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가 필요하다.
여덟째, 세계 경제 시스템은 개발도상국들을 '불공평하게' 우대해야 한다.

소개하고 보니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끝까지 읽어봐야 이 원칙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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