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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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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제도, 내 책읽기를 방해하는 독(毒)일까? 모 서평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모집에 당첨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책이 도착하지 않아 며칠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젯밤에 동네 수퍼에 들렀다가 내 이름이 적힌 택배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기다리던 책이었다. 수퍼 사장님 말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이틀을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없길래 수퍼에 맡겼다고 한다. 택배상자를 다시 보니 주소가 잘못 기재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전화라도 하지...' 서평 마감이 며칠 남지 않아 택배기사에게 원망섞인 생각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개봉하고는 읽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한 곳의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곳저곳 서평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읽고 싶은 책이 마침 올라와 있으면 참여신청을 하곤 한다. 그러나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서평 사이트를 ..
10만원 빌려 51만원 갚고 파산한 사연 염상섭의 /1949년 "근대법에서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해 위법한 이율을 부과하는 행위. 근대사회에 있어서도 금융기관의 기능이 미흡할 때, 자본축적이 미약한 저개발국가에서 투자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때, 금융기관의 금리수준이 현실과 차이가 많아 자금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사금융이 발달하여 고리대는 계속 존재한다." 다음백과사전에는 '고리대금'이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었고 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고리대금이다. 흔히 사채라 부르는 개인간 금융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합법을 가장한 고리대금업이 성행하기도 한다. 길 건너로 여자중학교와 국민학교가 있는 네거리 문방구. 도대체 이 작은 문방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년 반만에..
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염상섭의 /1948년 1층을 덮을만큼 뾰족 튀어나온 2층 처마, 영화에서나 본듯한 벽난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유난스레 크게 들리던 발자국 소리. 어릴 적 자주 놀러갔던 친구의 집은 여느 집과는 달랐다. 뿐만아니라 숨을 길게 들이마시면 바다내음이 가득했던 그 동네는 친구네 집과 비슷한 꼴의 주택들이 늘어서 있어 이국적 향취를 물씬 풍기곤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살던 집이라고만 들었다.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런 집들을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고 불렀다. 적산가옥이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국에 지어 살았던 집으로 말 그대로 적국의 재산이나 적국인 소유의 재산을 말한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일본인들이 살았던 이 적산가옥은 대한민국 정부로 귀속되고 정부는 부족한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적산가옥..
올해 읽은 책 중에 한 권만 꼽으라면... 누군가 인간에 대해서 정의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후회하는 동물'이라고 말하겠다. 후회라는 말만큼 사람을 사람답게 비춰주는 단어가 있을까? 타인의 평가야 어찌됐건 사람은 잘해도 후회하고 못해도 후회한다. 잘해도 남고 못해도 남는 게 후회고 아쉬움이다. 후회를 한다는 것은 뒤를 돌아봄이다. 뒤를 돌아봄은 반성하는 것이다. 반성은 내일로 가는 여정이다. 내일이란 어제의 후회와 아쉬움이 남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만든 말이지싶다. 완벽한 인간에게서는 사람냄새가 풍기지 않는 법이다. 결코 아름답지 못한 말 '후회'도 포장하고 보니 막 꽃단장을 마친 새악시마냥 화사해 보인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 삶은 내년을 바라는 내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티스토리에 둥지를 튼 2010년, 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책 블..
술, '酒, 述, 術'이라고 쓰고 '성공'이라 읽는다 이립(而立)/심상훈 지음/왕의 서재 펴냄 인간은 태어나서 성공을 향해 쉼없이 달려간다. 매순간 의식하지는 못할지언정 성공이라는 고지를 향해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성공의 실체도 다양하다. 어떤 이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성공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사회적 지위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화로 포장되어 회자되기도 한다. 누구나 술술술 풀리는 성공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풀리는 게 성공이라면 신화가 된 성공담들이 무색해지지 않겠는가! 여기 술술술 풀리는 성공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술술술'을 즐기라는 중년 남자가 있다. 이 중년 남자는 KBS , 등에서 재치넘치는 입담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명강사 타이틀을 얻은 바 있는 경영 ..
조국을 버린 문인들, 그러나 조국은 그들을 사랑했다? 20세기 한국소설 1/창비사 펴냄 창비사에서 발간한 [20세기 한국소설] 시리즈 제1권 [20세기 한국소설 1]을 아우르는 주제는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들이다. 아직도 고대 한문소설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던 신소설과 달리 여기에 소개된 10편의 소설들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대소설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평가받을만한 작품들이다. 문학적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길지않은 소설(단편, 중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의 리뷰를 작성할 때마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한가지 새로운 발견이라면 10편의 리뷰를 올리는 동안 블로거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분명했다는 점이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그래서 버려야 할 것과 간직해야 할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왜 일본은 이광수에게 조선예술상을 주었을까? 이광수의 /1917년 김동인의 소설 『태형』이 감옥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비인간성을 묘사하고 있다면 이광수의 소설 『무명』은 동일한 감옥이지만 일반 감옥이 아닌 병감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탐욕과 폭력을 그려내고 있다. 문학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여기서 무명은 빛이 없는 세상(無明)으로 닫힌 극한의 세계를 의미한다. 내용은 이렇다. 병감에는 작중화자 '나'를 비롯해 공문서 위조단의 공범 윤씨와 방화범 민씨, 설사병 환자 정씨, 신문지국 기자로서 부자와 과부 며느리의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댓가로 금품을 뜯어낸 강씨 그리고 또다른 방화범 간병부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비방하며 알수없는 자존감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헐..
그들은 부부로 살기위해 달콤한 거짓말을 한다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쿠니 가오리 지음/신유희 옮김/소담출판사 펴냄 여기 결혼 3년차 부부가 있다. 테디 베어 작가인 루리코와 자동차 보험 계약담당 사원인 사토시가 그들이다. 루리코는 남편 사토시보다 두 살이 많다. 그들은 부부로 살기위해 오늘도 달콤한 거짓말을 한다. 뭐가 그리도 달콤하고 왜 그들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독일 시인 하이네(Christian Johann Heinrich Heine, 1797~1856)의 말처럼 그들은 일찍이 어떤 나침반도 항로를 발견한 적이 없는 거친 바다를 항해중이다. 그들은 안전하게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솔라닌과 바꽃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가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소설의 진행에 긴장감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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