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히타이트/텔레피누Telepinu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의 투쟁의 역사다. 가뭄이나 홍수, 추위, 더위 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생존의 문제였다. 특히 고대인들에게 이런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자연의 다양한 모습들을 신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신화의 상당한 부분들을 제의 신화로 분류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바빌론의 탐무즈 신화나 우가리트의 바알 신화 등이 대표적인 제의 신화로 꼽힌다. 탐무즈나 바알이 사라진다는 것은 곡토가 황폐화되는 것을 의미했다. 때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먹거리가 풍성한 여름은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먹거리가 귀한 겨울은 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제의 신화는 히타이트 신화에서도 발견된다. 기후의 신 또는 농사의 신으로 불리는 텔레피누(Telepinu)가 있었다.
수메르의 두무지나 바빌론의 탐무즈가 그랬듯이 텔레피누도 무엇 때문에 사라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쨌든 신화는 텔레피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가 났다는 데서 시작된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텔레피누는 왼발에 오른쪽 신발을 오른발에 왼쪽 신발을 신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텔레피누가 사라지자 대지는 온통 메말라갔고 화로의 불은 꺼졌다. 가뭄과 기근이 계속되었고 제단에 바칠 제물이 없어서 신들 또한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텔레피누의 아버지인 폭풍의 신 테슈브는 독수리를 보내 그를 찾도록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텔레피누를 찾을 수 없었다.
▲한나한나스 여신은 텔레피누를 찾기 위해 꿀벌을 보냈다. 사진>구글 검색 |
텔레피누를 찾기 위해 여신 한나한나스(Hannahannas)가 나섰다. 히타이트 족에게 한나한나스 여신은 ‘위대한 어머니의 여신’으로 통한다. 한나한나스는 텔레피누를 찾기 위해 꿀벌을 보낼 생각이었다. 폭풍의 신 테슈브는 이런 한나한나스 여신을 비웃었다. 한나한나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꿀벌에게 텔레피누를 보거든 손과 발을 찌르고 텔레피누가 고통을 호소하거든 밀랍을 발라 고통을 덜어주라고 명령했다. 드디어 꿀벌은 텔레피누를 찾아 먼 여행길을 떠났다.
▲텔레피누 신화가 들어있는 히타이트 점토판. 사진>구글 검색 |
마침내 한나한나스의 꿀벌은 텔레피누를 찾았고 여신이 일러준 대로 손과 발을 찌르자 텔레피누가 긴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텔레피누는 전보다 더 화가 나 있었다. 폭풍의 신 테슈브는 그를 독수리에 태워 데려올 것을 명령했다. 이 때 등장하는 여신이 있다. 텔레피누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치유의 여신 캄루세파스(Kamlusepas)가 나서 12마리의 숫양을 희생물로 잡도록 하고 횃불을 켜고 끄는 것을 반복하도록 했다. 드디어 텔레피누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고 그의 분노도 가라앉았다. 자연은 다시 예전처럼 풍요롭게 되었다고 한다.
〮마이클 조던/신 백과사전/보누스
〮필립 윌킨스/신화와 전설/21세기북스
〮사무엘 헨리 후크/중동 신화/범우사
〮포털 사이트 지식 및 뉴스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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