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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아프리카

제국주의자들이 악마로 만든 신, 에크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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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 족 흥정과 거래와 전쟁의 신 에크웬스(Ekwensu). 출처>구글 검색

에크웬수(Ekwensu)는 나이지리아 이보 족 판테온에서 흥정 또는 거래의 신이자 전쟁의 신으로 창조신 치우쿠(Chiukwu 또는 Chukwu, Chineke)의 아들들 중 하나였다. 기독교 이후에 대부분의 토착신들이 악마로 위상이 추락하지만 에크웬수는 기독교 이후에도 이보 족 전통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현재 이보 족 사람들은 새로운 종교적 전통 즉 기독교 이후 세대이기 때문에 에크웬수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의심을 하고 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고대 종교에서도, 기독교 이후에도 에크웬수는 악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유럽인들은 그들의 종교를 가져와서 이보 족 신앙에 악마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에크웬수는 악마’라는 신념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들은 이보 족 사람들에게 그들의 종교와 두려워할 뭔가를 심어주지 않으면 나이지리아를 식민지화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유럽 선교사들은 수 년간의 노력 끝에 ‘에크웬수는 악마’라는 거짓을 이보 족 사람들의 신념체계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고대 이보 족 사람들은 전투에 참여하거나 흥정이나 장사 등 다른 사람을 능가할 교활한 계책이 필요할 때면 에크웬수의 정신을 발동시켰다. 에크웬수는 그리스의 힘과 권력을 의인화한 신 크라토스(Cratos)와 마찬가지로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신이었다. 유럽인들이 에크웬수를 악마와 동등한 존재로 만든 것은 기독교 이후였다. 고대 이보 족 사람들은 창조신 치우쿠와 그의 자식들을 숭배했을 뿐 그들에게는 지옥도 악마도 없었다.

 

현대 이보 족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들이 숭배했던 에크웬수의 존재와 가치를 모를 수도 있다. 부족간 종교 갈등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나이지리아가 평화를 되찾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할지도 모른다. 지옥도 악마도 없었던 그들의 고대 신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옛말이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세상이지만 그래도 오늘의 문제는 옛 것을 다시 복기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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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Ibo 또는 Igbo) 족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남부의 부족으로 2019년 기준 인구는 나이지리아 전체 인구의 18%인 36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부계 씨족사회로 일부다처제가 인정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령을 숭배하는 종교를 갖고 있으나 기독교화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참고로 나이지리아는 1960년 독립했지만 하나의 국가 및 국민 정체성을 만들지 못했다. 나이지리아를 구성하는 4개의 주요 민족집단을 중심으로 지역∙종교∙종족 갈등이 끊임없이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4개의 주요 민족집단 중 하나가 이보 족이다.

 

현재 나이지리아는 북부의 이슬람교도인 하우사와 플라니족, 남부의 기독교인 요르바족과 이보족으로 나뉘어져 첨예한 갈들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슬람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은 현대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알려져 있다. 한편 나이지리아가 겪고 있는 지금의 민족간 갈등의 뿌리는 영국이 지배했던 191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영국이 전혀 다른 두 지역을 합쳐 나이지리아를 만들고 간접통치를 실시해 분쟁의 씨앗을 남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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