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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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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박근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7시간 추적자들/박주민 외 씀/북콤마 펴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있던 날 이정미 권한 대행이 탄핵 선고 결정 요지문을 읽는 동안 20분이 20년처럼 느껴지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특히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발표에 허탈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치지만 국민 법감정으로는 가장 큰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중대한 사유로 인해 헌법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이 확정되긴 했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가장 중대한 탄핵 사유로 인식하고 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헌법 재판소는 의미있는 보충의견을 남겼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생명권 보호의무..
아폴론과 카산드라, 누가 국민을 카산드라로 만드는가 재정 위기를 필두로 시작된 그리스 경제 위기 당시 두 명의 전직 장관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한 명은 2001년 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가 여야 모두의 비난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타소스 야니치스 전 노동장관이었고 또 한 명은 야니치스 노동장관의 개혁안을 유일하게 찬성했던 알레코스 파파도풀로스 전 재무장관이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그리스의 경제 위기를 예견하고 기득권층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동료 정치인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심한 구타와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이들의 예견을 무시했던 그리스 정부는 경제 위기의 긴 나락으로 추락했고 세계 언론은 이 두 전직 장관을 ‘카산드라 정치인’이라고 불렀다. 비단 그리스의 이 두 정치인만 카산드라일까? 세월호 참사와 경주 지진을 겪..
배구 여제 김연경, 세월호 망각에 강스파이크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가졌고 누구보다 분노했다. 아니 여전히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분노한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온 데는 이름없는 민초들의 불의에 맞서는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갈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또한 존재한다. 늘 2% 부족한 마무리. 그것은 바로 뜨거워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식어가는 분노 즉 망각 때문이다. 친일파 청산이 그랬고, 민주화 과정이 그랬다. 친일파와 권위주의 집단은 여전히 사회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쟁취(?)했고 기회만 되면 건국절 운운한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피로감이니 뭐니 하면서 눈감아 주었던 불의는 잠시 몸을 숨기다 '이때다' 싶으면 거대한 조직이 되어 반격..
메르스와 낙타 출판사 말단 교정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문자는 사십을 바라보는 노처녀로 알려져 있다. 주위에서 안스럽게 여길만큼 더러는 짜증이 날만큼 비루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문자에게는 사랑하는 남자도 있고 심지어 딸까지 낳은 적이 있다. 서영은의 소설 (1983)에 등장하는 문자라는 주인공은 분명 일상에서 흔히 보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다. 유부남인 한수를 사랑하고 자식까지 빼앗겼지만 그녀의 한수에 대한 사랑은 처절하리만큼 절대적이다. 이런 문자에게 한수는 돈까지 요구하지만 문자는 거절하는 법이 없다. 한수가 먼 곳에 있을수록 문자의 한수에 대한 열망은 더욱 더 불타오른다. 한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끊임없이 문자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그녀의 대응 방식은 늘 '절대 긍정'이다. 마치 구도자의 고행을 보는 듯 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1일 영화배우 송강호, 김혜수, 문소리와 영화감독 박찬욱, 김기덕, 소설가 박범신 등 문화예술인 594명이 '세월호 정부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문화예술인 선언'을 했다. 선언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이 함께 겪은 시대를 가르는 사건이라며 참사 1주년 되는 날 외국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민들만 이 나라에서 약속을 되새겼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눈물을 흘렸던 대통령을 환기시키면서 정부가 세월호특별법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주장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주장은 비단 문화예술인들만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해수부가 지난 3월27일 입법예고할 때부터 세월..
세월호 1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와 이웃을 위한 사회적 치유의 메시지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정혜신·진은영 지음/창비 펴냄 416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를 집단적인 충격과 슬픔, 분노와 무력감에 빠뜨리며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과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비단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용산 참사, 쌍용차 사태,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등, 한국사회는 숱한 사회적 고통에 대한 대책 없이 새로운 피해자들만을 속속 양산하는 중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 상처들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마련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치유하고 있는 '거리의 의사' 정혜신과 문학을 통한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온 ‘행동하는 시인’ 진은영이 함께 만나 고민을 나눈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새겨진 상처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살피며, 재난..
일회성 분노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경비원/뉴엔 녹 투안(Nguyen Ngoc Thuan, 1972~, 베트남) 작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의 폭언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오던 70대 경비원이 분신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상이 온통 떠들썩했다. 때마침 터져나온 '갑의 횡포'와 맞물려 그동안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원은 현직에서 은퇴한 고령으로 한 명의 노동자이자 이웃이고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가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잠을 설치며 하루 12시간 노동한 댓가는 고작 8~90만원으로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일 년도 지나지 않은 그저 해만 넘긴 것 뿐인데 지금 경비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은 정..