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아즈텍

틀랄록; 비를 대하는 아즈텍인들의 믿음

반응형

아즈텍 판테온에서 틀랄록Tlaloc은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로 비와 물과 번개, 농업의 신이었다. 그는 생명에 필수적인 비를 제공하는 자애로운 신으로 여겨졌지만 폭풍과 가뭄을 관장하는 파괴적인 신이기도 했다. 아즈텍 신화에 따르면 틀랄록은 세 번째 태양의 통치자였다. 그는 아즈텍 달력의 일곱 번째 날인 마차틀Mazatl과 관련이 있었다. 스페인 정복기에는 열세 하늘 중 여덟 번째 하늘로 알려진 일우이카틀 소소우칸Ilhuicatl Xosouhcan의 통치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틀랄록은 올멕족이 숭배했던 재규어에서 발전한 신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비의 신 틀랄록 석상. 출처>구글 검색

틀랄록이라는 이름은 나우아틀어의 ‘땅’, ‘대지’를 의미하는 ‘틀랄리Tlali’와 ‘지표면 위의 무엇’을 뜻하는 ‘오크Oc’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틀랄록의 기원은 아마도 올멕 신 Ⅳ나 마야의 신 B 또는 챠크와 많은 유사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다양한 메소아메리카 문화에서 틀랄록은 7세기경 남부 멕시코에서 일어난 믹스텍 문화의 드짜우이, 베라크루즈와 푸에블라 지역에서 일어난 토토낙 문화의 타진, 멕시코 서부의 타라스칸 문화의 추피트리페메, 자포텍 문화의 코치조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모두 물과 비를 관장하는 신이었다.

 

케찰코아틀과 우이칠로포츠틀리가 창조과정에서 태어난 파충류 괴물 시팩틀리를 물리쳤을 때 틀랄록은 비, 구름, 폭풍, 홍수, 번개, 눈, 얼음 심지어 가무과 같은 물과 관련된 기상조건과 관련이 있었다.

 

틀랄록은 네 개의 색과 네 개의 방향과 같은 네 개의 특별한 상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거래 도구와 사용 무기를 창조한 나파테쿠틀리와 청동의 수호신 오포츠틀리를 포함하는 틀랄록들로 알려져 있다. 이 화려한 이미지에서 틀랄록은 네 개의 커다란 항아리를 가까이에 두고 있다고 믿어졌으며, 각각은 기본적인 방향을 상징했다. 동쪽의 항아리로부터 틀랄록은 생명에 필수적인 비를 내렸고, 다른 항아리로는 인간과 곡물에 치명적인 가뭄과 질병과 서리의 재앙을 내렸다. 고대 아즈텍인들은 각각의 틀랄록들이 산에 깊숙이 있는 물 항아리를 때릴 때 내리는 것이 비라고 생각했다. 천둥소리는 이 물 항아리들이 부딪칠 때 만들어진 소리라고 믿었다.

 

산과 관련된 틀랄록은 비와 날씨와 산의 신들의 집합체인 틀랄로쿠에의 통치자로 여겨졌다. 이 그룹에는 틀랄록의 누이이자 강과 바다와 홍수의 여신이었던 찰치우틀리쿠에도 포함되었다. 아즈텍 신화에 따르면 틀랄록은 찰치우틀리쿠에와 함께 생겨났다고 한다. 한편 찰치우틀리쿠에가 틀랄록의 배우자라는 주장도 있는데, 틀랄록에게는 두 명의 배우자가 더 있었다. 먼저 꽃과 다산의 여신 소치케찰, 그러나 그녀가 테츠카틀리포카에게 납치당했을 때 틀랄록은 또 다른 비의 여신 마틀라쿠에이틀을 두 번째 아내로 맞았다.

 

테노치티클란에는 두 개의 쌍둥이 신전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템플로 마요르 피라미드에 세워졌다. 하나는 위대한 신이자 건기를 상징하는 우이칠로포츠틀리에게 바쳐졌고 다른 하나는 틀랄록에게 봉헌되었다. 틀랄록의 신전으로 이어지는 기념비적인 계단은 파란색과 흰색으로 칠해졌는데 파란색은 틀랄록과 깊은 관련이 있는 물을 상징했다. 틀랄록 신전은 피라미드 북쪽에 위치해 있었고 여름 하지와 우기를 상징했다. 피라미드 안쪽의 제물들은 산호 껍데기, 바다 생물 등과 같은 바다와 관련이 있었다. 틀랄록은 또 테노치티틀란 외곽 틀랄록 산 400미터 정상에도 신전을 가지고 있었다.

 

틀랄록은 특히 아즈텍 달력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달에 해당하는 아틀카우알로와 세 번째 또는 네 번째 달인 토초츠몬틀 그리고 열여섯 번째 또는 열일곱 번째 달에 해당하는 마테모츠틀리에 숭배되었는데 그 때마다 그는 제물로 꽃을 받았다. 틀랄록을 달래기 위한 더 사악한 제물은 아이들을 포함한 인신공양이었는데 그들의 눈물은 틀랄록으로부터 비가 내리는 것과 관련이 있는 호의적인 신호였다. 옥수수 귀와 줄기도 집에 보관되어 풍요의 신이기도 했던 틀랄록의 상징으로 숭배 받았다.

 

틀랄록은 또 홍수, 폭풍, 질병 등으로 죽은 사람들이 가게 되는 틀랄로칸의 세속적인 통치자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대 아즈텍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보다는 매장을 했다. 일단 죽은 사람이 틀랄로칸에 들어가면 잎과 꽃을 피우는 나무조각과 섞이게 했다. 후 고전기 멕시코인들은 틀랄록이 적당한 습기가 있고 어머어마한 보물로 가득 찬 동굴에 사는 것으로 믿었다.

 

멕시코시티 남동쪽에 위치한 고고학 유적지인 틀라파코야에서 발견된 틀랄록의 가장 초기 표현은 기원전 1세기 경에 제작된 것으로 틀랄록이 번개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건축에서 가장 초기의 묘사는 기원전 2~3세 경으로 거슬러올라가며 테오티우아칸에서 발견되었다. 테오티우아칸에 있는 케찰코아틀의 위대한 피라미드 벽화에서 틀랄록은 나무와 나비들과 인간들을 배경으로 손에서 물방울이 흘러나오는 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비의 신 틀랄록의 묘사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멕시코시티 국립 인류학 박물관 밖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석상일 것이다. 물론 이 석상은 그의 동생이자 아내였던 찰치우틀리쿠에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메소포타미아의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틀랄록도 대개는 뱀으로 묘사된다. 그는 재규어처럼 큰 눈과 송곳니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석조 조각에서 틀랄록의 입은 메소아메리카 농업에 얼마나 중요한 신이었는지를 상징하는 소용돌이나 옥수수 이삭의 형태를 하고 있다. 한편 툴라에서 발견된 피라미드에는 인간 조각상들이 틀랄록을 위해 사람들의 심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접시를 배에 올려놓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