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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16 피그말리온, 무작정 하면 된다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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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는 마침 개발된 항암 효과가 있다는 신약을 투여해 달라고 했다. 사실 이 암 환자는 온몸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로 생존 확률이 희박했다. 하지만 환자의 강력한 요구로 신약을 투여했다. 며칠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의사들은 거의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던 그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또 며칠 후 그 암 환자는 자신이 투여받았던 신약이 항암효과가 없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다시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담당의사는 그 신약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며 식염수를 넣은 주사를 투여했다. 환자의 상태는 다시 호전되기 시작했고 퇴원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시 그 약이 효과가 없다는 언론의 보도가 발표되자 다시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내 죽고 말았다고 한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자 브루노 클로퍼 교수가 1957년 발표한 보고서 내용이다.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한 용어로 로젠탈(Rosenthal) 효과가 있다. 플라시보가 주체의 믿음과 확신이라면 로젠탈은 객체의 주체에 대한 믿음에서 얻어지는 효과를 말한다. 1968년 하버드 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생 중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아 담당 교사에게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했다. 8개월 후 다시 지능검사를 했는데 이 무작위로 뽑힌 20%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한다. 즉 교사의 특정 학생들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실제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효과를 미쳤다는 것이다.  


여인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는 피그말리온. 출처>구글 검색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피그말리온 효과는 플라시보보다는 로젠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피그말리온(Pygmalion)은 키프로스의 조각가였다. 피그말리온이 결혼도 하지 않고 조각하는 일에만 몰두해서 산 이유는 당시 키프로스 여인들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었다. 성적으로 문란했기 때문이다. 키프로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키프로스 여인들이 자신을 섬기지 않는 것에 화가 난 아프로디테가 신성 모독에 대한 벌로 키프로스 여인들을 문란한 성생활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피그말리온은 이런 키프로스 여인들을 혐오했다. 


피그말리온은 현실의 여인들을 외면하고 상아로 실물 크기의 여인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피그말리온은 완성된 여인 조각상에 푹 빠지고 말았다. 어쩌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산 피그말리온에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피그말리온은 여인 조각상에 푹 빠져 급기야 혼자 입을 맞추는 등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여인 조각상에 대한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바람은 키프로스의 수호신 아프로디테에게 전해졌고 아프로디테는 여인 조각상을 실제 여인으로 변신시켜 주었다. 꿈을 이룬 피그말리온은 여인이 된 조각상과 함께 가족을 꾸려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는 게 피그말리온 전설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 출처>구글 검색


피그말리온 신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바로 아일랜드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희극 <피그말리온>이다.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가 한 인간의 가치는 그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의 질에서 결정된다고 믿으면서 하층 계급으로 비속어를 쓰는 꽃 파는 처녀 일라이자를 6개월 안에 숙녀로 만들어 놓겠다고 피커링 대령과 내기를 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일라이자는 히긴스의 바람대로 고상한 숙녀로 변신했다. 히긴스는 숙녀가 된 일라이자를 사랑했지만 일라이자는 자신의 인생을 찾아 그를 떠나고 만다. 여성을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묘사하지 못했던 피그말리온 신화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피그말리온 신화는 이후 오드리 햅번 주연의 <마이 페어 레이디>로 제작되면서 변화하는 여성의 지위와 시대상을 반영해 오고 있다. 


흔히 피그말리온이 만든 여인 조각상을 갈라테이아라고 부르는데 그리스 신화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변신 이야기>나 <신들의 계보> 및 플라톤 등의 어떤 자료에도 그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훗날 신화가 회자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피그말리온 신화가 희곡 <피그말리온>,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로 제작되면서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했듯이 신화는 읽고 있는 독자의 새로운 해석을 필요로 한다. 마찬가지로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비롯된 '피그말리온 효과'나 '플라시보 효과', '로젠탈 효과'등에 대해서도 처음 발표된 시대가 아닌 현재의 시작에서 재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식의 이런 심리학적 이론은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로 폄하될 수도 있다. 개인의 노력과 믿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본적인 사회적, 정치적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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