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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인생'으로 본 청년실업의 진실 레디메이드 인생/채만식/1934년 청년실업이 날로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언론도 취업시즌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 강 건너 불구경이다. 200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청년 고용률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데도 진지한 공론의 장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눈높이를 낮추라느니, 중소기업에는 아직도 인력이 모자란다느니 하는 청년실업대책과 이를 받아쓰기에 급급한 언론의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저렇게 취직만 하려고 애를 쓸게 아니야. 도회지에서 월급 생활을 하려고 할 것만이..
나는 평양석공조합 대표 박창호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송영의 『석공조합 대표』/「문예시대」2호(1927.1)/창비사 펴냄 현정부 초기 한국노동연구원 박기성 원장이 헌법에서 노동3권을 빼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합리적인 노동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망언이었다. 본인의 소신이었던지 아니면 집권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과욕이었던지 노동자를 바라보는 천박함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노동자의 권리이기 전에 약자가 강자에 대항하기 위한 아니면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다. 그나마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노동자를 바라보는 천박함은 비단 국책연구..
아내는 왜 밥그릇 뚜껑을 열어보았을까?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익상의 『어촌』/「생장」3호(1925.3)/창비사 펴냄 꽃 한 송이 피워 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 줄 지구도 없고 노루 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 중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 신석정의 중 일부다. 20세기 한국소설을 얘기하려다 밑도 끝도 없이 신석정의 시는 왜 인용했을까? 낯선 이름, 소설가 이익상을소개하자니 마땅히 내세울 친숙한 이력이 없어서다. 소설 『어촌』의 작가 이익상은 신석정의 사촌매부다. 또한 이익상은 신석정을 시인으로 이끈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익상이 카프 발기인으로 참여한 데는 일본 유학 시절 접한 사회주의 사상 때문이었다.주로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던 이익상은 그의 소설 『어촌』, 『번뇌의 밤』, 『젊은 교사』, 『위협의 채찍』, ..
낙동강을 울게 하는 자 또 누구인가! 조명희의 /1927년 졸고 있는 이 땅, 아니 움츠러들고 있는 이 땅, 그는 피칠함이 생기고 말았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이 마을 앞 낙동강 기슭에 여러 만 평 되는 갈밭이 하나 있었다. 이 갈밭이란 것도 낙동강이 흐르고 이 마을이 생긴 뒤로부터, 그 갈을 베어 자리를 치고 그 갈을 털어 삿갓을 만들고 그 갈을 팔아 옷을 구하고, 밥을 구하였다. -『낙동강』 중에서- 낙동강을 삶의 터전으로 의지하고 살던 촌민들은 노래 불렀다. 기러기 떴다. 낙동강 우에 가을바람 부누나 갈꽃이 나부낀다. -『낙동강』 중에서- 이런 낙동강의 갈밭이 어느 날 남의 물건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촌민의 무지 때문이었다. 십 년 전에 국유지로 편입이 되었다가 일본사람 가등이란 자에게 국유 미간처리라는 명목으로 넘어가고 말았..
민우의 전향은 진심이었을까? [20세기 한국소설] 중 한설야의 『이녕』/「문장」4호(1939.5)/창비사 펴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 이하 카프)을 인정하지 않았던 일제는 두 차례의 사상 탄압을 감행했다. 1931년 8월 도쿄에서 발행된 [무산자]의 국내 유포와 영화 [지하촌] 사건이 발단이 된 제1차 카프검거사건이 있었다. 또 1934년에는 전북 금산(현재는 충남)에서 일어난 ‘신건설사 사건’으로 80여 명의 맹원이 검거된 제2차 카프검거사건이 있었다. 한설야는 제2차 카프검거사건으로 체포되었다가 그 해 12월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한설야의 소설 『이녕』은 시기적으로 두 차례의 사상탄압이 있은 뒤 발표된 소설이다. 좌파 작가들에게는 그만큼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정제된 ..
노동자 창선의 손바닥에는 소 우(牛)자가 찍혀 있었다 한설야의 /1929년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땅/우리의 노동으로 일떠세운 이 땅에/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사랑으로 살기 위하여/저 지하 땅끝에서 하늘 꼭대기까지/우리는 쫓기고 쓰러지고 통곡하면서/온몸으로 투쟁한다 피눈물로 투쟁한다/이 땅의 주인으로 살기 위하여 -박노해의 시 중에서- 박노해 시인만큼 우리 노동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개발이라는 명분 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유혹하는 공단의 불빛, 산업역군이라는 권력과 자본의 달콤한 말에 하루가 멀다 하고 강행하는 잔업과 철야, 잘도 도는 미싱에 벌집이 돼버린 손가락, 그러나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건 개 돼지만도 못한 처참한 생활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름시름 앓다가 차가운 쪽방 한 켠에서 맞이하는 죽음…’얼굴없는..
쥐불놀이, 도박 그리고 불륜 이기영의 /1933년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던 30,40대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쥐불놀이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설날 세뱃돈만큼이나 소중하게 모아두었던 빈 깡통도 보름 뒤에 있을 쥐불놀이를 위해서였다. 깡통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마른 풀이나 종이로 밑불을 놓아 불씨를 만든 다음 마른 장작을 빼곡히 채운다. 꺼지지나 않을까 깡통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너른 들판 한가운데로 모인다. 어느 틈엔가 들판은 쥐불을 하나씩 들고 나온 동네 아이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누구의 신호랄 것도 없이 각자 크게 원을 그리며 쥐불을 돌리면 겨울 들녘은 온통 새빨갛게 불춤의 향연이 한판 벌어진다. 작가 이기영의 시선은 지금 이 쥐불놀이를 향하고 있다. 한데 난데없는 불빛이 그 산 밑으로 반짝이었다. 그것은 마치 땅 위로 ..
'민촌' 쥐는 쥐인 척 해야 제격이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기영의 『민촌』/「조선지광」50호(1925.12)/창비사 펴냄 "쥐는 쥐인 척하는 것이 오히려 제격에 들어맞는 법이다. 작자는 여실하게 부르조와 연애소설이나 쓰던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비위에 맞는 강담소설이나 쓸 것이지 아예 이와 같은 무모한 경거망동의 만용은 부릴 것이 아니다. 아무리 관념론자이기로 이만한 이해관계는 구별할 만한 두뇌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을 쓸어내려도 될 듯 싶다. 그대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는 말이다. 쥐이면서 쥐가 아닌 양 행세한다는 이는 다름아닌 춘원 이광수이기 때문이다. 조국해방을 황국신민이 못된 아쉬움으로 토로했던 뼛 속까지 친일파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로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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