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수탉이 새벽에 홰를 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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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이 새벽에 힘차게 우는 모양을 두고 '홰를 친다'라고 알고 있다. 필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홰'의 본래 '새장이나 닭장 안의 가로지른 나무막대'를 뜻한다고 한다.  '홰를 친다'는 '잠에서 깬 닭이 힘차게 울면서 날개를 퍼덕거리는 모양'을 두고 이렇게 표현한다고 한다. 어쨌든 오랜 세월 동안 수탉은 어김없이 새벽마다 우렁하게 울면서 인간에게는 시계나 마찬가지였다. 서로 하나의 언어로 소통할 수는 없었지만 인간과 닭 사이에는 암묵적인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이런 수탉의 역할을 두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수탉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정치인도 있었다. 


그렇다면 옛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수탉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슬라브 신화 그 중에서도 마케도니아의 구비설화에 수탉이 홰를 치며 우는 이유를 재미있게 묘사해 주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설화에 태양이 저녁에 지고 아침에 뜨는 이유와 고슴도치가 가시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이유까지 옛 사람들의 자연과 동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야기는 신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고 세상에 생명체를 만든 이후의 일이다.   

 

수탉. 출처>구글 검색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어느 봄날. 신이 창조한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의 안건은 태양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할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안건을 처음 주장한 동물이 수탉이었다. 수탉의 제안에 모든 동물들이 동의했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태양을 결혼시켜 주자는 고슴도치의 제안은 나름 신선했지만 곧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고슴도치의 생각은 이랬다. 신이 세상에 창조한 만물들은 암수가 한쌍이 되어 가족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태양만은 혼자서 외롭다는 것이었다. 고슴도치가 생각했을 때 태양의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결혼만한 게 없어 보였을 것이다. 물론 모든 동물들이 박수를 치며 동의하고 나섰다. 금수의 제왕 사자만 빼고.


사자에 따르면 태양이 결혼을 하게 되면 태양을 닮은 많은 자식들을 낳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세상은 너무 뜨거워서 어떤 동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럴 듯 했다. 모든 동물들은 사자의 반대의견에 전적인 동의를 보냈다. 순간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하늘에서 동물들의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태양이 회의 결과에 너무도 실망한 나머지 바다 밑으로 몸을 숨기고 만 것이다. 그러니 세상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태양도 결혼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모든 비난은 고슴도치에게 집중됐다. 이 때 수탉이 나서서 자신이 바다 속으로 몸을 숨긴 태양을 불러낼 수 있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수탉의 노력에도 태양은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탉은 매일 아침 바다 속으로 들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태양이 수탉에게 왜 그런 우둔한 짓을 매일 반복하냐고 물었다. 수탉은 친구들의 권유로 결혼한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매일 아침 바다 속으로 들어와 혼자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태양은 수탉의 말에 자신감을 얻었고 자신도 절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며 바다로부터 나와 하늘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태양이 올라오자 다시 세상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태양과 수탉에 관한 슬라브 구비설화에는 고대인들이 궁금해 했던 세 가지의 호기심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첫 째는 태양은 왜 수평선이나 지평선에서 지고 떠오르기를 반복하는가, 둘 째는 수탉은 왜 새벽이면 요란하게 울면서 홰를 치는가, 셋 째는 고슴도치는 왜 항상 가시 속에 머리를 숨기고 있는가. 수탉이 새벽에 홰를 치는 것은 바다 밑으로 사라진 태양을 불러내기 위한 몸짓이고, 고슴도치가 가시 속에 머리를 숨기고 있는 것은 태양을 결혼시키자고 제안했다가 다른 동물들에게 당한 수모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자연현상이나 동물들의 서식 습관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다니 옛 사람들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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