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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데메테르 ②행복한 내세에의 꿈, 엘레우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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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머니인 데메테르(Demeter)의 품에 돌아오게 되었다. 즉 밀 파종이 시작되는 10월부터 수확철인 6월까지는 지상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데메테르가 딸을 볼 수 있는 이 기간이 대지의 생산력이 가장 활발할 때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데메테르가 납치된 자신의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가 그녀를 다시 지상에 데려오는 것을 기념하여 테스모포리아(Thesmophoria)라는 축제를 열었다고 한다. 어머니와 딸의 재회를 기념해서인지 이 축제에는 성인 여성만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파종과 추수기 두 차례 열렸던 테스모포리아 축제의 하일라이트는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이었다. 그리스 신화가 전하는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의 시작은 이랬다.


데메테르가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엘레우시스(Eleusis) 땅을 헤메고 있을 때였다. 데메테르는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우물가에서 쉬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엘레우시스의 왕 켈레오스 딸들이 이를 불쌍히 여겨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극진히 대접했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노파로 변신한 데메테르는 해적들을 피해 여기까지 도망쳐 나왔다고 했다. 노파를 가엾게 여긴 켈레오스 왕은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 데모폰(Demophon)의 유모로 궁에서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켈레오스 왕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노파로 변장한 데메테르는 데모폰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주기로  작정하고 밤마다 데모폰을 불 속에 넣어 몸 속에 남아있는 사멸의 요소를 태워 없애는 의식을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데모폰의 어머니 메타네이라가 이 광경을 보고는 미친 노파가 자식을 죽이려는 줄 알고 비명을 지르며 아이를 불 속에서 꺼냈다. 결국 데모폰은 불사의 몸을 얻지 못하고 필멸의 인간으로 남아야 했다고 한다. 테티스가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아킬레우스의 발목을 잡고 스틱스 강에 담갔다는 신화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가 잡고 있던 발목만은 스틱스 강물에 젖지 않아 필멸의 부위로 남았다고 한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파리스의 화살에 발목, 아킬레스건을 맞아 죽었다고 한다. 유일한 약점, 아킬레스건의 어원이 아킬레우스라는 것은 이제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 사건 이후 데메테르는 노파 변장을 풀고 켈레오스 왕에게 자신을 섬기는 비밀의식을 가르쳐 주고 엘레우시스에 자신의 신전을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켈레오스 왕은 데메테르 여신을 모시는 엘레우시스 비밀 의식의 첫번째 사제가 되었다.


사실 엘레우시스 비밀의식은 신화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엘레우시스 비밀의식은 데메테르 신화와 결합하면서 곡물과 관련된 생명의 부활과 순환, 행복한 내세에의 꿈이 많은 신도들을 모았다. 엘레우시스 비밀 의식은 그리스도교의 로마 국교화 이후 쇠퇴했다고 한다. 한편 엘레우시스 비밀 의식에 참가한 사람들은 신역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철저한 침묵을 지켜야만 했는데 천 년이 넘게 지속되었는데도 그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엘레우시스가 영혼과 육체의 순환과 행복한 내세에의 간절한 꿈이 서려 있었던 곳이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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