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그리스

난봉꾼 제우스를 피한 유일한 여자, 시노페

반응형

그리스 신화에서 시노페Sinope는 강의 신 아소포스와 메토페(강의 신 라돈의 딸)의 딸로 아이기나, 테베, 살라미스, 케르키라, 페이레네, 테스피아, 칼키스 등과 자매지간이다. 시노페는 아폴론과의 사이에서 아들 시로스를 낳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과 님페, 인간들 중에서 시노페는 바람둥이 제우스에게서 벗어난 유일한 여자였다. 시노페가 제우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스틱스 강물에 대고 한 맹세였다. 스틱스 강을 걸고 한 맹세는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었다. 만약 이 맹세를 거부한다면 90년간 방에 갇혀 밥을 못 먹는 벌을 받는다고 한다. 또 신들은 9년 동안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며 81년 동안 신들의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스틱스 강을 걸고 한 맹세가 시노페를 구했다.  

 

 

아름다운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제우스가 이번에는 님페 시노페를 보고 반하여 곧바로 구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노페는 그가 제우스라는 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냥 싫었던 모양이다. 시노페는 그의 구애를 피해 달아났고 제우스는 그녀를 뒤쫓는 매우 익숙한 장면이 또 벌어졌다. 시노페가 매우 빠른 발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둘의 추격전은 세상을 절반이나 돌고서야 끝이 났다고 한다. 제우스는 피하기만 하는 시노페를 손에 넣기 위해 그녀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겠다고 스틱스 강을 걸고 맹세했다. 하지만 이것은 제우스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알다시피 스틱스 강에 걸고 한 맹세는 제 아무리 제우스라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시노페는 자신은 영원히 처녀로 남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제우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틱스 강에 걸고 맹세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시노페는 어느 위대한 여신들도 피하지 못했던 제우스의 난봉질을 피한 유일한 여성이 되었다. 한편 시노페가 붙잡혔던 곳에 도시가 세워졌는데 사람들은 이 도시를 그녀의 이름을 따서 시노페라고 명명했다. 흑해 연안에 위치한 터키의 고대 도시 시노페는 이슬람 정복기에도 헬레니즘 전통을 고수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한편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Diodoros Sikeliotes, 기원전 1세기경)에 따르면 제우스를 피한 시노페는 나중에 아폴론에게 납치되어 소아시아로 가서 시로스Syrus라는 아들을 낳았다. 훗날 시로스는 시리아인들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