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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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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케, 운명과 숙명의 차이 2018년 4월 3일은 4.3이 70주년 되는 날이었다. 엄연한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3은 우리 사회 금기어 중에 하나였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4.3이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었음을 인정하고 4.3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게 진솔한 사과를 함으로써 4.3은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라 진상 규명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날임을 선포했다. 국가가 외면하고 왜곡한 4.3을 대중들이 처음 알게 된 데는 어느 노작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현기영 작가의 소설 은 4.3의 진실을 폭로한 최초의 기록이었다. 현기영 작가는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3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국가가 숨기고 왜곡하려..
닉스는 어떻게 야상곡이 되었나 음악 장르 중에 '야상곡'이라고 있다. 아일랜드의 작곡가 존 필드(John Field,1782-1837)가 처음으로 시작한 음악 장르로 한 밤의 정취를 담아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선율이 특징이라 '야상곡'이라고 부른다. 때로는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도 자아낸다고 한다. 필드가 야상곡을 처음 작곡했지만 쇼팽에 의해 보다 정교하고 세련된 피아노 소품으로 완성되었다. 야상곡의 또 다른 이름이자 영어 표현은 '녹턴(Nocturne)'이다. 로마 신화의 '녹스(Nox)'가 어원으로 그리스 신화의 '닉스(Nyx)'와 동일시되는 신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닉스는 밤을 의인화한 '밤의 신', '밤의 여신'이다. '녹턴'을 왜 '야상곡'이라고 번역했는지 쉬 짐작이 갈 것이다. 헤시오도스(Hesiodos, BC 740?~BC..
수탉이 새벽에 홰를 치는 이유 수탉이 새벽에 힘차게 우는 모양을 두고 '홰를 친다'라고 알고 있다. 필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홰'의 본래 '새장이나 닭장 안의 가로지른 나무막대'를 뜻한다고 한다. '홰를 친다'는 '잠에서 깬 닭이 힘차게 울면서 날개를 퍼덕거리는 모양'을 두고 이렇게 표현한다고 한다. 어쨌든 오랜 세월 동안 수탉은 어김없이 새벽마다 우렁하게 울면서 인간에게는 시계나 마찬가지였다. 서로 하나의 언어로 소통할 수는 없었지만 인간과 닭 사이에는 암묵적인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이런 수탉의 역할을 두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수탉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정치인도 있었다. 그렇다면 옛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수탉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슬라브 신화 그 중에서도 마케도니아의 구비설화에 수탉이 ..
죽음도 막지못한 사랑, 히쿠와 카웰루 아무리 초월적 힘이 발휘되는 신화지만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칙이 하나 있다. 흔히 지하세계로 표현되는 죽음이다. 지상과 천상에서 최고의 권위를 누리는 신일지라도 지하세계만은 간섭할 수 없다. 물론 한번 지하세계(죽음)로 내려가면 다시는 이승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 다만 예외는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연인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간 오르페우스가 있고, 데메테르가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간 적이 있다. 마야 신화에서는 스발란케와 우나푸 쌍둥이가 지하세계인 시발바를 처들어가 죽음의 신들을 물리친 일도 있다. 그 중에서도 헤르메스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 신화를 통틀어 봐도 헤르메스처럼 지하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신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어쨌든 헤르메스를 ..
'연가'의 유래가 된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의 사랑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여름날 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빙 둘러앉아 한번쯤 불러봤을 노래 '연가'다. 낭만 가득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노래 중 하나다. 하지만 마냥 즐겁게만 불렀던 '연가'의 가사를 제대로 음미해본 독자가 있을까? 영화 '국가대표'를 본 독자라면 영화 삽입 음악 중 '연가'를 기억할 것이다. 스키점프 선수였던 봉구가 저녁 하늘을 새처럼 비상하는 장면에서 아련한 선율이 흘러나오는데 분명 음은 우리가 알던 '연가'가 맞는데 가사도 느낌도 흥겨웠던 여름 날의 추억과는 전혀 새로운 노래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때 흘러나온 ..
식민지배의 아픔이 있는 술, 발체의 신 아칸 마야 신화▶고대 마야 문명 (BC 2000년~ AD 16세기 초)은 당시로써는 가장 진보되고 흥미로운 문명 중의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10세기 이후 마야 문명은 그 막을 내렸다고 본다. 일부 생존한 마야족 후손들이 멕시코 중앙고원에서 유카탄 반도 지역으로 이동해 16세기 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찬란했던 과거의 문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리멸렬했기 때문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고대 사원이나 그 유명한 마야 달력 말고도 마야족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와인이나 포도주를 소개하기 전부터 상당한 술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술과 중독의 신 아칸(Acan)은 마야 만신전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칸은 고대 마야인들이 즐겨 마셨던 술 발체(Balche)와 깊은 관련을 맺고..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양산백과 축영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아니 우주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사는 한 삶의 영원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분명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인류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이다. 좁게는 남녀간의 사랑에서부터 가족간의 사랑, 동료간의 사랑 더 나아가 나라간 사랑까지. 그렇다고 사랑이 이름 그대로 아름다울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때로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랑 때문에 웃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울기도 한다. 사랑에는 희극과 비극이 공존한다. 오히려 비극적인 사랑에 카타르시스를 더 느끼기도 한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이 그렇다. 사실 세익스피어가 을 쓰기 전부터 또 그 이후에도 사랑의 비극은 결코 드물지 않은 삶의 풍경 중 하나다. 세익스피어가 문학적으로 승화시켰을 뿐. 중국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데메테르 ②행복한 내세에의 꿈, 엘레우시스 그리스 신화▶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머니인 데메테르(Demeter)의 품에 돌아오게 되었다. 즉 밀 파종이 시작되는 10월부터 수확철인 6월까지는 지상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데메테르가 딸을 볼 수 있는 이 기간이 대지의 생산력이 가장 활발할 때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데메테르가 납치된 자신의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가 그녀를 다시 지상에 데려오는 것을 기념하여 테스모포리아(Thesmophoria)라는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어머니와 딸의 재회를 기념해서인지 이 축제에는 성인 여성만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파종과 추수기 두 차례 열렸던 테스모포리아 축제의 하일라이트는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이었다. 그리스 신화가 전하는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의 시작은 이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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