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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마야

오만과 자만의 댓가; 부쿱 칵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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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폴 부>에서 위대한 쌍둥이 영웅은 지나친 자만과 오만에 차 있었던 괴물 새 부쿱 카킥스Vukub Caquix를 처치했다. 부쿱 카킥스 신화는 재앙이나 피해를 불러오는 가장 일반적인 악덕은 자만과 탐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만과 오만의 상징 부쿱 카킥스는 누구였을까? <포폴 부>에 따르면 부쿱 카킥스는 괴물 새로 이전의 창조와 현재의 창조 사이에 존재했던 황혼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태양과 달이라고 자처했다. 그는 치말마트의 남편이자 두 명의 지진을 상징하는 악마인 카브라칸과 지파크나의 아버지였다.

 

악마 새 부쿱 칵킥스를 겨냥하고 있는 우나푸. 출처>구글 검색

태양과 달을 자처한 즉 가짜 태양-달이었던 부쿱 카킥스는 마야 판테온의 쌍둥이 영웅 중 한 명인 우나푸가 쏜 바람총에 맞아 그의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힘을 빼앗겼다고 한다. 흔히 마야 신화의 쌍둥이 영웅이라고 하면 우나푸와 스발란케를 말한다. 쌍둥이 형제는 함께 현재의 창조에서 진정한 태양과 달이 될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쌍둥이 영웅 신화에서 그리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마야 예술의 특정 장면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세기에 쓰여진 <포폴 부>를 통해 전해진 이 이야기는 도자기에 그려진 마야 고전기 특정 장면을 해석하는데 사용되어 왔는데, 이 장면은 우나푸가 가파르게 하강하는 괴물 새를 조준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미 라자파의 전고전기 말 돌기둥에서 이미 나타난 적이 있는데 이 돌기둥에는 쌍둥이 영웅으로 추정되는 두 인물이 거대한 새의 옆구리를 겨누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그 새는 ‘조류 신’의 전형인 최고신 이참나가 변형된 괴물 새였다. 이참나의 태양과의 관련성은 <포폴 부>와 고전기 특정 장면을 확인하는 주장의 일부이다. 으뜸 신의 태양적 측면은 오만과 자만으로 스스로를 태양과 달이라고 자부한 부쿱 카킥스에 의해 표현된 태양의 지위에 대한 주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비록 부쿱 카킥스를 겨냥한 고전기 마야 이야기가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관련된 새는 최고신 이참나의 조류 변형의 한 형태이며, 일반적으로 창조신 숭배 개념은 부쿱 카킥스의 악마적 성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조류 신인 부쿱 카킥스를 겨누는 장면은 끼체 신화의 낯선 요소들을 포함한다. 부쿱 카킥스의 정체는 분명 마코앵무는 아니며 나무에 앉아있는 대신 물 위에 떠있는 왜가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셋째, 더 근본적으로 악마 새를 사냥한 쌍둥이 영웅이 또 다른 비슷한 신화와 관련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사실 적어도 고전기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은 우나푸가 독수리를 쏘고 있다. 따라서 부쿱 카킥스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보다 조류 신 사냥은 잊혀진 쌍둥이 영웅의 악마 새 사냥 신화를 더 잘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부쿱 카킥스 신화는 여전히 답해야 할 질문들이 많다.

 

한편 지진을 상징하는 부쿱 칵킥스의 두 아들 카브라칸과 지파크나도 모두 쌍둥이 영웅에 의해 제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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