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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생쥐가 쥐구멍으로 숨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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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는 항상 족제비를 조심해야 한다. 둘은 천적관계이기 때문이다. 천적이 무엇인가. 족제비와 싸웠던 생쥐들은 늘 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견디다 못한 생쥐들은 대책회의를 했다. 생쥐들은 대책회의를 통해 그들이 늘 족제비에게 지는 원인은 통솔력 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우두머리 생쥐들은 뿔을 만들어 머리에 꽂았다.

생쥐들은 의기양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족제비와 싸워도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과연 그랬을까? 다시 족제비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들이 아무리 의기양양해 있었지만 생쥐는 생쥐였다. 족제비를 이길 리 없었다. 결국 또다시 족제비에게 패배하고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쥐구멍으로 줄행랑치는 것 뿐이었다. 살아남은 대부분의 생쥐들은 쥐구멍으로 안전하게 피신했다. 그러나 지도자 생쥐들만은 피신하지 못하고 족제비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머리에 꽂은 뿔 때문에 쥐구멍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유명한 <이솝 우화>의 '뿔달린 생쥐 이야기'의 줄거리다. 아이소포스라고도 불리는 그리스 노예 출신의 이솝은 동물들을 의인화시켜 다양한 군상들을 풍자하곤 했다. 1668년 프랑스의 라퐁텐은 <이솝 우화>에서 영감을 얻어 우화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솝이 '뿔달린 생쥐 이야기'를 통해 풍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오만해진 권력의 최후를 비판했던 것이다. 서양이나 근동 지역에서 뿔은 권력의 상징임과 동시에 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더가 대왕이라는 호칭과 함께 머리에 뿔이 달린 모습으로 자주 나타나는 것도 이런 뿔의 상징성 때문이다. 생쥐는 생쥐일 뿐인데 뿔 하나 때문에 족제비를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가득찬 지도자 생쥐는 결국 뿔 때문에 족제비에게 잡아먹히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갑작스레 왠 이솝우화? 요즘 이명박 정부 장관들의 '위장전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이야 정권초기부터였지만 비판에 눈을 감고 입을 닫아버린 언론 탓에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하기야 이제 집권을 1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호들갑 떠는 우리 언론들을 보면서 힘빠지기는 매 한가지다.

의미도 불분명한 '실용'이라는 구호 아래 '위장전입'이라는 범법행위가 이제는 공직자의 윤리덕목 축에도 못끼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오만해진 권력은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대법관 인사에도 '위장전입'은 큰 흠결이 아니라며 입각시켜왔다. 그저 일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그동안 일이나마 잘했냐 이에 동의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저 MB에게 충성하는 로보트일뿐 누구 하나 국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 없었다.

오만해진 권력에게 국민들의 비판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하기야 MB에 비한다면 지난 4년 동안 청와대와 내각을 거쳐간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이라는 범법행위는 큰 흠결이 아닌게 사실이다. 최소한 MB보다는 깨끗한(?) 청백리들이다. MB의 원죄가 위장전입 불감증을 심화시켰고 급기야 오만한 권력의 상징이 돼버린 것이다.

심지어 얼마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의원은 
“2002년 장상·장대환 후보가 위장전입으로 낙마한 이후에도 위장전입을 했다면 고위 공직자가 될 마음이 없는 것”이라며 고위고직자에 대한 윤리 기준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번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MB는 정치 빼고 다 잘한다."며 얼핏 들으면 비판같지만 실은 손발 오그라드는 아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대체 정치 빼고 잘한 게 뭐가 있는데...곰곰히 따져보지만 좀체 떠오르는 게 없다.

오만해진 권력의 최후는 몰락뿐이라는 사실을 이솝은 참 재밌는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능한 자식들만을 믿고 레토 여신에게 대적하려다 돌이 된 니오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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