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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디오니소스 ⑥아리아드네의 아픔을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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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어려운 문제를 푸는 실마리나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열쇠라는 의미로 '아리아드네의 실'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테세우스(Theseus)가 미노타우로스(Minotaurus)를 물리치기 위해 크레타로 갔을 때 그곳의 공주 아리아드네(Ariadne)가 그를 보고 한눈에 반해 미궁 속 괴물을 죽이고 안전하게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운 데서 비롯되었다. 즉 실을 테세우스의 몸에 묶고 실을 따라 안전하게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한 것이다.


사랑의 힘으로 난세의 영웅을 만든 아리아드네였지만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조국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 것이다. 결국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배신하고 만다. 그것도 낙소스 섬 해안에 혼자 버려두고 떠나버렸으니 아리아드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결국에는 조국도 사랑도 모두 잃어버린 셈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낙소스는 아리아드네에게 비탄과 절망의 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적어도 한 번의 반전은 있다. 아리아드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Dionysus)를 만난 것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 독일)의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는 실연의 아픔으로 절망의 섬에 불과했던 낙소스가 희망과 또 한 번의 사랑의 섬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테세우스와의 만남에서는 사랑을 하는 입장이었지만 디오니소스와의 만남에서는 사랑을 받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비록 그것이 연민의 정일지언정.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출처>구글 검색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의 배신에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어디선가 요란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표범이 끄는 포도 넝쿨로 뒤덮힌 마차를 타고 디오니소스가 나타났다. 그의 스승 실레노스도 함께 있었다. 디오니소스의 등장이 얼마나 위협적이었던지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리아드네는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 있어야만 했다. 이때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를 보았던 모양이다. 아름다운 여성 앞을 그냥 지나칠 신은 없다. 마차에서 내린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를 훌쩍 안더니 마차에 태워 순식간에 숲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납치라도 한 것처럼. 


실패한 사랑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첫 만남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았지만 디오니소스의 아리아드네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아리아드네도 비로소 실연의 아픔을 잊고 다시 찾아온 사랑에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한편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에 대한 사랑의 증표로 그녀의 왕관을 하늘로 던져 별이 되어 영원히 반짝이도록 했다. 북쪽 하늘에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자리 왕관자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참고로 왕관자리는 순우리말로 말굽칠성이라고 한다. 


술은 잔혹한 흉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픈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과하지만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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